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대배치 처음받았을때
대대장이 동기들 다모아서 면담했거든요.
42살 먹은 소령인데 대대장 생긴게 원피스T본 대장이에요. 그러니까 떡대있는 해골상임. 어쨌던 다 모아가지고 막 이야기를 하는데 군대생활 뭐 그런거랑 자기 지휘철학같은거에 화이트보드에 고사성어 한자로 써 가면서 막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뭐 이야기에 한자를 막 쓰면서요. 그리고 한자를 또 화이트보드에 적어서 설명을 해주면서. 그러면서 막 그렇지 않나? 그렇지 안나? 자꾸 물어봐요 우린 뭐, 그때마다 '예 그렇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했고요.
개 지루했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참 군인답게 뭔가 고지식한 사람 이다 싶어서 좀 안심. 그 왜 고지식한 사람이 좀 믿음가는거. 그런 식으로...
그런데 그렇게 잘 하다가 갑자기 뜬금포로
"자네들 왜 사람이 육 칠십살 까지밖에 못사는지 아나?" 하고 한명 한명 물어보더라고요.
뭔가 싶었음. 왜 그렇게 까지 밖에 못 사는지 갓 스물넘은 새끼들이 당근 모르지.
"모르겟습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원래 말이야 사람이 200살 넘게 살 수가 있어. 옛날에는 전부 그렇게 살았어."
?!
뭔가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함.
"옛날에는 사람이 고기도 생으로 먹고 쌀도 생으로 먹잖아? 생식. 생식을 하면 사람이 200살 넘게 까지 살수있어.음식을 익혀먹어서 육 칠십살 까지밖에 못하는거야."
"맘 같아서는 내 대대원들 한테도 생으로 먹이고 싶지만 군법에 어긋나니까 어쩔수 없이 조리해서 먹이고 있는거지.참 안타까워"
말 들으면서 순간 아득해졌죠. 와... 잘못걸렸구나..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자네는?"
"예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냥 처음에는 이사람이 위아래 관계 이용해서 장난까나 싶었는데.
하지만 몇주 지나고 부대 돌아가는 거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레알 또라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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