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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에서 낯선 여자분과 서로 기대서 잔 설
게시물ID : humorstory_436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화살혀니
추천 : 3
조회수 : 191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24 21:47:40
10년도 넘은 기억인데 아직도 그 기억이 뚜렷하게 남는다. (모바일이라 오타있어도 이해부탁드려요.)

대전에서 회사를 다녔고 주말에는 성남에 다녀왔다. 당시 성남시외버스는 모란역 주변 터미날에 허름하게 있었다.  그날도 주말을 쉬고 대전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전 아리따운 아가씨가 긴머리를 흩날리며 본인의 자릴 찾고 있다가 내 옆에 앉았다. 흠흠. 뭐 딱히 어색하고 해서 나도 이어폰꽂고 창밖만 무심히 바라보았고 그녀도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차가 출발하고 차안은 뭔가 오묘한 분위기였다. 겨울이라 시외버스는 히터를 빵빵 틀어줬고  밖은 어둑어둑하고 창은 습기가 뿌옇게 맺혔다. 기사가 듣는 음악소리만 작게 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시간쯤 쿨쿨 자다가  잠을 깨보니 옆자리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고 나역시 그녀 머리에 기대 자고 있었다. 헐. 난 세상모르고 두시간을 쿨쿨 자다가 모르는 사람 머리에 기대자고 있었네 ㅡㅡ난 깼지만 여자분은 계속 잠들어 있었다.여자분이 얼마나 내 어깨가 편한지 새근새근 아기처럼 숨소리까지 내면서  기대자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내가 움직이면 바로 깰것 같은데 어쩌지. 그녀 머리에 샴푸향기가 정말 향긋하긴 했다. 그때 생각엔 내가 일어나면 이분 디게 어색해하겠다 싶어 그냥 그만히 있었다. 다행히 버스는 얼마후 대전 북대전 톨게이트를 지났고 살짝 자세를 바로앉았다니 예상처럼 그녀가 깨버렸다. 그녀도 좀 민망하고 미안한듯 (나는 안미안한데) 서로 어색하게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내렸다.

10년도 넘은 기억인데 아직도 그 기억이 뚜렷하다. 지금이야 그럴 일이 없을 테지만. 젊었을 때 스쳐지나간 나쁘지 않은 기억이다. 
출처 내 10년전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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