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표류기는 한 정착민 오유인이 표류한 아재들을 관찰한 관찰 일기임.
때는 을미년(乙未年) 5월경 한 손에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요상한 네모난 상자를 든 낯선 자들이 이 곳 오유에 표류했다.
그 몰골은 많이 지쳐 보이고 곡기를 며칠간 때우지 못한 것으로 보이나
커다란 머리와 넓다란 이마 밑에 자리한 그 눈 만큼은 대보름 달마냥 밝게 빛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필히 고된 여정을 보냈을 터인데 누런 이를 들어내며 우릴 향해 새색시를 마주한 새신랑 마냥 환희 웃고있었다.
뭍에 오른 그들은 늦 봄 바닷물이 꽤나 추웠던지 연신 ㄷㄷㄷㄷ 거리며 떨고있었다.
온 동네 사람이 모여 그들을 두려움과 호기심 섞인 눈 빛으로 바라 보고있었다.
그 미묘한 호기심과 두려움의 경계는 마치 그 전날 임진년 왜놈들의 조총을 본 그것과 다를 것 없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과 이내 사나운 발톱을 들어낼지도 모른다는 경계심 앞에 동네 바보 녀석 마저 차분함을 유지했다.
우리 역시 형편이 넉넉치 못했으나 그들에게 그나마 풍족한 귤을 나눠주었다.
그들은 어찌하여 귤이 이리도 흥한지 모른체 그저 거뭇한 수염에 설익은 귤을 흘려가며 게걸스래 귤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직 바다 추위가 가시지 않은 듯 여전히 덜덜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가리키며 아재라 하였다.
아재들은 귤에 대한 답례로 네모난 상자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 상자안은 실로 천지가 개벽할 장관이 담겨있었다.
그 상자안에는 우리가 본적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가본듯 가보지 않은, 두려운 동시에 경이로운 세상이 담겨있었다.
실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던 우리를 보며 아재들은 그들만의 손짓으로 본인들의 고향에는 더 기발한 재주를 가진 자들이 즐비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우리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저 우리 눈앞에 놓인 것들에 감탄하고 있었을뿐..
우리는 아재들의 비범한 재주에 감탄하고 그들을 더 지켜보기로 한다.
그렇게 그들에게 마을 어귀에 군역에 가거나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 이들이 남긴 빈 방들을 거처로 제공하고
아재들 스스로 원하는 방에 머물도록 하였다. 그렇게 이곳에서 아재들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다.
(자유게에 썼다가 삽시간에 묻혀 아쉬운 마음에 이곳에 다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