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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아무도 오지 않았다
게시물ID : humorbest_436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역왕
추천 : 52
조회수 : 4765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2/02 16:22: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1/28 01:56:46




BGM출처 짤모아(http://jjalmoa.com)

아버지께서 위급하다는 연락을 받은 아들은 급하게 아버지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보니 이미 아버지는 숨이 다하여 조금도 움직일 기색이 보이지않았습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장례식을 치른 후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아버지가 쓰던 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주인 잃은 방은 쾌쾌한 냄새와 함께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오랜 물건들이 잠자코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쿨럭 거리는 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이것 저것 쓸만한 것과 버릴 것을 가리기 위해 물건들을 뒤적거리다 서랍 속에서 꽤 두꺼운 노트를 발견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일기장이었습니다. 아마도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시작된 일기인 듯 했습니다. 일기장을 펼쳐보았습니다. 색바랜 종이 자체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말해주었습니다. 날짜와 그 날의 근황들이 순서대로 하나씩 적혀 있었습니다.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빈 종이 위에 '오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라는 짧은 한 줄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그런 날들이 며칠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페이지 상단에 별 표시가 있는 부분이 나왔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의미의 표시인 듯 했습니다. 그 곳엔 큼지막하게 '아들 전화' 라는 제목이 있었고 종이 위에는 그 날 아들과 통화했던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있었습니다. 아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날엔 별표시가 몇 개 중복되어 있는 페이지도 있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처음엔 별표시가 3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번, 그리고 보름에 한번, 나중으로 갈 수록 한달에 한번.... 최근으로 갈수록 몇달에 한번 꼴로 진하게 별표시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느 페이지를 열어보았습니다. "아들 보고 전하를 햇다. 바쁘다고 햇다. 시간 나면 놀러오라고 햇다. 내 생일인지도 모르는거 가타따. 바쁜데 괜히 전하를 한거 갔다" 마지막 별 표시가 있던 날의 기록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들이 요즘 들어 마니 힘든가 부다. 술에 만취해서 전하가 왔다. 나보고 함께 살자고 한다. 가고 시픈 마음이야 굴뚝가찌만, 지들도 살기 힘든대 나까지 부터 있으면 더 폭폭할 터이니 괜찬타고 했다. 착한 녀석, 법 업서도 살녀석, 어릴 때 약 한 첩 몬 먹여 저리 비실한 건지... 보일러 바꿀 돈으로 보약 한 첩 지어나야 겄다.. 지 애미가 살아 있었으면 저리 두진 않을 터 인데... 보고잡다. 내 새끼" 한 참을 뒤적거려도 더 이상 진하게 별표시를 한 페이지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종이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라는 말만 빼곡하게 빈 일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아들은 무릎을 꿇고 통곡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불효잡니다. 아버지..."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부모 마음 자식이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 까만은, 그래도 자식 된 도리라는 것이 있기에,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그것도 안 되면 전화라도 했어야 하는데... 아버진 그 쓸쓸하고 외로운 시간 내내 자식 보고 싶은 마음, 그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거지요. 부모 마음을 알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라는 글씨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하루종일 처마 끝에 앉아 대문만 쳐다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시드는 꽃잎처럼 날이 지는 때 혼자서 먼 하늘만 바라 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상심한 별들은 조금씩 반짝이고 숲 속의 나무들은 밤 새 침묵했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까치가 아침부터 크게 소리 내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죽은 마누라가 밥을 떠먹이며 이제 그만 가자한다. 오늘은 올 것 같은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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