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아마... 이번주 금요일 연재는 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딧세이가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1페이즈도 끝났고...
다음주에 다시오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35.
월요일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하암..."
어제 조금 늦게까지 톡을 하다 잤더니, 피곤하다. 다행히 알람을 맞춰둬서 제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다.
하연이도 일어났으려나.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지만, 느긋하게 준비할 시간은 없었다. 하연이와 같이 갈 생각이었으니까.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준비 해야 했다. 오늘까진 아직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오늘까지만 지나가면 안심할 수 있었다.
집에서 나와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다가, 다시 채웠다. 어차피 같이 갈 건데, 자전거를 챙길 필요는 없었다. 자전거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는 하연이의 집 앞으로 걸어갔다. 언제 나올려나. 슬슬 나오겠지. 살짝 초조한 감정이 들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었다. 딱히 무슨 일이 어제의 고백 때문에 낯뜨거워서 그런 걸까.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볼 자신이 없기도 했다.
괜히 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그것도 그렇지만... 미묘한 감정. 불안감일지도 모르겠다. 리와인드가 있었으니. 그것에 대한 불안감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연이가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전남석?”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아파트 현관에서 하연이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자, 마음속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모두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어. 왔어?”
“같이 갈라고 먼저 나와서 기다린거야?”
“크흠.”
내가 멋쩍게 헛기침을 하자 하연이가 웃으며 말했다.
“뭐야. 톡이라도 하지.”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진 없지. 아무튼 가자.”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하연이한테 손을 내밀었다.
"응."
하연이가 해맑게 웃으며 내 손을 마주 잡았다.
맞닿은 손의 감촉에 손을 살짝 힘을 줘 쥐었다가, 풀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뭔가 드디어 이렇게 되었다라는 느낌. 고생고생한 끝에 도전과제라도 하나 달성한 느낌이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는 이 잡은 이 손을 놓치지 않기를. 그리고 뒤늦게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서 리와인더를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나는 하연이를 반까지 바래다줬다. 물론 학교 안에서까지 손을 잡고 다니진 않았다. 애들의 눈총이 뜨거울 테니까. 아니, 같이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총이 뜨겁긴 했다. 교실로 들어오자마자 시선이 모이는 게 느껴졌으니까. 평소엔 신경도 안 쓰던 애들이 말이다. 티 내지 않으려 흘깃거리는 것 같지만 당사자로썬 모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한테 아닌 척 모이는 시선을 무시하며 자리에 앉았다. 수근수근 대는 게 신경 쓰이긴 하지만... 신경 끄자. 그거 말고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하연이를 확인하고 또 1시. 점심시간이 겹치는 그때는 확실하게 같이 있어야 한다. 위치가 아파트인 것은 의문이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둬서 나쁠 건 없겠지.
그리고 방과 후와 학원까지. 어차피 같은 학원이고 크게 문제 될 건 없겠지. 오히려 어제처럼 스토킹 같은 짓은 안 해도 되니 훨씬 나았다.
“너 진하연이랑 사귀냐?”
앞자리에 앉은 녀석이 나한테 물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궁리하다가 굳이 부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보는 눈이 많았으니 알면서도 물어보는 거겠지.
“응. 뭐...”
“오... 진짜? 언제부터?”
아니. 부정했어야 하나 무시했어야 하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될 것 같은데. 뭐 나쁜 뜻은 없겠지만...
그때 다행히 담임이 들어오며 조회를 시작했다.
담임은 방학 때까지 단축 수업에 대해 이야기와 몇 가지 간단한 이야기를 하고는 금방 나갔다.
단축 수업. 그러면 1시에 어디에 있지? 아파트가 가능한가? 아니 조금 애매했다. 1시 40분은 되어야 끝나니까. 원래도 이상했지만, 단축 수업을 한다고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저번 리와인드가 1시인 건 설명이 안 되는데...
어떻게 된 거지? 그 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려 보는 것밖에 없나.
그러나 내 걱정과 다르게 일단 학교가 끝나는 시간까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질문 공세에 시달리긴 했지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방과 후 하연이의 교실에 찾아온 지금도 별 이상은 없었다.
이미 사건의 위기는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전 리와인드의 계획이 맞지를 않았으니까. 이제 와서 리와인더를 믿지 않기에는 겪었던 기현상들이 있었다. 무시할 수 없는 기현상들. 물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본다면 어찌 되건 오늘만 넘기면 사건을 넘겼다고 봐도 되겠지.
그게 아니면 사건이 계속 미묘하게 바뀌었을 경우도 가정할 수 있다. 처음엔 다섯 시였다가, 나중에 점점 시간이 앞당겨진 것으로. 한시. 이게 틀린 게 아니라 사건이 변화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 건 확실하지 않았다.
“왔어? 빨리 왔네?”
종례가 끝났는지 하연이가 뒷문으로 나와 나한테 말했다. 당연히 빠르지. 종례도 안 듣고 왔으니까. 담임도 별로 신경 안 쓰니까. 며칠 전에 사고 났을 때나 눈총을 줬지. 나는 하연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응. 가자.”
하연이가 내민 내 손을 마주 잡는다. 아까는 시선을 신경 썼지만 이미 쉬는 시간 동안 몇 번이나 찾아가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처음에만 좀 주목하는 듯하더니 이젠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으니까. 그냥 야유를 조금 보내는 정도뿐이다.
걸어가며 잡은 손을 내려다본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인데, 벌써부터 자연스럽다. 리와인더 덕분일까. 그게 없었으면 고백할 자신도 그리고 그 전에 사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리도 없었으니까.
“뭐야. 무슨 생각해?”
하연이가 뚱한 표정으로 내 손을 슬쩍슬쩍 당기며 물었다.
“그냥. 좋아서.”
“나랑 손잡는 게 그렇게 좋아?”
“그것도 좋고. 이렇게 함께하는 것도 좋고.”
“왜? 평소에도 보통 같이 가잖아?”
“지금은 입장이 다르잖아? 감회가 새롭지.”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잡은 손을 보란 듯이 흔들었다. 확실히 감회가 새롭다. 손을 내리고는 꼭 쥐며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을 거라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왜 그래? 갑자기 정색하고?”
“아냐. 아무것도.”
나는 표정을 풀면서 대답했다.
그래. 오늘만 지나가면 된다.
“오늘 뭐 해?”
“... 아니. 왜?”
“학교도 일찍 끝났고. 어차피 학원 가려면 시간 좀 있잖아. 놀러 갈까?”
“어...”
어쩌지? 괜찮으려나? 한 시도 지났고 거의 두 시가 다 되어간다. 학원이라 해봤자. 5시나 좀 넘어서. 사건 위치도 아파트. 지금 놀러 가면 아예 그 위치를 통과하지 않는다. 놀러갔다가 학원으로 가면 적어도 8시까진 아파트 단지 쪽으로 안 오고 10시가 넘어서 들어오게 되니 오히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돌발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게 두려웠다.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었다. 좋은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
물론 맘 같아선 하연이를 따라 놀러 가고 싶지만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왜? 걸리는 거 있어? 숙제?”
“아니. 가자.”
그래도 위험 장소를 피하는 쪽이 더 낫겠지. 게다가 오늘이 끝날 때까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학원이 끝나 하연이를 배웅해주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10시를 한참 지나 11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리와인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월요일을 무사하게, 별다른 일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약간 허무함이 느껴졌다. 긴장해왔던 것에 비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앞선 리와인더에서 나는 어떤 걸 겪었던 거지. 뭘 바꾸려 한 건지.
... 대략적인 이미지만 떠오를 뿐이다. 그것도 추측에 불과하다. 아무렴 어떠랴. 월요일은 끝났고 리와인더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