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생각으로... DSLR을 사용해보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얼마전... 뜬금없이 DSLR 사려고 하는데 추천해달라고 한 제 후배 붙잡고 했던 말을 좀 추려 보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느낌과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을 대충 정리한 내용입니다. (대충 정리했다고는 해도.. 써놓고 보니 상당히 긴데다가... 마치 표절이라도 한 듯한 글이네요..)
DSLR 구매하기 1) 니콘이냐 캐논이냐 소니냐는 사용할 사람이 직접 만져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니콘 쓰는 사람은 니콘이 좋고, 캐논 쓰는 사람은 캐논이 좋습니다... 니콘 쓰는 저에게 물어보면 저는 니콘이 편하다고 합니다. 2) DSLR을 샀다고, 일명 똑딱이보다 더 멋지고 화려한 사진을 기대하지 마세요. DSLR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머리 썩이며 공부해야 하는 고생의 시작입니다. 3) 렌즈는 비쌀 수록 좋은 렌즈입니다. 하지만... 내게 맞는 렌즈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 시작할 때 가격이 싼 번들을 사라고 하는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4) 처음부터 광각이 좋을지 망원이 좋을지 고민하지 마세요. 이유는 (2)번과 같습니다. 비싼 돈 들여 산 렌즈의 존재 의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수 있습니다. 5) 많은 사람들이 50미리를 추천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화질에 비해서 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크롭 바디 (중저가의 보급형 카메라)에서는 좁은 느낌을 심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번들로 시작해 보세요. 저 같은 경우는... 몇 번 사용하고는 후회하였습니다. 6) 인물용 렌즈, 풍경용 렌즈라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망원은 인물, 광각은 풍경이라는 것 또한 없습니다. 그런 말에 현혹되지 마세요. 다만, 특정 피사체에 더 유리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7) 메모리카드는 비쌀 수록 좋습니다. 한순간에 사진을 몽땅 날릴 바에는 메모리 카드에 투자하세요. 8) 급할 때는 똑딱이가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렌즈 하나 더 사기보다.. 똑딱이 하나 더 알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8) 방진방습은 "방수"가 아닙니다. 9) 접사 (마크로, Macro)는 결코 쉽지 않은 기술이며, 알수록 돈 들어갑니다. 처음부터 마크로 렌즈에 눈독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10) 카메라를 알아보는 시간과 돈 만큼, 악세사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세요. 삼각대, 가방, 스트로보 등이 없어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카메라 이해하기 1) 용어와 기본 지식에 대해 반드시 공부하세요. 몰라도 사진은 찍지만, 나온 결과를 가지고 사진기를 탓하지 마세요. 최근 이런 저런 지식을 잘 설명한 책들이 많이 나와있습니다. 2) 기능을 이해했다고,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능이든 일단 써보세요. 그리고 눈과 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설령 거의 사용하지 않더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사진으로 말하게 됩니다. 3)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다고, 카메라를 의심하지 말고 우선 자신의 자세와 습관을 돌아보세요. 4) 필터를 사용해보고 이해하기 전에, 필터를 이해하고 사용하세요. CPL 필터라고 반드시 하늘이 파랗게 나오지 않습니다. 5) DSLR도 정밀한 전자기기입니다. 한순간에 메모리가 날아갈 수도 있고, CCD나 CMOS가 영원히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관리는 중요합니다.
사진 찍기 1) 사진 찍으러 가기 전에 반드시, 뭘 찍고 왜 찍는지 잠깐만 생각하고 그에 맞게 준비를 하세요. 괜히 무겁게 들고 나갔다가 어깨만 아프고 가져간 장비들은 손도 안대고 그대로 들고 들어올 수 있습니다. 2) 셔터를 누르기 전에 반드시 카메라의 설정을 확인하고 기억하세요. 일단 찍고 나면 그 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 3) 눈으로 보는 것과 렌즈를 통해 보는 것은 다릅니다.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눈으로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진을 찍는 사람의 마음과 실력에 달렸습니다. 렌즈와 카메라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성능의 차이는 아닙니다. 4) 스트로보를 달았다고, 렌즈가 좋다고, 기능을 모두 이해하고 공부를 많이했다고 해서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습니다. '경험'과 '노력'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5) 구도나 화면 구성 등에서 황금분할에.. 멋지게 보이려고 '황금'을 붙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붙이는 것입니다. 6)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많이 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찍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지, 뭘로 찍었을까는 나중에 생각하세요. 그 다음에는 꼭 자신의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세요. 그 차이를 꼭 기억하세요. 7) '사진작가'는 단순히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 만의 표현과 그 사람 만의 감성을 담아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작가라고 합니다. 8) 어두운 곳에서 손떨림 보정 기능을 신뢰하지 마세요. 무조건 셔터 스피드 확보를 고민하세요. 9) 어떤 경우라도 카메라를 가능한 몸에서 떼지 마세요. 저 같은 경우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나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경우가 아니라면 왠만해서는 제 카메라를 잠깐이라도 넘겨주지 않습니다. 그걸 기분나쁘게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못 믿어서가 아닙니다. 10) 마이너스의 미학을 아시나요? 사진에 많은 것을 담는 것보다 많은 것을 덜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덜어내는 방법은 항상 고민하세요. 11) 핀 테스트에 목숨걸지 마세요.. 수명 단축합니다.... 너무 티나지 않는다면 그냥 쓰세요. 12) 후보정을 생각하며 찍지 말고, 찍고나서 후보정을 생각하세요. 13)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과 그것을 담아낸 사진은 부지런한 사람에게 더 빨리 다가옵니다. 14)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라고 누르는 족족 멋진 사진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10장을 찍어서 1장이 나오느냐 100장을 찍어서 1장이 나오느냐의 차이입니다. 손가락과 몸이 고생할 수록 눈은 즐겁습니다. 15) LCD로 보이는 사진과 PC화면으로 보이는 사진은 다릅니다. LCD는 확인하는 용도로 쓰세요. 메모리가 모자라는 상황이 아니라면 화면으로 보면서 지우세요. 16) 아무리 셔터 스피드 확보가 중요하다고 해서, 카페나 식당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실내에서 플래쉬를 터뜨리는 것은 삼가합니다. 찍는 사람은 즐거울 지 몰라도 주변 사람은 상당히 불쾌합니다. 그래도 필요하다면 반드시 사전에 양해를 구하도록 하세요. 17) 실력이 안좋다고 사진을 혼자가 꼭꼭 숨겨두지는 마세요. 남들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마음가짐 1) 모델 출사나, 레이싱 대회, 전시회 등에서 모델 사진만 찍는다고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인물 사진 연습으로 그만큼 돈 안들이면서도 훌륭한 공부는 없습니다. 또한, 수천번의 셔터와 플래쉬 앞에서 몇 시간이고 웃는 모습으로 자세를 취해주고 사진기를 바라봐 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가슴과 다리만 찍는 사람은 욕해도 됩니다.. 2) 본인의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고 남들도 맘에 들어하지는 않습니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취향이며 느낌입니다. 3) 도촬은 사진 촬영 기술이나 기법이 아닙니다. 도촬은 '도둑'촬영입니다. 누군가의 사진을 찍게 되었고, 공개를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말하고 허락을 받으세요. 영어로 캔디드 샷이라고 있습니다. 이는 모델이 자기가 찍힐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채로 자연스럽게 찍히는 것을 말합니다. 게다가 초상권은 초상화를 그릴 수 있는 권리 따위가 아닙니다. 4) 후보정은 후보정입니다. 안할 수도 있고, 할 수도 있으며, 많이 할 수도 있고, 적게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강요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5) 사진은 혼자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 좋지는 않습니다. 친구들이 싫다고 하면 그건 싫은 것입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6) 자신이 찍어 준 사진에 글씨를 넣고 말풍선을 달고 수염을 그려 싸이 등에 올린다고 언짢아하지 마세요. 이미 싸이에 올린 그 순간, 그 사람은 사진을 즐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7) 사진기와 렌즈의 가격이 실력과 비례할리 없습니다. 똑딱이만 쓰는 사람이라도 저보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카메라의 성능을 부러워하는 것을 좋지만, 그게 그 사람의 실력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로, 가격이 싸고 카메라의 레벨이 낮다고 그 사람의 실력도 낮은 것이 아닙니다.
남자 분들은... 여자 분의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의 시선을 고집하지 마세요. 여자는 결국 어떻게든 자신의 예쁜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이지, 사진을 보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가능한 예쁜 모습을 찍어주는 노력은 필수입니다. 여자 친구 분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사진이라면 아예 보여주지를 말던가.. 그냥 지우세요.... 애인이 아니더라도 싸움날 수 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