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는 병신이다. 병신같은 소릴 지껄였으니까.

하지만 병신이라고 해서 잡아 가두라는 법은 없다.

흉악한 범죄를 입에 담았다고 해도 실제로 그것을 저지르거나, 혹은 최소한 구체화된 계획이라도 꾸미지 않은 이상 그것만 가지고 벌을 줄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렇게 따지자면 '야 이 시키야 죽을래?'란 말 했다고 살인미수죄로 잡혀가야 하고, '아 나라꼴 진짜, 어디서 박대통령 같은 분이 다시 나타나셔서 싹 쓸어버려야 하는데'하는 영감님들 몽땅 내란죄로 잡혀가야 하는 논리가 된다.

법치란 이런거다.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되는 국정원이 대선기간에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특정 정당을 두둔하는 댓글을 달아놓고 정치 개입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희대의 사건을 놔두고 웬 병신이 병신소리를 입에 담은 건을 더 크게 부풀리고 있는게 옳은 일인가, 되돌아 봐야 할거다.

어느게 내란이냐. 웬 병신이 내란했으면 좋겠다는 뻘소리를 입에 담은거랑, 첩보기관이 자국민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일으키며 집권여당에 유리한 공작을 펼치는 것, 둘 중 어느게 진짜 내란음모냔 말이다.

ps)혹여나 통진당원이냐는둥 쉴드치는거냐는둥 하는 뻘소리 들을까봐 말하는 거지만 저는 진보신당 지지자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노당 NL 떨거지 놈들이랑 손잡겠다고 진보신당 공중분해 시키고 통진당 만드는 순간, 이전부터 지지해오던 노심조 3인방과 유시민에 대한 지지조차 철회해버린 사람입니다. 그때의 실망감으로 진보정의당 지지조차 꺼려하고 있는 사람이에요.

통진당이요? 목적을 위해서 어떤 불법적인 수단이건 가리지 않는 더러운 놈들이 무슨 진보랍니까? 진보는 반칙에 저항하는 이들입니다. 반칙하는 이들에게 정의를 내세워 맞서는, 깝깝하고 답답한 원칙론자이자 낭만주의자여야 합니다. 지들 권력욕에 눈이 멀어 반칙을 일삼는 놈들이 진보를 참칭하며 가뜩이나 척박한 이 나라 진보정당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죠.

이석기를 비롯한 통진당이라면 정말 치를 떠는 사람입니다만 그렇다 해도 '병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잡아가둘순 없죠.

뻘소리를 했다면, 그게 일개 촌부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자격으로 그런 소릴 한게 문제라면 그에 따라 처벌을 하면 되고, 그게 단순히 뻘소리로 그쳤는지 아니면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는지 수사를 하면 될 일입니다. 그걸 가지고 아직 수사 제대로 진행도 안되고 있는 걸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내란음모"랍시고 떠들어대는 현재 상황이 말이 안된다는 지적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