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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선생의 신년사
게시물ID : history_7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우젠장
추천 : 16
조회수 : 77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1/09 11:28:10
단결로 새해를 맞자

우리는 이제 또 새해를 맞게 된다. 좋든 언짢든 느낌이야 없으 랴. 그러나 과거 일년을 살아온 나의 자취를 돌아보면 부끄러운 것뿐이다. 애국자로 자처하면서 동포가 굶어죽고, 얼어 죽고, 그 리고 또 서로 찔러 죽여도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통일론자라 하면서 점점 굳어 가는 국토의 분열을 막지 못하였고 마땅히 할 말을 하지도 못하였다. 또 독립운동자라 하면서 독립을 위한 진 일보의 표현도 하지 못하였다.

나는 마땅히 과거 일 년 동안의 자기를 비판하면서 자기반성을 구하여서, 새해에 실행할 새 계획을 작성하여야 할 것이다. 무슨 면목으로, 또는 어느 틈에 입을 열어서 남하고 이야기를 하랴. 더구나 뽐낼 줄도 모르고, 거짓말할 줄도 모르는 나로서 부지런 히 빈 입을 열어서 말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새해를 맞을 때마다 소위 ´연두감언´ 한 편을 쓰지 아니 하지 못할 환경에 처해 있다. 작년에 쓴 것을 그대로 내놓을 수 도 없으며, 해마다 나에게는 이 일이 한 고통거리가 되는 것이 다. 금년에도 이러한 환경에서 이 붓을 들었다. 독자 여러분도 이 고충을 양찰하여 주시기 바란다.

묵은 해가 몇 번 가고 새해가 몇 번 와도, 우리 삼천만 절대다수 의 유일한 최고의 염원은 조국의 자주적․민주적 통일 독립뿐이 다. 과거 일 년을 돌아보아 서글픔이 있다면 이 염원이 성취되 지 못한 것뿐이고, 오는 일 년에 새 희망을 붙인다면 이 염원의 달성뿐이다.

소련식 민주주의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공산 독재정권을 세우는 것은 싫다. 소련이 아무리 우리의 우방이요, 소련인과 친구 되기 를 아무리 원할지라도 소련과 소련사람을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보다 더 위하기는 싫다. 이것은 유고슬라비아 민족의 용감 한 행동으로써 표현된 것이다. 미국식 민주주의가 아무리 좋다 하여도 독점자본주의의 발호로 인하여 무산자를 괴롭게 할 뿐 아니라 낙후한 국가를 상품시장화 하는데는 찬성할 수 없다.

우리는 진실로 국제적으로 평등한 입장에서 서로 친선을 촉진하 면서 우리가 우리 삼천만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 마음대로 살아 갈 수 있는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기초로 한 자주독립의 조 국을 가지기만 원하는 것이다. 더구나 반쪽의 조국만이 아니라, 통일된 조국을 원하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에게 강한 무기가 없 는 것을 걱정하고 낙심한다.

그러나 예로부터 강한 무기를 가지고 독립을 성공한 나라는 적 다. 지금에도 중국 같은 나라는 자기가 본래부터 강한 무기를 가졌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정예한 무기를 다량으로 얻어 오면 서도 공산군을 진압하지 못하고, 정치의 부패로 인하여 그 자신 이 위경(危境)에 빠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뜻만 굳고 우리 의 노력만 꾸준하면 반드시 성공할 때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를 위하여 여론을 환기하며 정의를 위하여 투쟁을 전개하는데는 무서울 것이 없는 것이다. 부귀도 우리를 흔들지 못할 것이요, 위무(威武)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 러므로 우리의 나가는 길은 탄탄대로이며, 우리의 앞에는 성공 이 있을 뿐이니 다 같이 기쁜 맘으로 새해를 맞자. 우리의 자주․ 민주 통일 독립은 오고야 말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 삼천 만이 다 이것을 위하여 분투노력하는 까닭이며, 또 이것이 인류 의 정당한 요구인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이 아무리 크고 우리의 성공이 아무리 확실 하고 우리의 분투노력이 아무리 위대하다 할지라도, 우리의 단 결이 없으면 만사는 환멸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에 게는 어느 때나 단결이 필요한 것이니, 오는 새해에는 과거에 성공하지 못한 단결을 실현하기로 결심하고 새해는 ´단결년´으 로 맞이하자.

단결을 성공하는데는 필요한 요소가 많이 있는 것이다. 이 요소 를 잡지 못하고 단결하자고만 외치면 과거와 같이 단결은 성공 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나는 내가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단결 의 요소를 두 가지만 제시하고 이 글의 끝을 맺겠다.

-. 단결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원칙이 없는 단결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가령 백성 의 생활을 위협하고 백성을 무리하게 압박하는 탐관오리가 그 백성을 보고서 단결만 하면 잘 살 수 있다고 하면, 그 백성이 그 것을 믿고서 따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백성이 보고 믿 을 수 있는 단결의 원칙과 아울러 그것을 행동으로써 실천할 성 의까지 보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조국의 통 일을 성공하려 하면 통일을 성공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또 그것을 실천하는데서만 모든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것이다.

-. 민심의 안정을 도모해야 된다. 정치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사회가 문란하면 그럴수록, 대중 은 배고프고 괴롭고 무서운 중에서 그날그날을 보내고 있는 것 이다. 배부른 사람과 배고픈 사람, 괴로운 사람과 무섭게 하는 사람은 한데 뭉칠 수 없는 것이니, 전 국민이 한 덩이가 되려면 먼저 일반의 민심을 안정케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 31년․
1949년 1월 1일 백범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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