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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으로서....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는 글...
게시물ID : humorbest_4354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ㅂㅈㄷㄱΩ
추천 : 127
조회수 : 15287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1/31 16:31:35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1/31 15:30:10
몇번을 썼다 지웠다 합니다.
짧게 쓰겠다고 쓰는데 길어지네요.
많이 줄이겠습니다.

제가 9살때 오빠는 제가 자는사이 제 옷을 벗기고 저를 관찰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자고 있었다면 없던 일이 되었을텐데..
저는 자고 있지 않았습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저희가 초등학교 1,2학년 그쯤에 좁은 집으로 이사했고
저는 다행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했지만 오빠는 힘들어 하며 집에서 컴퓨터만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보다 일찍 야한 것들을 보고
그렇지만 역시 어렸으니까 제대로 판단이 되지 않는 머리로
실제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봅니다.
아무튼 두어번 제가 자는사이, 부모님이 모임에 나간 사이 저를 벗기고 만지고 관찰했고
저는 그때마다 자고있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제가 깨어 있을 때에도 저를 만졌는데, 저는 싫다고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동의까지 구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제가 9살때 일이었고, 이제 제가 스물이 넘었으니 긴 시간이 지났지만
사춘기를 지나고 점점 한 사람으로서 저를 깨닫게 되면서
그 때의 일을 떠올리고 자학하게 됩니다.
매일 밤마다 침대에 누워 혼자인 시간에
왜 그때 안된다고 하지 않았을까? 왜 그때 하지 말라고 안했을까?
왜 나는 계속 자는 척을 했을까? 나도 좋았던 걸까?
나는 더럽다. 피해자인 척 가식떠는 꼴이 더럽다.
결론은 늘 이렇게 나고 그러면 오히려 그것이 정답이 되는 듯한 편하고도 불편한 마음에 잠들었습니다.

오빠가 군대 가기 전 저희는 그럭저럭 보통의 남매처럼 지냈지만
오빠가 군대에 간 약 2년간의 시간동안
내가 그동안 지냈던 시간은 거짓이었다고 느낄만큼 너무 행복했습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자학하는 시간도 줄어들더라고요.
눈앞에 왔다갔다 하면 자꾸 고민하게 되지만 지금 같이 있지 않으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일만 없다면 좋은 오빠일텐데....는 아닙니다.
자주 맞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빠는
본인에게 화가 나지만 그걸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사춘기때는 고작 컴퓨터를 서로 하겠다고 큰 싸움까지 일으킨 적이 많았는데
엄마가 있는 앞에서 제게 칼을 겨눈 적이 여러번입니다.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누가 오빠가 자기를 칼로 찔렀다고 했는데 밑에 댓글이 다 이건 거짓말이라고 하던데
저는 정말 공감 많이 갔습니다...
엄마가 있는 앞에서 제게 욕을 한 적이 여러번이고
(지금 생각하면 말릴사람=엄마가 있으니까 오히려 더 심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엄마가 없을 때도 많이 맞았는데
기억나는 것중에 하나가 오른쪽 뺨을 세게 맞았는데
한 3일간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귀가 멀은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 앞에서조차 할말 못할말 하며 저한테 함부로 하는 날이면
제가 오히려 부모님께 죄송할 정도였습니다.
내게만 나쁜 오빠이고 부모님께는 좋은 자식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빠가 싫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빠는 소위 말하는 날라리에 건달이었습니다.
오빠는 초등학교때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괴롭힘 당했던 울분을 풀기라도 하듯 중학교때 허구한날 싸움을 하며 나쁜 학생들과 어울려 다녔습니다. 의자 던지고 책상 던지고...
자기는 소의 꼬리보단 닭의 머리가 되고 싶다며 실업계에 들어갔지만, 닭의 머리는 될 수 없었습니다.
아빠는 오빠가 자신의 담배를 훔쳐피는 것을 모른척 해야 했습니다.
친구들과 강변을 돌아다니며 자리 펴고 술마시고 몰려다니며 고성방가하는 학생중 하나가 저희 오빠였습니다.
일명 싸움짱이라고 불리는 친구 옆에서 빌붙으며(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쯤부터 몸에서 담배냄새를 풍기며 부모님과는 일체 대화없이 방에서 컴퓨터나 하는... 제가 보기에 그저 한심한 인생이었습니다.
오빠는 수시로 지방대 디자인계열에 합격했고 지금은 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지방대는 이제 부실대로 선정되었습니다.

오빠가 여태껏 인생에서 선택할 일이 있을때마다, 부모님은 안전하고 좋은 방향으로 선택을 하길 바라며 옆에서 충고를 해줬지만, 오빠는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내 인생 망치지 말고, 내 앞길 가로막지 말라며 다 무시하고 독단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가장 최악의 선택만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삼수를 해서 올해 대학에 입학합니다.
오빠가 작년에 제대를 했고, 처음으로 오빠가..... 저보다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아침의 사소한 싸움에서, 부모님이 모두 계신 앞에서 저에게 그러더군요. "개 좆같은 년"
그 말을 듣고 저는 이성을 잃었고 학교에 가는 오빠의 등뒤에서 포크를 들고 달려들었습니다.
단지 한마디 욕이었을 뿐이지만 여태껏 당했던 울분이 갑자기 터졌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오빠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실패했고 아빠가 제 몸을 잡고 말렸습니다.
오빠는 저를 비웃으며 "어디 더해봐, 놔두세요 어떻게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 인간은 끝까지 가는 걸 원하는구나. 이 상황에서 내가 멈춰야 가족들이 편하겠다...
생각하고 이성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꿈도 뭣도 없었던 저는 그냥
오빠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 위해서, 내가 오빠를 업신여겨도 사람들이 그럴만도 하지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고 외국어 빼고 전부 1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제 저는 오빠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로도 숨이 막힙니다.
대학생이면 이제 독립할 만한 나이가 되었다 싶어서, 부모님께 우리 둘 이제 나가게 해달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이라면 한 집에 살아야 한다며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어머니는 저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아시기에 많이 도와주시지만

오빠와 한 집에 사는 이상 제게 희망은 없습니다.
오빠가 제대하기 2달 전부터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여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강박증이었는데, 약을 먹어서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조금 남아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고 할 정도는 되지만요. 그냥 깔끔 떠는 정도....보단 좀 더 심하려나...
오빠는 많이 더러운 편입니다. 저와 엄마가 많이 잔소리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전에는 똥싸고 손안씻고 뭐 집어먹고 손가락빨고 티비보면서 앞섶을 긁고
오빠 속옷엔 하도 긁어서 피딱지가 말라붙어 엄마가 자국 지우느라 고생좀 하셨어요.

어릴적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빠를 집에 혼자 두면 오빠가 집안을 온통 어질러 놓을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재수할 때도 학원 안가고 독학재수 했어요....
저도 저지만 이제 나이도 있으니 독립이 옳은 것 같은데
아니면 적어도 기숙사 생활이라도.....
오빠는 부모님께 부담된다며 그냥 집에서 살겠다고 하네요. 어차피 3학년 되면 과제 많으니까
과실에서 먹고자고 하겠다고.
저도 이제 대학가서 밖에서 많이 있을텐데... 지금처럼 오빠가 외출했다가 집에 오고있다고 하면은
친구들 다 버리고 후다닥 집으로 뛰어오는 생활이 지긋지긋 합니다.
그런데 오빠를 혼자 집에 못두겠어요...... 마치 집이...제가.... 다시 침범당하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부모님께 부담되겠다며 기숙사 안가는 사람이,
방학 내내 알바도 안하고 집에서 먹고놀고하면서 알바 안잡냐고 물어보면,
지금 하는 애들은 방학 전부터 하던 애들이라고, 누가 요새 방학중인 대학생 뽑냐고 바락바락 우기는데,
그리고 부모님 그렇게 걱정하는 사람이 준비물 살 때 쓰라던 엄마 카드로 담배를 사는지,
부모님 걱정하는 사람이 교회 워십으로 받은 장학금 200만원을 야금야금 술담배로 다 까먹었는지 모르겠어요.
자식 미래 걱정돼서 부모님이 훈계좀 할려고 하면 인상부터쓰고 입에서 찍찍소리를 냅니다.
쯧.쯧,하는데 제가 옆에서 치가 떨려요...



오빠가 제대하기 전에, 오빠한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오빠가 날 많이 때리고 예전에 그 기억때문에 힘들다고.
그러니까 오빠가 하는 말이, 이젠 안그러잖아?였습니다.
그때당시엔 그래, 그렇지.. 하고 지나갔는데 생각할수록 이상한 겁니다.
그때의 일로 사과 한번 들은 적 없고 오빠는 그때 기억으로 트라우마도 없는 것 같은데
나만 자학하고 나만 밤마다 괴롭고 울고 오빠의 존재만으로 힘들어하고.....
미안하긴 한걸까요?
미안한 걸 깨닫지 못할 만큼 멍청한걸까요?
멍청해요.. 멍청합니다. 기본 상식도 없어요.....



글을 쓰고나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오빠를 싫어해도 되는건지, 당연한건지.... 인정받고 싶었어요
내 증오와 내 울분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상하겠지만
인정받고 싶었어요... 너가 그래도 된다고.... 그런 말 듣고 싶었어요
그리고 내 슬픔을 다 받아준 엄마... 미안해요
부모님중 적어도 한분은... 자기 자식이 그런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고 싶어서,
많이 싸우고 서로 싫어하지만 비정상적인 남매는 아니라는 생각...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서
아빠한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빠한테 자꾸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꾸....
아빠는 이유를 모르니까 저한테 이상하다고 하고 그러는데...
엄마만 힘들고 아빠는 모르니까..... 모르겠어요 이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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