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단순히 같이 지냈던 그야말로 오락의 상대였던 친구라는 존재들이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좀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 삶을 다시금 확인했고 그들로 인해서 생의 즐거움을 찾았다.
말이 필요했던가 우정을 확인하는 데에는 사랑을 확인하는 것과는 사뭇 달라서인가 몇달째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지내도 역시 만나면 가장 좋은게 친구가 아닐까 싶다.
야. 됐어 받아둬 고맙다. 10년뒤에 100배로 갚아라 새끼야. 그래.
담배 있냐? 임마 그만 끊어.. 기침하는 녀석이 야야 내가 당장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담배나무 한그루 심어라 그래. 미친.. 그때 심으면 뭐하냐 한 보루는 피고 죽어야지
야 응 자냐? 아니 그래
세상에는 꼭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람이라는 게 있었나보다. 우리는 둘다 말을 아끼는 놈들은 아니었지만...
배고파 밥사줘 뭐먹을래? 삼겹살 얻어먹는 주제에 고기좀 먹자 이놈아 그러자 그럼.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결혼해서도 가까이 살고 기회가 되면 같이 사업도 하고 마누라 자랑도 해가면서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영원하자고 우리는 웃으며 약속했다.
간다 잘지내라. 아주 가는것도 아니고 빨리 돌아와라. 미친.. 꼭 돌아와서 빌린돈 갚아야지. 모르겠다. 가지 마라... 허락 안해 미안하다 다음에 또보자. 꼭 돌아오는거지? 그래.. 돌아올게. 약속한거다 응.
친구야 네 사진은 왜 웃고있느냐 너는 지금 나와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게 아니었더냐
나를 위해 거짓말을 해준게냐 돌아올거라고 거짓말을 해준게냐 나는 말이야 언젠가 돌아올 너를 아직도 기다리고 있노라고 너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싶지 않아 너를 마지막으로 보는 것도 거절하고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노라고 웃으며 팔벌려 반겨줄 나를 위해 너가 돌아올 것을 믿었다고..
행복해야 할 나의 삶의 반쪽아 항상 함께했던 거머리같이 질겼던 녀석아. 함께 하기로 한 약속 마저도 어긴 이 나쁜놈아.....
그래도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는구나 떠나는 네 사진을 보면서 한강에 네 재를 흩뿌려 주면서 너가 정말 우리 곁을 떠났구나 이제야 알겠구나... 너가 그리도 좋아했던 담배 한가치 네 영전에 바쳤다.
나에게 친구라고 불러주던 녀석아 그곳은 푸근하더냐 네가 좋아하던 벚꽃이 잔뜩 피었더냐 그래 언제 우리 벚꽃으로 술을 빚어 즐겁게 마셔보자 그때까지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