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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과 '보수경쟁'은 李의 어리석은 패권욕"
게시물ID : sisa_363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젤과그랬데
추천 : 10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7/11/11 10:30:52
[분석] "昌과 '보수경쟁'은 李의 어리석은 패권욕"

[프레시안 전홍기혜/기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8일 재향군인회 주최로 서울 향군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소위 '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나라당의 공식 당론이 아니며 제 대북관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이 후보의 '불안한 대북관'을 대선 출마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우자 이 후보는 급속하게 '우측 깜빡이'를 켰다.

'탈이념 실용주의'를 내세워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 뿐 아니라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 등 중간층을 흡수해 지지율 50%가 넘는 '독주'를 이어가던 이명박 후보는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지지율이 10% 넘게 떨어지자 이 전 총재와 '보수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전 총재가 건 싸움에 휘말린 셈이다.

昌 출마 후 벗어던진 '탈이념 실용주의'

이 후보가 이 전 총재의 페이스에 말려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이탈한 표가 아이러니하게도 '한나라당 충성파'들의 표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두 번이나 대선후보로 뽑아준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전 총재로 옮아간 이들은 고연령층, 영남권 등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계층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빼앗긴 '한나라당 지지층'(?)을 되찾아 오기 위해 이 후보는 이 전 총재가 시동을 건 '선명성 경쟁'에 뛰어드는 선택을 했다. 이 후보는 8일 토론회에서 "안보는 모든 것의 초석"이라면서 "정치발전과 경제성장도 더 없이 소중하지만 안보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당초 이날 '비핵개방 3000' 등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의 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전 총재의 비판 등을 의식한 듯 좀더 '선명한 내용'으로 연설을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토론회를 보수성향의 재향군인회가 주최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는 좀더 '화끈한'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탈이념 실용주의'를 내세우면서 밝히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이 후보는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당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출발해야 한다. 색깔이나 기능 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념적 색깔을 빼고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난 8월 경선 승리 후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극우보수-영남지역당'의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던 이 후보는 당 개혁의지는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아무리 '중간층'이 갈 곳이 없다지만…

이 후보가 '실용주의'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보수경쟁'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중간층 잡기'가 아니라 '보수층 잡기'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대선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각각 30% 정도의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진보-보수 양 세력이 나머지 중간층 유권자를 잡는 싸움이 벌어지는 게 이제까지 대선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심화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경제성장에 대한 강한 열망, 개혁을 표방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 여권의 분열 등으로 이번 대선에서 무엇보다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은 보수세력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다.

이제까지의 '이명박 대세론'은 이런 유권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었다. 50%라는 지지율은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 등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던 중간층 유권자들이 이 후보로 대거 쏠렸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였다.

원내 제1당인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확정된 정동영 후보도,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진짜 경제론'이란 새로운 가치를 내세웠던 문국현 후보도 끌어내리지 못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72세의 무소속 후보인 이 전 총재가 단번에 끌어내렸다. 중간층이 아니라 보수층을 공략해서 말이다. '탈이념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이 후보가 과연 '보수적자'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극우보수층이 이 전 총재 지지로 돌아섰다. 따라서 대선에서 '중간층 잡기'가 아니라 '보수층 잡기' 경쟁이 벌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딱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중간층은 아직까지는 이명박 후보 지지에 머물러 있다. 이 후보가 이회창 총재와 '보수경쟁'을 거침없이 시작한 것도 우측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자신을 지지하던 중간층이 정동영 후보 등 범여권 후보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입장에서 새로 포섭하고 유인할 먹이를 줘야할 '산토끼'였던 중간층이 졸지에 '집토끼' 대접을 받게 된 셈이다.

욕심 때문에 昌 불러낸 이명박인데…

하지만 중간층이 이 후보에게 과연 '집토끼'일까?

아직은 조용히 관망하고 있는 '보수화된 중도', 내지는 '합리적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이 전 총재와 '선명성 경쟁'에서 이기고 '극우보수'로 거듭난 이명박 후보를 끝까지 지지할까?

'선명성 경쟁'에 한참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간층이 범여권 후보 지지나 투표 포기 등 이탈하기 시작한다면 이 후보는 어찌할 것인가? 뒤늦게 다시 중간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 또 다시 말을 바꿀 것인가?

따라서 이 전 총재와 '보수경쟁'에 뛰어든 이 후보의 선택은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극우보수를 표방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전 총재와 벌이는 싸움에서 이 후보가 이길 승산도 별로 높지 않을 뿐더러 이겨도 이 후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이 후보가 표방하던 '시대정신'마저 저버리는 길이다. 한나라당이 표방하는 가치를 수구보수가 아닌 합리적 보수로 바꾸겠다는 것이 이 후보가 내세운 '시대정신'이었고, 이 후보를 지지하는 중간층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이 후보가 '보수경쟁'에 뛰어든 것은 이 후보의 '욕심' 때문이라고 김윤철 전 진보정치연구소 연구실장(정치학 박사)는 지적한다. 그는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당선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의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닌데 경쟁에 뛰어든 것은 명실상부한 패권자로 전부 다 먹겠다는 패권욕"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관계에서 '다 먹겠다, 다 먹을 수 있다'는 이 후보의 욕심과 자만심이 이회창 전 총재를 대선으로 불러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 욕심과 자만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또 다른 위기로 이 후보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전홍기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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