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토종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으로 오해받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43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30
조회수 : 4632회
댓글수 : 69개
등록시간 : 2015/03/24 11:28:34
키스를 부르는 안젤리나 졸리의 두툼한 입술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고, 건강미을 상징하는 제니퍼 로페즈의 구릿빛 피부를 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나는 걷기 시작할 때부터 태국인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참고로 우리집은 3형제인데 큰 형은 브루스 윌리스를 연상시키는 아버지의 대머리와 어머니의 피부를 물려받아 대머리 태국인같고(아니 대머리 태국인이다 그냥), 작은 형은 우리 집안의 돌연변이 답게 대머리도 아니고 입술도 얇으며, 심지어 피부도 뽀얀 에미넴을 닮았다. 하지만 뭐.. 결론은 셋 다 못생겼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내가 정상적인 한국인의 평균적인 보통 외모라 생각했지만, 스무살이 되던 해 한국의 심장 수도 서울로 유학을 오면서 "아 내가 비범한 외모를 지녔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 것들은 이리 하얗고 입술들은 얇은지.. 그리고 왜 이렇게 다들 잘생기고 이쁜지. 나는 그 원인을 도시 것들은 시골에서 고생을 안해봐서 그렇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럼 내가 그동안 살면서 외국인으로 오해 받은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하려 한다.
 
1. 서울놈들과 첫 대면
대학에 입학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좋은 선배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지 하는 긍정적인 새내기의 마음으로 떠난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선배는 진지하게 "저기 기분 상하지 말고, 혹시 부모님 중에 외국분이 계시니?" 라고 물었다. 그 뒤 나는 삐뚤어진 탈선한 태국 유학생처럼 4년을 보냈다. 아..군대 입대했을 때는 이제 한국 군인도 용병을 받는구나 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회에 나와 첫 직장에서 바로 위 선임 대리는 나를 보자마자 "허.. 이 자식 쌀국수 잘 먹게 생겼네.."라고 했다. 자기는 식자재 (돼지)처럼 생긴 주제에..
부장님은 가끔 내게 "**씨 어깨 좀 주물러봐"라고 하시며 내 손놀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역시 마사지는 태국이야"라고 하셨다. 지금은 연락이 두절 되었지만, 당시 나는 이 두 분에게 "인생 실전이야 X만아"라면서 고소크리를 날리고 싶었다.
 
2. 해외여행
첫 해외여행으로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갔을때, 면세점 직원들부터 항공사 직원까지 모두 내게 영어로 말을 했다. 난 "국제공항이니 당연히 영어로 말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친구들에게는 한국말로 했다. 내가 한국말을 하면 그들이 뻘쭘해할까봐 영어 못하는 태국인처럼 "오께이, 땡큐" 라고 했다.
하필 배낭 여행지가 태국이었는데,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낀 건 "내 외모가 먹히는 곳은 바로 여기겠구나" 생각했다. 어딜가도 나같이 생긴 사람들이 가득했다. 배낭여행자들이 누구나 방문하는 카오산로드에서 태국사람들은 내게 태국말로 말을 걸었고, 한국사람들은 나를 우리 일행의 현지인 가이드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우리 일행에게는 구걸하는 사람도 잡상인도 붙지 않았다. 친구들은 니가 있으니까 우린 편하게 여행을 다닌다며 좋아했다.
묵고 있는 호텔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한국인 노부부가 무거운 짐을 들고 들어 오시길래 동방예의지국 출신 답게 짐을 들어 드렸다. 할머니께서 "땡큐, 싸와디깝~" 하시면서 내 손에 1천원을 쥐어주셨다. 내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면 할머니께서 멀리 타국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으실 까봐 "꼬맙씀미다 뿌인" 하고 정중히 인사했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는 "허허 저 태국놈 한국말 잘하네"라고 칭찬해주셨다. 할아버지 역시 실망하실까봐 "컵 프라쿤 끄랍~"이란 유창한 태국어로 말을 했다.  할아버지는 가방에서 사탕 몇개를 주셨다. 착한일을 해서보다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왠지 뿌듯했다.
 
 
3. 다시 한국에서
우리 회사가 있는 홍대와 합정 근처에는 요즘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 퇴근하다 사람들이 몰려 있길래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나 해서 서 있었다. 한국인 가이드가 오더니 중국어로 내게 못알아들을 말을 했다. "네?" 라고 하자 "아.. 죄송합니다. 저는 저희 일행분인줄 알았어요." 라며 한국인 가이드가 당황했다. 주인님을 따라 리모델링한 동대문의 모 쇼핑몰에 갔을 때, 할게 없어 에스컬레이터 앞에 멍하니 층별 안내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웃으면서 중국어 안내를 손으로 터치해주고 갔다. 열심히 한자를 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창시절 한자 공부 좀 해둘걸..
이제는 태국인을 넘어 중국인으로도 보인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