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백합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특별히 좋아하는 분위기의 백합이 있습니다.
모든 창작물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분위기죠.
1. 우아함
뭔가 귀족적인 분위기가 나면 좋아합니다.
클래식 bgm에 정적인 분위기면 환장합니다.
2. 담백함
이야기는 너무 달지도, 쓰지도, 맵지도, 짜지도, 시지도 않은 게 좋습니다.
자극적이면 확실히 재미는 있지만 눈보다 마음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는 담백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도 아니고, 적당한 게 가장 좋습니다.
3. 깔끔함
깔끔하게 딱 맞아떨어지는 게 좋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모든 갈등은 해소되고, 모든 비밀은 풀리고, 모든 캐릭터는 성장합니다. 모든 이야기는 한 지점으로 연결되고 작가가 쓰면서 생각하고 의도한 것이 명확히 보입니다.
이런 걸 깔끔하다고 하죠. 깔끔함을 비틀면 흥미진진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마지막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는 느낌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4. 섬세함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는 듯한 섬세한 느낌이 좋습니다.
호탕하고 화려한 작품도 재밌고 보는 맛이 있지만, 그런 것보다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심리 묘사가 더 좋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세상이나 이상을 위해 싸우고, 그럴듯한 말로 멋부리는 이야기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보다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말 한 마디에 기뻐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소한 손동작, 눈빛 하나하나에 주의하고 반응하게 만들고, 그런 섬세함이 훨씬 좋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백합물의 4대 요소 (??)
물론 이런 거 해당 안 돼도 유리큐마 아라시나 플립 플래퍼즈처럼 개성 강렬하고 즐길 요소가 있다면 잘만 봅니다.
그리고 굳이 백합물 아니어도 저런 느낌이 강하면 장르 안 가리고 대체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저런 분위기를 내는 작품의 대부분이 백합물일 뿐. (bl은 구역질 날 정도로 거부감 심한데 gl은 그런 거 없다는 점도 있겠지만)
출처 |
그런 의미에서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야말로 인생작. 이윽고 네가 된다는 그에 비하면 열화판에 가깝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그럴 뿐 잘 만든 작품이고, 이번 분기 유일하게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