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초고수와의 조우(단골겜방을 바꾸다.)
게시물ID : humorstory_4353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진유
추천 : 1
조회수 : 6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4/25 20:16:54
10여년 전 잉여력이 폭발했을 때의 나.
오전에는 알바, 저녁에는 꼭 겜방을 들려 새벽까지 시간을 죽이던 20대 초쯤으로 기억한다.
 
그 날도 평소처럼 겜방에 들려 항상 앉던 구탱이자리를 찾았으나 마치 내 고정석 같던 그 자리엔 나보다 훨씬 잉여력이 폭발하는 아우라를 풍기는 그 분이 계셨다.

그 당시 그 분께서는 리니지를 하고계셨으며 모니터 주변으로 라면과 음료수의 잔해... 그리고 이미 담배로 수북한 재떨이까지...
나는 감히 그 분의 얼굴을 직접 뵐 용기가 나질않아  곁눈질로 흘깃거릴 뿐이었다.

나 또한 리니지에 접속해 나름 자부심을 느꼈던 나의 장비들을 하나하나 찍어가며 감상을 하는데... 계속 가지미 눈을 해가며 그 분 모니터를 보지 않을 수 있었으랴...

지존, 상위 0.1%, 피와 살이 난무하는 아덴월드의 최상위 피라미드 꼭대기 층에서도 꼭짓점... 무엇으로 그 분을 형용할수 있었을까?

"거기도 리니지하네?"

그 분이 친히 먼저 말을 걸어 주셔서야 정신을 차린나


"네, 그렇습니다!!!"
 군기가 바짝오른 이등병의 그것처럼 겜방이 울리게 대답하곤 민망함에 아찔해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그렇게 몇 마디 대화가 오고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 분은 내가 꿈 꿀 때나 들고 설치던 극 상위템을 모두 장착하였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한 쿨함과 시크함, 하지만 같은 게임을 하는 겜방 유저에겐 한없이 따뜻한 마치 귀족의 풍모른 지닌 분이셨다.

새벽이 깊어갈 무렵 화장실에 가기위해 나서는데 겜방 사장이 날 쫓아왔다.

그 분이 무려 5만원 정도의 금액이 발생하시었기에 혹시나 하는 불안으로 옆자리에 있던 단골인 나를 찾은 것이다.

나는 그 분을 감히 의심조차 할 수 없으메, 그 분 모니터 안에는 수천이 들어있으니 사장또한 염려치 말라 타일렀다.

그러나 사장은 내 말을 믿지 못하고 중간 정산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 분은 당당하게 날이 밝으면 현금을 인출해 드리리니, 나와 옆자리의 동료에게 과자와 음료를 더 쌓으라 명하셨다.

이때부터 였을까??

나와 사장은 모두 불안함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은 급기야 경찰을 부를 생각을 하시기에 이르렀다.

나 또한 염려말라 거든 것과 과자부스러기 줏어먹은 죄로 도의적 책임감에 위축되었던 그 때...

그 때...

그 분은 역시 범상치 않은 분이셨음을 사장이 알아차려 버렸다.

사장은 경찰을 부르되 겜방비가 없음이 죄가아닌...

'부산 일대 카드 복사범'의 최종 도주자를 신고하심이었다.

10여년 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전국구 카드 복사 사건의 일당 중 최종 용의자가 검거되던 순간!

형사들이 나와 그 분의 주위를 둘러싸고 그 분께 쇠고랑을 채워 끌고가는 그 순간!

사장은 겜방비 5만 여원 중 우수리빼고 5만원 정산을 요구하였다.

그 때 그 분은 날 바라보시며
"내 금방 다녀올 터 경찰들과 함께 가는데 동료른 속이겠는가?" 하시며 5만원을 꿔 사장에게 던지신 것이다.

그러고 그 분은 돌아오지 않으셨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놈의 사장놈이 지가 카드 복제 사건 용의자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난 상황자체를 겜방비 미정산으로 끌려가는 줄 알고 템하나만 팔아도 한달치 겜방비 이상이 나오시는 분이 설마... 하고 빌려준 것 뿐인데? 뻔히 돈이 없는 거 아는 사장놈이 경찰서 끌려가는 놈한테 정산을 요구해? 내가 돈 꿔 주는 걸 보고 헤헤거리며 그 돈을 챙겨?

당연히 따졌으나 빌어먹을 사장놈이 2.5만원씩 부담하자며 나에게 반띵을 제시하였다. 
무기력한 나는 이에 응해 반이나마 돌려 받았으나, 하루에 만원이상씩 가져다 바치던 단골 겜방을 옮길밖에 달리 수가 있었으랴... 
출처 본인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