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해계실 때였다.
할머니는 당시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고, 노환과 여러 합병증에 병원에 계셨다.
하지만 상태가 나쁘시진 않았고, 대화도 하셨다.
어느날 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 꿈은 너무도 생생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우리 동네 근처에 왕복 8차선 도로가 있다.
거기에는 신호등이 두 개 있었다.
4차선 지나 신호등 1개, 또 4차선 지나 신호등 1개... 뭐 그런 구조였다.
꿈 속에 나는 그 신호등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안개는 너무도 자욱했고, 신호등의 연속된 빨간 불만 눈에 띄었다.
꿈 속에서 나는 뭔가 불안했다.. 빨간불이 자꾸 바뀌지 않아서.
그런데 문득 저 도로 반대편을 보니 누군가 서 있었다.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는데, 실루엣만 보였지만 나는 할머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바심이 났다. 빨리 초록불로 바뀌어야 건너갈텐데... 하고
그런데 그 신호등 2개는 계속 빨간불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그 동안 차도 지나다니지 않았고, 길건너편에는 할머니께서, 그 반대편에는 내가 하염없이 서있는 상황이었다.
띠리리리링~~
전화벨이 울려서 잠이 깨곤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할머니 돌아가셨으니까, 빨리 병원으로 와라.
나는 안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꿈을 꾸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