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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떠난 지 3달, 난 이제야 널 보낸다.
게시물ID : love_43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heN
추천 : 10
조회수 : 53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07 17:02:05
네가 날 떠나고 3달이 흘렀다.
누군가 말하길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숨도 쉬지 못하게 아팠던 가슴의 고통도 잦아지고, 이제야 나는 조금씩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1000일 간의 연애, 4년에 가까운 시간.
우린 참 많은 것들을 겪었고, 공유했다. 그 기억과 추억들은 아직 내 가슴에, 머리에 살아있다.
 
처음에는 그저 잊고 싶었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치 심장에 박혀있던 가시가 점점 더 깊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
 
잊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잊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아서,
잊지 않으면 어딘가 망가질 것 같아서,
 
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네 연락처를 지웠지만 아직 내 머리엔 네 핸드폰 번호 11자리가 각인 되듯 기억나는 것처럼, 그 추억들 역시 쉬이 잊어버릴 수 없었다.
너와 있었던 4년을 잊기 싫어일까,
아니면 이것도 나의 일부라는 생각에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 너를 잊지 못했다는 반증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나는 아직 그 추억들을 잊지 못했다.
단지 보기 싫은 걸 치우듯, 꾸깃꾸깃 구겨 기억 속 구석에 툭 하고 집어 던져뒀을 뿐이었다.
 
원래라면 일에 치여서, 사람에 치여서 기억나지 않아야겠지만, 오늘 문득 네 생각이 났다.
가슴이 쓰려 오고, 눈가는 촉촉해지며, 가슴과 목은 먹먹해졌지만, 언제까지 도망만 칠 순 없다.
슬슬 정리할 때가 온 것 같다.
 
넌 참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여자였다.
163의 적당한 키에, 보통 몸무게, 좋은 몸매, 예쁜 얼굴.
너와 같이 걸을 때면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에 나는 살짝 우쭐해지기도 했었다.
 
너는 또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다.
으레 다른 여자들처럼 ‘게임’이라고 하면 학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같은 취미를 공유해 주려 애썼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같이 해줬고, 하스스톤을 같이 해줬다.
참 행복했다.
나 또한 친구들에게 은근슬쩍 ‘나는 여자친구와 같이 게임을 한다.’며 자랑을 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욕설 섞인 부러움이 나는 참 좋았다.
 
너는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나는 미완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성격에 모가 난 사람인데도, 너는 나를 이해해주고 사랑해줬다.
1000일이 넘는 시간, 4년 동안 참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그리고 내가 힘들 때 언제, 어디서나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인지 깨닫게 해줬다.
 
그 외에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를 적으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그걸 전부 적었다간 눈물이 날 것 같아 그러고 싶진 않다.
네가 좋은 사람이었고, 네가 소중한 사람이었던 만큼, 내 공허는 채울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으니까.
 
너와의 추억을 되돌아봤다.
같이 찍은 사진들,
같이 갔던 장소들,
같이 먹었던 음식들,
같이 겪었던 경험들,
같이 느꼈던 감정들,
하나하나 곱씹어 가며 머리에 되살려봤다.
나는 머리가 나쁘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 전부 다 살려낼 순 없었지만... 그래도 너를 느끼기엔 충분할 것 같았다.
 
참 아름다운 추억들.
너와 함께 돌아봤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이제 없다.
 
너와 같이 만든 추억들이지만,
나는 이제 혼자 그 추억들을 돌아본다.
 
과거 네가 내 곁에 있었을 땐
그 추억 어디서든 네가 날 웃으며 반겼지만,
지금은 그저 공허한 바람만 스칠 뿐 아무도 없다.
이에 나는 씁쓸한 웃음을 흘리면서도, 계속해서 살펴봤다.
 
너와 함께 만든 세상은 참 아름다웠다.
그 속에 여전히 네가 있었더라면 더 좋겠지만,
이미 네 마음 속엔 내가 없고,
나 역시 너를 어느 정도 잊어가고 있었다.
아마 다시는 이 세상에 너와 함께 들어올 수 없겠지.
그렇다고 그 세상을 부수고 싶진 않았다.
 
네가 내 곁에 없다고 해서,
너와 함께했던 세상이 쓰레기가 되는 건 아니니까.
 
추억 하나하나,
네가 줬던 선물 하나하나,
너와 찍은 사진 하나하나,
 
전부 마지막으로 곱씹듯 기억해,
상자 안에 넣어 놓아줄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상자를 열 때는,
작은 슬픔과, 적당한 그리움, 그리고 행복함이 가득하겠지.
 
너와 만든 세상과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나는 임금님 귀 당나귀 귀 하는 심정으로 크게 외쳤다.
 
고맙습니다.
제 20대 초반을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담아줘서.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더 잘해주지 못하고, 내게 소홀해서.
 
사랑합니다.
세상 누구보다도 깊게 사랑했습니다.
 
진심을 담은 말.
돌아오는 대답 없이,
너와 만든 세계 속을 메아리치다 흩어진다.
나는 그 모습을 씁쓸하게 보다, 상자를 닫았다.
 
그리곤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그 상자를 밀었다.
기억 속을 헤매다가, 끝을 때리고 언젠간 다시 돌아오리라.
가슴 속에서 뭔가 커다란 것이 뚝 떨어진 기분이지만, 뭐 어쩌랴.
 
담배 한 대 피고,
독한 술 한 병 들이키고,
눈에 먼지라도 들어간 척 눈물 훔친 뒤,
 
다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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