지난해 8월 전격 제안돼 화제를 모았던 강원 춘천시장과 춘천시의회의장의 권투시합이 오는 3월 실제 열린다.
50대 중·후반의 춘천시장과 춘천시의회 의장이 양 주먹에 글러브를 끼고 시합을 벌인다는 소식에 일부 지역주민들은 벌써부터 승패를 놓고 내기까지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권투시합은 오는 3월 9일과 10일 이틀간 춘천에서 열리는 '(가칭)2013년 춘천 아마추어 선수권대회 및 생활체육 복싱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광준 춘천시장(58·새누리당·왼쪽 사진)이 김영일 춘천시의회 의장(54·민주통합당·오른쪽)에게 전격 제의해 성사됐다.
당시 이 시장이 "아마추어 권투대회를 유치하면 시장과 시의장이 오픈경기로 링 위에 올라 시합을 하자"고 말문을 열자, 김 의장은 좋은 제안이라며 이를 선뜻 받아들였다. 그동안 춘천시와 춘천시의회측은 각종 현안사업의 해법을 놓고 잦은 마찰을 빚어 왔다. 춘천시의회를 방문하면 춘천시장과 시의원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이처럼 팽팽한 대립각을 형성해 왔던 양 기관의 수장이 "싸움은 링위에서 끝내고, 지역발전을 위해 서로 화합하자"는 취지에 공감해 권투시합을 하기로 하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주민들은 "400~500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전국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의 메인 경기보다 시장과 시의장의 3라운드 오픈경기가 더욱 재미 있을 것 같다"며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는 경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과 김 의장은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로 비춰진 이번 권투시합을 위해 틈틈이 펀치와 스텝연습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투시합을 약속한 직후 이 시장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전국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은메달을 2개나 따는 등 상당한 권투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아들에게 스텝과 펀치 등 각종 테크닉을 배우면 시합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의장도 당시 "1980년대 박종팔 선수와 함께 동양태평양 미들급을 주름잡았던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의 돌주먹 나경민 선수가 같은 동네의 형님이었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권투시합의 전초전 격으로 오는 3월초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도 함께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역의 케이블 방송 등은 춘천시장과 춘천시의회 의장의 권투시합을 생중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최승현 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