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영감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비범한 사람이었다고 스스로도 생각해
그도 그럴 것이, 내 눈에는 다른 사람과 다른 것들이 보였거든
유아 시절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무렵부터, 내 눈에는 사람이 아닌 것들이 보인 모양이야.
내가 보인 모양이라고 한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에 귀신이 보이는 아이라는 별명이 충격적이었는지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영능력이라는 것도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지.
어쨌든, 걸음마를 떼는 무렵부터 내 눈에는 사람이 아닌 것들이 보였어
귀신은 아니고 아마 다른 영적인 것들이라고 생각 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어
엄마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냥 인적이 드문 벽돌이 깔린 인도라도
내 눈에는 하얀 사람같은 형체를 한 덩어리들이 군중처럼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보였거든
가끔 엄마한테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지 물으면 엄마는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했지.
솔직히 말해서, 엄마도 이런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 버거웠을 거라고 생각해
나는 이런 특이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만 2살 때부터 회초리질을 당해야 했어
하루에 적으면 30대 많으면 200대까지 맞았던 거로 기억해
나무로 된 회초리가 평균 두세 개 부러질 때까지, 엄마가 기분이 안 좋으시면 얼굴에도 날라왔고
그걸 맞으면 맞는 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 나갔을 때, 계모라고 의심받으니까 화내더라고.
나는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어떨까 싶지만
나는 만 2살 때, 아버지 당시 28세를 이겨버렸거든.
나의 생부 역시 내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놀이삼아 기를 잡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다리를 잡고 빙글빙글 원심력을 넣으며 돌리길래 생존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생부 목 쪽에 접근했을 때 일부러 다리를 끌어당겨 뒷목에 전신을 부딪쳐 쓰러트리고 바닥에 있던 철로 된 머리핀으로 눈을 찍으려고 했어.
이런 아이를 보면서 부모님은 아마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기분이었을 거야. 남들이 그러더라고, 나라도 비범한 게 그 정도면 기잡으려고 때리겠다고.
때때로 신기들린 소리를 했다고 하더라고
예를 들어 아침 식사를 하면서 "엄마 xx월 xx일에 무슨~무슨 사고 난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쭉쭉 나중에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런데 그게 안 맞으면 다행인데, 매번 맞아버렸거든. 내가 6살 무렵엔 엄마도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할 때마다 달력에 적어두시고 일어나면
달력에서 내가 말한 사건 사고를 지우셨을 정도니 말 다 했지. 솔직히 엄마가 무당집을 찾게 된 계기가 이게 아닐까 싶어.
용하다는 곳에 나를 데리고 가서 이 아이가 나중에 신내림을 받아야 하냐고 물으면
댁의 따님은 신내림을 받을 존재가 아니라 신과 맞먹는다며
오히려 나에게 절을 하던 박수무당(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을 보고 기겁하신 뒤로는
그런 곳에는 데려가지 않았지만, 내 베게에는 항상 부적을 넣어두고는 하셨지.
그렇게 유치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사람 사이에서 고립되고, 기잡으려고 그리고 내가 밉기도 하셨을 거야
그래서 시작된 체벌은 이미 아동학대라고 보이는 한참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였지만. 때때로 나를 자신의 아이처럼 여기고
맛있는 것을 차려주시는 엄마를 보면서 애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속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져 가는 유소년 시절을, 나는 보내게 됐어.
뭐랄까, 나는 줄곧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지만
그건 내 마음에 병이 있기 때문이었고, 성인이 된 지금에는 내가 정말 사람이 맞나 싶을 때가 아직도 종종 있어
결국, 그런 작은 사회에서의 고립+ 가정에서의 학대, 친한 사람들의 연쇄적인 죽음을 보면서
고등학교 진학할 무렵에는 이미 정신병이 심해져 있었고 대학도 왕따 등의 사유로 커진 정신병 때문에 자퇴하고
지금은 벌써 몇 년 차 히키코모리인데, 나는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나에게 닥칠 일이 너무나도 두려워.
지금도 몇 년 전에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했던 말들 타인이 했던 말들이 계속 환청으로 들리는데 두렵고 무섭고 신체에 이상이 올까
이렇게나 두려운 내가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