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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oju_435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스터피자헛★
추천 : 5
조회수 : 28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6/25 13:00:32
종강하고 방학이 시작된지 3일 째
오랜만에 친구놈에게 연락이왔다.
고등학교 동창녀석인데 이 녀석 말고 또 다른 녀석이
방학 내내 광주 쪽인가로 촬영을 하러 내려간다고
거기 전에 고등학교 친규놈들 한 번 모이자는 것이었
다.
안그래도 요즘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에
부처님의 해탈 경지를 밟아 열반으로 나아가고 싶던
나에게 친구 송별회는 술먹기 좋은 구실을 제공해 두었다.
결국 집 근처 곱창 포장마차에서 남자 다섯이 모였다.
다른 놈들도 막상 나와서 촬영하러 간다는 놈 격려
의 말은 커녕 자기들끼리 마시고 떠들기 바쁜걸
보고 있자니 결국 니놈들도 나처럼 술 한잔 생각이
간절해서 나왔구나 싶었다.
나온 놈들 중 한놈이 오늘따라 마시는 페이스가
매우 빨랐다. 뭔일 있냐고 물어봤으나 있긴 있는데
자기 혼자 감당 할 수 있으니 내비두란다.
평소 세상에서 제일 나쁜 새끼가 원피스 다음 화
스포일러 하는 놈이랑 궁금허게 해 놓고 안알랴줌
하는 놈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놈이 진심을 불게
하기 위해서 놈의 페이스에 맞춰 열심히 술을
부었다. 소주 다섯 병 중 첫 병만 나눠먹고 두병은
나와 이놈이 다 먹은 듯 했다. 15분도 안 되어서 각
두병씩은 깐 셈이니 그 속도는 가히 니트로를 달은 람보르기니에 필적할 만 했다.
세 병 째 뚜껑을 딸 즈음 놈도 슬슬 취기가 오르는지
혀가 살짝 꼬부라지고 몸이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 놀라운 일이 벌여졌다.
놈의 감각과 내 감각이 동화되는 것 아닌가!
난 계속 놈을 쳐다보고 있었거늘 이상하게도 세상이
공허한 암흑으로 반전하기 시작했다.
난 "녀석, 그러게 적당히 먹지 ㅋㅋ"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시야가 아니라 놈의 오감 전체가 나와
동기화 되었는지 녀석처럼 입이 열리지 않았다.
에바 초호기 싱크로율 200퍼센트의 신지가
이런 기분이었을테지
녀석은 헤어진 전 여친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그리고 지금 좋아하고 있던, 그러나 자신을 차버린
한 여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헤헤 이뿌지 라는 말을
연신 남발했다
난 그런 녀석을 말없이 토닥여주었다
술 한잔 해서 그런가 나도 별의별 생각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진 전 여친, 짝사랑 끝에 고백
했으나 오빠를 남자로 생각해보진 않았다면 찬 그녀,
어색해 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왜 어색해 하는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팠지.
취업 준비할 나이건만 아직도 스토리 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글이나 쓰고있는 내 모습도 한심했고
그 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내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그 때 결국 녀석이 술에 먹혔는지 몸을 심하게 휘청였다.
녀석이 바닥에 누워버린 것이다.
세상을 가로로 뉘야보는 녀석의 시야가 나에게도
느껴졌다. 태어나서 한 번도 필름이 끊겨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난 이불을 뻥뻥 차며
우리집 침대에서 깨어났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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