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퐝규와 분당의 마이클캐릭의 A매치 데뷔.
게시물ID : military_43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인용
추천 : 3
조회수 : 4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7 01:23:15
군인들은 축구를 많이 한다. 일과가 끝나고, 주말에 할일이 없을때, 체육대회 등등 짬만 났다하면 무조건 공부터 차고 본다. 공만 있으면 할수 있는 운동이기도 하고....

글쓴이는 옆집 똥개가 '형님'이라고 할 정도로 개발중의 상개발이다. 그래서 축구를 너무너무 싫어한다. 하지만 고참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밥 딸리면 뛰어야지.'

일병을 단지 얼마 안된 어느날, 일과가 끝난 후 고참들이 하나 둘 모여서 공을 차기 시작했다. 8명이서 하는 미니축구가 재미가 없었는지 이내 접고 밖에 있던 일인용 일병에게 이야기했다.

"야 축구하게 다 나오라 그래."

아 시x 축구좀 그만해.....

"축구하러 나오시랍니다!!"

1분이 안되는 시간만에 막사에 있던 인원들이 전역자들에게 물려받은 유니폼을 입고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모두 나와 슬슬 몸을 풀고 있는데 각 분대 분대장들이 쑥덕대는게 보였다. 그리고 이내 분대장들은 외쳤다.

"1,3분대 한팀, 2,4분대 한팀 해서 음료수 내기다!"

그렇다. 오늘은 군대스리가의 평가전이 아닌 내기가 걸린 속칭 'A매치'가 열리는 날이었다. 타이틀이 걸려있지 않은 경기는 그냥 평가전처럼 설렁설렁 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내기가 걸린 A매치만큼은 고참, 후임의 경계가 없는 진짜 축구라고 봐도 된다. 무서운 고참조차 자신의 피지컬만 된다면 제껴버려도 크게 상관이 없다.

그리고 일인용 일병은 오늘이 첫 A매치 출전이었다. 평가전에 임하는 마음가짐과는 확실히 다른 기분이었다.아인트호벤에서 맨유 이적하는 당시의 박지성도 지금의 일인용 일병만큼 떨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인용 일병의 동기 1분대의 두더지 일병은 전혀 긴장하는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마치 국내외의 모든이들의 뒤통수를 치고 당당한 박주영의 모습과 흡사했다. 

"야....닌 긴장 안되냐?"

하지만 동기의 입에서는 상상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임마....내가 분당의 마이클 캐릭이야. 딱 봐라."

두더지 일병, 자칭 분당의 마이클 캐릭이란 이 친구를 설명하자면........

쉽게 설명하자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핸더랜드 대모험에 나오는 악당 '스!노우맨"과 같은 체형을 가진 남자였다. 튀어나온 똥배에 젓가락같이 얇은 다리....아무리 봐도 마이클 캐릭과는 매치가 전혀 안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활약은 평가전을 통해서 익히 봐 왔다.....그의 피지컬은 정말 눈물밖에 안나온다.

100미터를 25초만에 주파하는 주력, 누구와도 부딛혀도 자신이 튕겨나가는 몸싸움실력, 부정확한 패싱, 갖다 대기만 하면 상대편에게 공을 보내는 퍼스트 터치 등 축구를 전혀 안해본 본인이 상대해도 쉽게 제칠수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분당의 마이클 캐릭이라니......

팀을 짜고 포지션을 분담하고 있었다. 오늘의 타겟맨은 일인용 일병이 소속된 4분대의 퐝규 상병이었다. 퐝규 상병은 180에 근접한 제법 큰 키를 갖고 있었으며 그에 맞는 적절한 파워를 갖고 있었다. 평가전에서 가끔 보여주는 예상 외의 운동능력을 믿고 이번 경기에 공격수로 낙점되었던 것이다. 
경기를 시작하기 위해 연병장에 모였고 일인용 일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분대의 동기 두더지 일병이 윙 포워드 자리에 서 있었다. 내가 축구를 안좋아하긴 하지만 적어도 마이클 캐릭이 윙포워드가 아닌건 알고 있다. 하물며 고작 그정도의 피지컬로 윙포워드에 서있는 놈을 보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삐익!'

드디어 킥 오프!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었다. 팀원들은 오늘만큼은 고참, 후임 없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몰고오는 병장들에게도 깊숙한 태클을 남발했다. 물론 고참들은 드리블하면서 장난치듯이 비키라고 외쳤지만 그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녀석들도 아니었다. 모두가 격렬한 경기중이었지만 이상하게 분당 캐릭에게 공이 가면 게임이 루즈해졌다.

그의 드리블은 마치 양반님 걸음과도 같았다. 하지만 고참들은 그게 웃겼는지 제대로 수비도 안하고 낄낄대며 쳐다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 먹히면 수비수랑 골키퍼가 욕먹는다' 라는 생각이 든 일인용 일병은 과감하게 몸싸움을 걸었다. 그 결과.....

두더지 일병은 자신의 별명 두더지처럼 바닥에서 흙먼지 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어이없는, '와 이걸 뺏어?' 라고 말하는 표정또한 일품이었다.
그 때였다. 일인용, 두더지 일병의 몸개그를 보고 웃느라 정신없던 고참들 사이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퐝규 상병이 보였다. 일인용 일병은 공을 몰고 중원을 가로질렀다. 웃느라 아직도 정신팔린 고참들은 일인용 일병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중원을 초토화(?) 시킨 뒤 공은 송병장에게 연결되었다.

송병장은 마치 메시가 군대에 입대한듯 엄청난 드리블 속도로 측면을 내달렸다. 일인용 일병보다 후임이라 웃지 못했던 수비수들은 송병장을 막으려 달려들었으나 그의 드리블은 거침이 없었다. 메시처럼 작은 키의 송병장이었지만 메시처럼 공에 대한 집념이 엄청났다. 세명의 수비진들이 한번에 달려들었지만 그들을 모두 제껴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측면에서 동네축구에서는 필요도 없는 낮고 빠르게 깔린 크로스, 그 센터링은 정확히 퐝규 상병을 향해 날아갔다. 흔히들 말하는 '택배 크로스' 한번 잡은 기회는 놓치지 않는 퐝규 상병의 헤딩이 작렬했고 공은 상대편의 그물을 흔들었다.

"야바레!!!!!!!!!!!!!!!우워어어어어!!! 야바레!!!!!!!!!!!!!'

A매치 데뷔 1호골을 기록한 퐝규 상병은 자신의 특유의 추임새였던 '야바레'를 외치며 세레모니에 여념이 없었다. 모든 소대원들이 그의 1호골을 축하해주었으며 분대원들도 모두 기뻐했다. 그렇게 주도권을 잡은 2,4분대 연합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A매치 1호골에 온 힘을 쏟아부은 퐝규상병은 후반전 체력저하와 골 결정력 저하로 4:1이라는 거짓말 같은 스코어로 참패했다. 



결국 음료수는 퐝규상병이 샀고, 그 음료수는 1호골과 바꾼 음료수였다. 무슨 기부금 입학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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