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견]..항상 재미본 이야기 가지고 1편 2편 계속 만들어내다 보면 나중엔 독자가 싫어 한다.....
http://www.ddanzi.com/index.php?mid=ddanziNews&category=977703&document_srl=1447170
일찌기 이런 말이 있다. 그들의 아젠다를 알고 싶다면 조선일보를 보라.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건에 대해, 조선일보가 13시 정각에 내놓은 기사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8/2013082801547.html?news_top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8곳에 대한 압수수색
2) (이석기 의원이) 당선된 후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회의 등에서 핵심 조직원 100여 명에게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중략)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할 것'을 주문
3) 국정원 관계자는 '이 의원이 지난 2004년부터 이 같은 준비를 해온 것으로 파악'
4) 국정원은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로 이 의원이 회합에서 한 말을 녹취로 확보
5) 국정원은 이 의원의 모의에 연루된 사람이 100명에서 200명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링을 해보니 위에 요약한 내용들 중 3, 4, 5번은 13시 정각을 기점으로 다른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글타면, 역시 일찌기 있던 그 말에 의거, 3, 4, 5번 내용은 그들의 시나리오에 따른 아젠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믿거나 말거나.
따로 설명할 필요 없이, ‘국정원'에 대한 여론은 아마도 국정원이 만들어진 이래, 최근 한 달이 최악 중 최악이었을 거다. 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그래도 대통령 지지율 70%’라는 귀여운 여론조사를 발표했지만 국정원에 대한 스탠스가 극명히 갈린 상황에서, 이런 귀여운 짓은 그냥 귀여울 뿐 어차피 반대여론은 수그러들리 없다.
이런 맥락에서 그 국정원이, 검찰보다 먼저 나서서, 이름하야 ‘내란예비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한다니 이 건을 국정원의 여론 뒤집기 시도 및 댓글공작 물타기로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건을 그냥 북풍, 색깔론 같은 여론 물타기의 재현으로 보기엔 껄적지근한 면이 있다.
저 <조선일보> 기사를 진짜 아젠다로 보겠다는 전제하에, 포인트는 이렇다.
1) 기사에는 ‘유사시 북한을 도울 준비를 하라'는 취지의 발언 만이 인용돼 있고, 그 발언의 정확한 맥락은 없다. 막말로 이게 무슨 ‘북한 대 미국'이라는 새로나온 보드게임 플레이 중에 한 얘긴지, 진짜로 진지하게 지령을 내린 건지 알 수 없다. 김용민 전 국회의원 후보의 욕설파문 때와 같은 방식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앞뒤 맥락 다 떼고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 강조. 하지만 그 자극적인 부분 자체가 너무 쎄서 맥락이 어찌됐든 상관 없어 보이게 만드는 방식.
2) 위의 3번 내용을 보면 2004년이라는 연도가 나온다. 이건 이전의 기사에선 안 나왔던 숫자다. 굳이 2004년이 언급된 데서 추측할 수 있는 건, 저 발언이 최근에 녹취된 발언이 아니라 2004년 이후 언젠가에 녹취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얘기는, 이 녹취를 최근에 확보한 게 아니라 이미 수개월~수년 전 부터 들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그냥 추측일 뿐이다.
3) 이게 ‘녹취'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이 녹취 파일을 공개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지난한 싸움과, 국정원 입장에서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그 녹취 파일이 공개돼버렸을 때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내용이든, 그냥 그 내용을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건 다르다. 혹시라도 저 발언이 실제로 있었고(맥락이야 어쨌든) 어조가 단호하거나 강경했다면, 그게 풀리는 순간 보수층 여론은 게임셋이다.
4) 연루된 사람이 100~200명이라는 내용 역시, 이전 시간대의 기사에선 볼 수 없었다. 결국 100여 명을 잡아들일 생각이 있다는 ‘엄포'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냥 18곳 수색해서 이석기 의원만 잡겠다는 게 아니라는, 일종의 ‘예고'다.
5) 타겟이 그 누구도 아닌 ‘이석기 의원'이라는 사실로 인해, 중도/진보층 여론도 매우 복잡해진다. 통진당 지지층에서는 ‘시발 또 종북이야? 진짜 뭐 있는 거 같애 이 새끼들아?’라는 반응, 통진당 반대층에서는 ‘이 레알 종북들 너네 땜에 시발 이게 뭐야' 이렇게 되는 거고, 여기에 친노 민주당파, 반노면서 민주당파, 안철수파, 노동당파, 정의당파 다 끼어들면, 내가 잘났고 니들이 문제고 뭐, 시발 난리도 아니다. 이런 복잡함이 발생되는 이유는 이석기 의원의 이미지상, 저 발언이 ‘사실일 거라고 믿을 법한 사람들이 적잖이 있기 때문'이다. 저 발언을 정청래가 했다고 주장하면 아무도 안 믿겠지. 게다가 이석기-이정희-대선후보-문재인-친노와 민주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전국민에게 설명 없이도 연상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6) 국정원이 검찰 보다 앞서서 수색을 벌였고, 결정적인 녹취를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보수지지층에게 ‘댓글이나 다는' 국정원의 이미지를 졸라게 쇄신할 수 있다. 물론, 진보층 및 국정원 반대여론에는 그닥 영향을 끼치진 않겠지만.
한 호흡으로 정리해보자. 국정원이 수개월 또는 수년 전부터 들고 있던 녹취 파일로, 야권에서 가장 찌름직한 타겟인 이석기 의원을 제대로 찔렀다. 이 시도는 전후 맥락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자극적 폭로전으로 갈 양상이 높고,발언의 수위 자체가 졸라게 세다. 이로 인해 야권의 여론은 분열되고, 통진당은 고립된다. 그리고 그러한 야권에게 엄포를 놓으면서, 동시에 여권 지지층에게는 국정원의 이미지를 쇄신할 기회가 된다.
자, 여기까지는 이석기 의원이 저런 취지의 발언을 한 것 자체는 사실이라는 전제로 얘기했다. 하지만 애초에 날조된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저들의 날조 전력이야 검색해볼 필요도 없는 모두의 상식이니까.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하지 않았음을 검증'하는 지루한 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싸움이 유난히 더 지루하고 힘들 거다. 왜냐하면 야권에서 통진당을 지지하지 않는 여론 중 상당수가 그 발언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인 채 통진당을 비난할 테니.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는데만 반 년이 넘게 걸렸는데, 고립된 진보정당이 이걸 밝히는 게 얼마나 더 힘들지는 각자 생각해 보시라.
만약 사실이라면? 여권과 보수층에서는 아마 통진당 소속 의원 전원 사퇴 및 통진당 해체를 요구하겠고, 야권과 중도/진보층에서는 통진당 꼬리자르기에 들어갈 수 밖에. 사퇴와 해체에서 멈추면 그나마 온건한 거고, 당원 전체를 구속수사 하지 않으면 천만다행일 수도 있다. 그나마 이 얘기도 그 발언이 진짜 심각한 ‘북한군 협조'를 지시한 게 아니라는 전제에서 하는 말이지, 만약 정말 그렇게 진지하게 지시하고 계획한 것이라면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맞는 거다. 오히려 그렇다면 그 중요한 단서를 입수하고도 바로 구속수사 하지 않은 국정원과 검찰의 직무유기를 비판해야할 지경.
이 발언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번 건은 저들에게 있어 최소한 물타기와 시간벌기 성공이고, 진보세력 하나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이 상황에 대해 통진당에서 대응하는 입장은 한마디로 ‘유신시대 부활, 공안정국 중단하라'인데, 이런 말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는 것과 같다. 틀린 말이라는 게 아니라, 사태의 역학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죽은 수라는 말이다. 최근의 정치여론이 얼마나 복잡다단하고 즉흥적으로 타오르는지는 지난 대선 기간부터 숱하게 경험해왔을 거다. 현재의 여론은 합리적 심판자가 아니라, 술 취한 싸움구경꾼들이다. ‘없는 사실을 지어낸 완벽한 날조'라고 발표를 하더라도 안 믿는 사람이 있는 와중에, ‘유신시대 부활, 공안정국 중단하라’라고만 하면 쌈구경꾼들 중 상당수는 ‘뭐야, 뭔가 있나본대?’ 이렇게 되니까.
앞서 추정한 것들을 기반으로 생각해본다면, 이번 건은 그냥 즉흥적으로 뭐라도 해보려고 덤빈 게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건으로 보인다. 행여나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건 공작도 뭣도 아니고 그냥 국정원과 검찰이 자기들 임무를 다 한 게 된다. 팔짱끼고 ‘애효 저 인간들 또 국정원 날조 공작에 넘어가네 쯧쯧’ 할 일은 아니라는 얘기.
신나게 떠들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국정원이나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 어떨지. 수사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진짜 유신시절로 가는 건지 아닌지. 통진당에서 밝히는 사실관계는 어떠한지. 진보언론의 취재 결과는 어떻게 보도될지.
지금으로써는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 문득 든 생각은,
얘네는 MB 때와는 다르다는 거다. MB는 사리사욕을 제 1과제로 상정하고 모든 국가기관을 '심부름센터화'했다면,얘들은 진짜 권력 그 자체를 제 1과제로 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런 거 MB 때 너무 당해서 지겹다고 비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
시발. 일단 좀 지켜보자.
끝.
춘심애비
트위터 : @miir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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