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0904212706683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 숨은 국정원의 디지털 증거 조작 2013년 1월 서울시 공무원 중에 간첩이 있음이 "밝혀졌다." 화교 출신의 탈북자 유우성씨가 서울시 공무원 신분을 활용하여 한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의 신상 정보를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왔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2005년부터 북에 수차례 밀입북하여 북한의 회령에서 보위부 당국자들과 접촉하고 탈북자 명단과 함께 이들의 한국 정착 상황과 생활 환경 등 관련 정보까지 북에 넘긴 혐의를 모두 자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행위는 국가보안법상의 목적 수행, 특수 잠입, 탈출, 회합, 통신에 해당한다. 그는 탈북자로 행세하며 북한을 위해 일한 이중 간첩이었던 것이다.
탈북자 중에서 한국에서 대학까지 마치며 공무원이 된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던 유씨는 하루 아침에 파렴치한 이중 간첩이 되고 말았다. 언론은 연일 국정원의 발표를 대서 특필하며 그의 혐의를 기정 사실화 시켰다. 결백을 주장하는 변호인들과 가족의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사건은 법원에 가기도 전에 여론 재판에 의해 그의 유죄가 확정되고 말았다.
이후 이 사건은 언론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유씨의 여동생은 국정원에 감금된 상태로 오빠에 대한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다. 오빠가 이미 간첩죄를 자백했다는 국정원의 말을 믿은 동생은 어쩔 수 없이 국정원이 원하는 대로 진술을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오빠와 대질을 한 후 국정원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은 자신의 진술이 국정원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전면 번복한다.
국정원의 주요 증거였던 여동생 진술의 신뢰성을 잃은 데다가 각종 디지털 증거가 조작된 것임이 밝혀지면서 애초에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음이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법원은 2013년 8월 22일,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그가 간첩 혐의로 구속된 지 이미 7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아무도 그가 무죄란 것에 관심이 없다.
'탈북자 공무원 간첩'이라 떠들더니 법원에선 '무죄' ▲ 증거 사진 국정원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한 유씨의 사진, 사진 내부 정보에 중국 연변에서 찍은 것임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사건은 동생의 진술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부분이 조작된 사건이었다. 변호인들은 유씨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중국을 오가며 증거를 모으고 국정원의 조작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KBS < 추적 60분 > 취재팀은 중국을 오가며 변호인들이 모은 증거와 유씨 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자를 국정원이 어떻게 간첩으로 조작했는지 밝히는 내용을 담았다.
그 중에는 유씨가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국정원이 제출한 디지털 사진에 관한 내용도 들어있다. 국정원은 유씨의 노트북에서 삭제된 사진을 찾아 증거로 제출했다(유씨는 노트북이 느려지자 윈도우를 새로 깔았고, 이 때문에 예전에 하드디스크에 있던 사진들이 삭제된 영역에서 발견된 것일 뿐이다).
국정원은 디지털 사진을 A4 용지에 프린트해서 제출했기 때문에 변호인과 재판부는 이 사진이 북한에서 찍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변호인은 따로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조사 작업)을 의뢰하여 국정원과 같은 방법으로 유씨의 노트북 하드디스크에서 사진을 복구한 후 이 디지털 사진들의 내부 정보를 재확인해야 했다. 이 작업을 통해 국정원이 디지털 사진들을 취사 선택하고 중요 정보를 은폐하는 등 증거를 조작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디지털 사진은 사진 내부에 각종 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사진을 찍은 날짜, 조리개 값, 노출 시간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은 장소도 기록된다. 유씨는 GPS가 내장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모든 사진에는 위치 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이를 확인한 결과 국정원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제출한 증거 사진들은 모두 중국 연변에서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사진의 내부 정보를 감추고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조작하기 위해 디지털 사진을 A4 용지에 프린트해서 제출했다. 사진의 내부 정보도 조리개 값과 노출 시간 등 극히 일부 정보만 첨부해서 제출했을 뿐이다.
여동생에 대한 강압수사, 그리고 '디지털 증거조작' ▲ 노래방 사진
유씨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노래방 사진, 중국 연변임을 사진 내부 정보로 확인할 수 있다.
변호인 측은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국정원이 일부 증거를 은폐한 사실도 밝혀낼 수 있었다. 작업 결과 유씨가 중국 연변의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찾아냈는데, 이 사진을 찍은 날짜는 유씨가 북한에 잠입한 날이라고 국정원이 주장한 날짜였던 것이다.
변호인 측이 이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며 왜 국정원에서는 이 사진을 제출하지 않았는지 묻자, 국정원 포렌식 팀은 실수로 이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이 작업에 사용한 프로그램은 국정원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인케이스란 증거 조사 프로그램이므로 작업 결과는 같을 수밖에 없다. 증거 조사 프로그램은 누가 사용하든 같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즉 국정원도 당연히 노래방 사진을 확인했을 것이란 뜻이다.
대한민국의 보안을 책임지는 국정원의 디지털 포렌식 팀이 일개 민간 포렌식 전문가보다 못할 리는 없으므로 국정원이 정말로 노래방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국정원 포렌식 팀은 당연히 노래방 사진을 발견했지만 국정원 고위 책임자가 원하는 대로 유씨에게 유리한 노래방 사진을 증거에서 제외했을 것이라는 것이 가장 합당한 설명이 아닐까?
유씨의 디지털 사진 조작 행위는 너무나 명확한 사례였기 때문에 재판부도 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렇게 국정원은 공안 사건, 국가보안법 사건을 수사하면서 증거를 조작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국정원의 조작 행위를 밝히는 방송을 막고 있어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 수도 없다.
▲ 사진 내부 정보 노래방 사진의 내부 정보(EXIF) 이미지, 북한에 갔다고 국정원이 주장한 날에 연변 노래방에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추적 60분 > 은 오랫동안 이 사건을 취재해왔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방송을 미루어왔다. 이제 유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국정원의 증거 조작을 알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KBS는 석연찮은 이유로 < 추적 60분 > 의 방송을 미루고 있다.
또 다시 국정원이 정확한 내용 파악이 힘든 녹취록만으로 한 국회의원이 내란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하고 있는 지금, 죄 없는 자가 여론 재판을 통해 간첩으로 몰렸던 7개월 전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민들에게 국정원의 과오를 정확히 알릴 수 있도록 < 추적 60분 > 의 방송을 허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