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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 안녕. 내얘기 들어줄래요?
게시물ID : gomin_4371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슴둘
추천 : 15
조회수 : 39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2/10/13 15:49:26


오빠들, 나 오유 눈팅한지는 되게 오래됐는 데...글은 처음 써봐요.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도, 나랑 동갑인 사람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여자도...

그냥 오빠들이라고 할래요.

나는 어릴 적부터 오빠가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냥 가상의 친오빠에게 하는 이야기쯤으로 생각해줬음 좋겠어요.


오빠, 있잖아.

나 요새 너무너무 힘들어요.

나 겨우 스물 두살이잖아. 근데 벌써 막학기라 취직준비한다?

응, 취직 준비하는 거는 괜찮아.

알잖아, 나 악바리인거... 그래서 휴학 한번도 안하고 대외활동에, 토익에, 토스에, 이것저것 다 했잖아요.

아빠 사업 망해서 집안에 돈 없는 거 아니까...

나 혼자 살게되었을 때도... 나 그렇게 아프면서 알바 두탕 뛰면서 내 먹고살길 찾아다니고...

잠도 잘 못자도... 나 그때 울면서, 취직하면 나아지겠지...이렇게 열심히 하는 데 취직할 수 있겠지... 

취직. 오직 그 생각으로 살았잖아요.


근데...ㅋㅋㅋㅋㅋㅋ

요즘 나 다 떨어져요.

여자라서 떨어지고, 문과라서 떨어지고, 나이 어려서 떨어지나...?

제일 슬픈거는요. 나보다 학점에 어느 하나 나은게 없는 사람들도 남자라서 붙더라구요.

응, 그렇대요. 어린 여자라서 떨어뜨린데요. 되게 어이없죠?

그래서 나 지금 계속 광탈 중이야.

나 자존심도 세고, 욕심도 많아서...되게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데...

기회를 안줘. 서류를 안붙여줘요. 내 이야기... 할 시간을 안주네.

장학금도 많이 받았구요, 알바도 열심히 하고 있구요, 뭐 입고싶고 먹고싶은거 다 꾹참고

돈도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그래도 남들 다하는 경험 해보겠다고 대외활동도 열심히 하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서 남들 가지고 있는 점수도 갖고있구요. 공모전도 해서 상도 몇개 받았어요.

이런 이야기 하고 싶은데... 기회를 안줘요.

내가 뭘 잘못해서 떨어졌는 지 말해주면 좋겠어요...

부족한거 보완해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아, 이야기가 점점 길어지네.

오빠, 바쁠 텐데... 내가 워낙 아줌마 같이 수다스러워서...

미안해요. 오늘만 봐줘요.


오빠, 알죠?

내 인생 겨우 22년 살았는 데... 엄청 스펙타클하잖아요.

내 몸, 가족, 돈, 남자, 학교생활...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잖아.

나 되게 평범하게 살고싶은데...


오빠, 나 며칠전에 또 손목 그었어요. 미안해, 잘못했어.

오빠가 그럼 속상하다고, 하지말라고 그랬는데. 또 그랬어요.

피가 많이 나왔어요. 응, 근데 안죽었어.

죽을려고 그은건지, 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려고 그은 건지 모르겠어.


오빠, 나 할 수 있다고, 힘내라고 얘기 좀 해주세요. 건성이라도 좋아요. 대충대충이라도 좋아요.

근데, 나는 너무 절박해서 그래요. 이제 그만 울고싶어서 그래요.

내가 너무 불쌍해서 그래요.

나 안그래도 자존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데... 자꾸 이러니까 내가 진짜 쓸모없는 사람같이 느껴져서 싫어요.

그래서 더 죽고싶고...


내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좋은 오빠들인데 왜 여자친구가 없는 지 모르겠어.

약속해요.

나는 멋진 커리어 우먼되고, 오빠는 여친 만들어서 내년에 만나기!

안녕,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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