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마약에 빠진 것 같은 느낌.
현실과 애니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모든 기분이 조증과 우울증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다.
머릿속에는 pastel pure나 g선상의 아리아가 울려퍼지고, 특유의 잔잔함이 마음을 감싸 질식시킨다.
규제해야 할 것은 헤로인과 대마뿐이 아니었던 걸지도.
이전의 플립 플래퍼즈나, 전전분기 시트러스, 이번 분기 해피 슈가 라이프라든지, -그 외에도 있겠지만- 그런 칭송하던 백합 작품들이 ‘진짜’를 보자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이 느껴진다.
백합계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의미를 실감하게 되는 것은 곧 다른 명작들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것, 모든 마음이 단 한 작품에 집중된다.
마법소녀 육성계획이나 마법소녀 사이트에 한창 빠져있을 때 뒤늦게 마마마를 봤다는 가정만이 그나마 비슷한 비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화수가 줄어들 때마다, 권수가 줄어들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오고 잠시만이라도 그 소녀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하게 된다.
하루 24시간에서 잠시도 빼놓지 않고 그 소녀들의 생각을 하게 되며, 당연히 일상생활 같은 건 중요도가 낮아진다. 지금이 방학 중인 게 다행일지 불행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후자.
인상 깊었던 대사가 반복된다. 넷상에서 단 한 줄이라도, 단 한 그림이라도 더 그녀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끈질기게 달라붙게 된다.
그 플라토닉한 사랑과 우정의 양상에, 감탄하고 동경하고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어느 곳보다도 현실에서 동떨어진 세계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돌연히 찾아온 백장미 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