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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사심이 생긴 연봉협상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5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5
조회수 : 4329회
댓글수 : 94개
등록시간 : 2015/05/12 10:43:57
우리 회사는 매년 4월이면 연봉협상을 당한다. 연봉협상을 앞둔 3월 2째주 부터 평소에는 온화한 미소로 성공한 CEO들이 하는 고품격 깔깔 유우머를
남발하시던 사장님은 무서운 매의 눈으로 직원들을 감시하고 쓴소리와 지적질을 아끼지 않으신다.
평소 생긴 것 답지 않게 능수능란한 업무스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야 *대리 너는 회사원이 무슨 애처럼 옷을 입고 다니냐! 나이에 걸맞게 입어"하며 패션센스에 대한 지적질을 당했다.
나의 첫 직장생활 사수는 직원은 딱 3번 당당하면 되는데 1. 면접 볼 때 2. 사표 낼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봉협상 할 때라 하셨다.
하지만 작년 연봉협상에는 사장님의 회유책과 "너 니까 이만큼 올려주는거야"라는 달콤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사장님이 제시한 금액에
오케이하고 계약연장을 했지만 올해는 반드시 내 주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었다.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앉으면 멘트의 시작은 항상 "불황"을 이야기 하신다. 작년에는 "한글창제 이후 최고의 불황"이라 언급하셨는데
과연 올해는 어떤 불황 멘트를 날리실까 기대가 됐다. "단군이후 최고 불황? 아니면 직립보행 이후 최고의 불황?" 
사장님의 불황은 더욱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사장님께서는 "너 요즘 징비록 보냐? 류성룡이 징비록을 쓴 이후로 최고의
불황이야 요즘이..."라고 말씀하셨다. 실망했다. 작년에 조선시대 였으니 올해는 최소 김유신이 칼 휘두르며 말의 목을 베며 전성기를 보냈던 신라시대까지는 갈 줄 알았는데....
그리고 사장님은 작년 회사 창립이후 최고의 매출을 올려 직원들에게 월급 외 베풀었던 인센티브와 해외 여행 등을 말씀하셨다.
"작년에 *대리, 자네 인센티브도 받고 해외 연수도 보내줬잖아...나는 이렇게 성과가 나면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사람이야..."
"저.. 사장님 인센티브는 저말고도 전 직원이 받았구요. 그리고 저 태국가서 진짜 싫었거든요..."
태국이야기를 했을 때 사장님도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차.. 저 새퀴 태국가서 놀림만 당하고 왔지...
"아..너 태국 싫어하지.."
나는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작년에는 사장님 제시안을 받아 들였는데, 올해는 조금 더 저의 의견을 반영해주시죠..."
사장님께서는 "그럼 얼마나 올려주길 바라는데...한 번 말해봐" 사장님은 "하~ 이 새퀴 봐라..."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 이러다 나 짤리면 어떻게 하지...이런 불황에 짤리면 갈데도 없는데..."하는 약한 마음도 들었지만, 나의 두꺼운 입술을 가진 입은
거침없이 당당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작년에 5% 인상해주셨으니 올해는 6%는 해주십시오..." '담배 값도 올랐고...애기 기저귀 값도... 그리고 애가 이제 쌀을 먹어요..'
사장님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야.. 이 멍청한.. 너 지난 번 주간 회의 때 내가 올해 기본 연봉 인상율이 8%라고 이야기 한거 몰라?"
아뿔싸... 난 또 지루박 아니 사장님의 지루한 이야기에 잠시 나라 걱정을 하며 애국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가 그 중요한 발언을 못 들었다.
이런.. 이미 6% 불렀는데 사장님께 "취소 취소 퉤퉤퉤" 할 수 도 없고,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5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사장님께서는 평소의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가셔서 "그럼 원하는데로 6% 인상해줄께 뭐.. 내 입장에서는 고맙지.."
내 마음속은 술마시고 지하철 막차를 바로 앞에서 놓친 절망적인 상황의 기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업계 최고의 대인배이자 위대한 수령 아니 관대한 사장님께서는 "작년 자네 수고한 것도 있고, 올해 기대도 크니 연봉 10% 인상해주고,  다음달부터 과장으로 승진시켜줄테니 좋은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네 허허허" 라고 하셨다. 그리고 "야 그리고 너 게임 좀 하지마.. 직원들 사이에서 소문 다났어"라고 경고도 함께 주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광우병걸린 젖소처럼 무릎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을 뻔 했다. 오오오~~ 마스터!!!!
진심을 다해 사장님께 "감사합니다. 사장님 앞으로 충성.. 아니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지루박이라는 별명 사실 제가 만든 겁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태국인 닮았다고 놀리셔도 되고, 맘껏 부려먹어 주세요.
 
아 그리고 저 이제 과장되었습니다!!!
출처 지루박이라 불리는 사장님과 생계를 건 노사간 대화
(말씀하시는게 지루해서 지루박이라 부름 / 뜻풀이 : 지루한 박씨)
사장님 사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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