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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졸업생들, 학교 잔디밭에 모여 '시국선언'
게시물ID : sisa_435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봄의천국
추천 : 12
조회수 : 134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9/05 12: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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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선언 발표
ⓒ 김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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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 가을 입구에 방금 들어선 듯 하늘이 훌쩍 높아진 날, 덕성여대 잔디밭에 동문들이 모였다. 스무 명이 조금 넘는 동문이 모였는데 전체인원은 서른이 넘었다. 엄마를 따라 나들이 온 올망졸망한 아이들 덕분이다. 아이들을 위해 열 명쯤 함께 들어야 옮길 수 있는 평상을 번쩍 옮겨다 놓고, 음식담당 동문이 집에서 만들어온 정갈한 음식도 늘어놓고 시끌벅적 즐겁게 행사는 시작되었다.

덕성여대 민주동문회에서 주최한 '모교방문의 날' 행사 1부는 '그동안 뭐하고 지내셨어요?' 순서. 모든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자기소개와 함께 요즘 사는 이야기, 학창 시절의 추억 등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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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하고 있는 박명숙(약학78) 동문
ⓒ 김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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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학번 참가자 였던 박명숙(약학78) 동문은 "내가 78학번인데 여기에 78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도 별로 없다. 어린 후배들이 아이들을 데려온 걸 보니 내가 꼭 할머니가 된 것 같다"고 하며 "70년대에도 세상은 지금처럼 어두웠다. 사는 의미를 잃을 정도로.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 절망하지 말고 다독거리며 살자"고 후배들을 어루만졌다.

이정득(국문96) 동문은 "2001년 비리재단과 싸울 때 학생대표들이 단식하는 걸 더 따뜻하게 도와주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부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105명의 동문들이 동참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덕성여대 동문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경과보고와 '인증샷' 남기기를 하고 행사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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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짝 웃고 있는 동문들
ⓒ 류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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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 위에서 울고 웃는 동문들,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평화와 행복 그 자체였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줌마들이 애들을 들쳐 업고 촛불집회를 나가고, 동문행사에 와서 시국선언을 발표해야 할 정도로 세상은 뒤숭숭하다. 더구나 각자 자기 삶을 살아내느라 바빠서 이 잔디밭위에 함께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동문들은 확인했다. 자신의 빛나는 청춘 시절을 함께한 사람들을 마음 터놓고 만나면 즐겁고 따뜻하다는 것, 저명한 교수집단이거나 경건한 종교인들이 아닌 평범한 그 누구라도 '시국'을 논하고 그에 대해 뭔가를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생활인으로서의 동문들이 사회곳곳에서 세상을 염려하며 살아가다 이렇게 모여 힘을 보태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행복한 동문들의 얼굴을 보며 민주동문회가 학창시절의 추억을 함께 떠올리며 울고 웃을 수 있는 둥지여야겠구나, 세상이 뒤숭숭할 때 최소한의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는 광장이어야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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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선언 후 아이들의 그네가 된 플랑카드
ⓒ 김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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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덕성여대 졸업생 시국선언
3.15부정선거로 하야한 이승만으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정부는 오랫동안 반민주, 반민중의 뿌리를 대를 물려 계승해왔다. 유신으로 국민의 숨통을 조이고 죽이기를 서슴지 않았던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의 뿌리는 21세기 현재, 그의 딸 박근혜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87년 민주화항쟁으로 얻어낸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지금, 권력자들의 악랄하고 저열한 범죄행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수수방관 할 수 없어 덕성여대 졸업생들은 시국선언을 발표한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지펴진 분노의 촛불이 전 국민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많은 민중들이 오랫동안 자기 피와 넋을 바쳐 이룩해온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가의 존립 기반을 뒤흔든 사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정원이 2012년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이제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문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단순히 국정원만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박근혜의 권력 장악이라는 목적 아래 권력층의 종합적인 협력을 통해 저질러졌고, 지금도 저질러지고 있는 범죄라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당시, 대선관련 댓글을 작성한 국정원 여성 직원을 고발한 야당 후보에게 '폭력'과 '감금'은 '그 여성 직원에 대한 인권유린'이라는 주장을 하며 역공격하였고, 국정원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셀프 개혁을 외치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야 할 경찰은 숱한 댓글을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지시에 따라 여직원이 사용한 PC의 기록삭제, 댓글 자료 폐기 등 과감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허위사실을 발표했다.

사법정의를 구현해야할 검찰과 법무부는 원세훈, 김용판 이하 범죄자들을 관대하게도 구속처벌하지 않았고, 국정원은 궁지에 몰리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조작·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가의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조직임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새누리당 역시, 국정원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논란으로 물 타기 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하게 된 국정조사는 각종 트집 잡기와 행패를 일삼아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했다. 

마지막으로, 언론은 이 모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알려야 할 사명을 집어던진 채 여당 감싸주기와 촛불집회 외면 혹은 왜곡보도로 바쁜 상황이다.

이쯤 되면 손에 권력을 쥔 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동원해 왔는지, 국민들을 얼마나 속이고 이용해 왔는지, 그로 인해 우리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으려 하는지 알 수 있다. 

권력자들의 횡포를 멈추게 하고, 우리의 미래를 희망차게 만들 수 있는 힘은 오직 하나! 민중들의 힘! 촛불의 힘! 이다.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회발전에 공헌하고 있는 우리 덕성여대 졸업생들 역시 그 촛불의 힘에 작은 힘을 보탤 것을 결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제대로 처벌하라!
하나, 민주주의 파괴집단, 범죄 집단 국정원 해체하라!
하나, 모든 사건의 실질 배후,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

2013년 8월 31일 
국문 김미숙, 김은종, 김주연, 김혜진, 김희선, 류지형, 서연경, 서원희, 송향미, 윤효정, 이정득, 정주희, 채혜수, 함윤정, 홍서정, 황선/영문 박준영, 배혜정, 송수진, 양아영, 이수미/독문 서정자/중문 강누리, 강현분, 성경남/일문 강혜진, 박지은, 임미애/스페인 이희경/사학 김옥난, 김승은, 김자명, 문소영, 서혜진, 양순복, 유서경, 임나영/미술사 전정하/경영 권옥분, 김미애, 김정민, 김정선, 김지윤, 배지영, 백은선, 백혜진, 송혜성, 이승현, 이연지, 정민주, 조은설, 허미영/사회 김은희, 박경은, 박은경, 양지현, 이지현(94), 이지현(87), 이현정, 채유선, 한성숙, 한승현/전산통계 고묘정, 공은희, 김은진, 배은영, 이수경, 이승은/인류 김다정, 남영아, 안지은, 주지은/회계 김민환, 박단비, 정희윤/아가 김수영, 이정현, 주하나, 한지윤, 황희란/유교 김윤진, 이지원/무역 김숙현/국통 민지애/문정 조수원/심리 김은별, 박윤정/사회복지 최윤숙/수학 김종수, 문지연, 성지윤, 신은옥, 심민정, 안은경, 전민아, 정선/컴퓨터시스템 박주희/인터넷정보 유은선/식영 김초은, 전혜영/화학 이종미/서양화 이소원, 진정연/시각 김현수/ 실내 장유진/약학 박명숙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2927&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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