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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처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77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4
조회수 : 5302회
댓글수 : 185개
등록시간 : 2015/06/16 19: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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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몇 주 전 처제가 뜬금없이 주말에 조카를 봐주겠다고 간만에 부부가 오붓하게 둘이 데이트하라며 연락이 왔다. 와이프는 "어머 내 동생, 웬일로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어"라고 하자 처제는 "하나밖에 없는 예쁜 조카가 보고 싶어서 이모가 주말에 놀아주려고 홍홍" 이러며 
서로 화기애애한 자매의 모습을 연출하며 통화를 했다. 
순간 나는 "우리 처제가 아주 기특하네! 허허허" 라는 생각보다 처제가 왜 평소에는 하지 않던 '칭찬받아 마땅한 언행'을 했을까 했다. 
1. 급전이 필요한 것인가? 2. 언니에게 무슨 사고를 쳤나 3. 온몸의 철분이 각성해 드디어 철이 들었나 하며 의심을 했다.
와이프는 "**이가 이제 결혼할 때도 되더니 애들이 예뻐 보이나 보지. 좋게 받아들여." 라면서 처제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자고 했다.
그래도 나의 의심은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토요일 아침 처제는 전날 미리 구매했다면서 아들이 좋아하는 유기농 과자를 사 들고 왔다. 항상 빈손으로 입장해 양손 무겁게 퇴장하던
(혼자 자취하는 처제는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쌀과 반찬 등을 강탈해간다. 마치 고블린처럼..) 처제가 한 손에 아이 과자를 그것도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 맛과 딸기 맛 유기농 과자를 어떻게 알고 사 왔다니....
내가 '처제 몸속에도 fe라는 성분이 있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와이프는 처제의 기특한 행동에 감동한 모습이었다.
"언니, 형부 오늘 하루는 둘이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와. 간만에 둘만의 시간 보내야지~호홋.." 
조카를 안고 처제는 우리 둘을 밖으로 떠밀었고, 처제를 믿으며 전날 예매한 영화를 보러 갔다. 

와이프와 단둘이 영화를 보는 건 관상이라는 영화 이후로 처음이었다. 영화를 볼 때까지는 처제에게 "오늘 내 덕분이 부부금실 좋아져서
삼삼이 동생 보는 거 아니야? 잇힝" 이런 현실 가능성 없는 문자만 왔을 뿐이었다. 영화를 무사히 보고 와이프와 예전 연애할 때 추억을 떠올리며 
삼청동에 왔을 때 와이프의 핸드폰에서는 다급한 처제의 카톡이 연속해서 오기 시작했다.
"언니 삼삼이가 똥을 쌌는데 똥이 등까지 묻었어. 꺄악!" (처제는 심지어 사진까지 찍어서 보냈다.)
와이프는 단호하게 "닦어" 이렇게 보내며, 애기 똥이 양이 얼마나 된다고... 라고 했다. (우리 아들이 웬만한 어른만큼 싸는 걸 가장 잘 아는 당사자가....)
"언니 등 뿐만 아니라 애기 고추 있는데도 다 똥범벅이야.. ㅜ.ㅠ" 라는 문자가 또다시 왔다.
와이프는 그정도는 각오하고 왔어야지 하며 "씻겨" 라고 또다시 짧게 보냈다. 
걱정이 돼 "우리 그냥 집에 갈까. 처제 힘들 거 같은데." 라고 했는데, 와이프는 오래간만에 만끽하는 자유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은지
"걔도 해봐야 해. 어디 부모가 쉽게 되는 줄 알아.**이 믿어봐. 걔가 나보다 깔끔해." 라며 파스타를 먹었다.
그 뒤 삼삼이가 울며 엄마를 찾을 때도, 밥을 안 먹고 도망 다닐 때도 계속 연락이 왔다. 
우리는 결국 약속한 시간보다 이르게 집에 가게 되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들은 TV는 사랑을 싣고의 첫사랑을 만나는 출연자처럼 와이프에게 달려가 안겼고, 그 뒤에 한쪽 귀걸이가 빠진 채
나라 잃은 표정으로 포비 인형을 안고 있는 처제가 있었다. 처제는 와이프에게 "언니 정말 대단한 거 같아. 어떻게 온종일... " 이러며 징징거렸다.
나는 처제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처제 등에 똥 묻었어."라고 말해 주었다. (아무래도 아들 손에 똥이 묻었는데, 그 손으로 처제의 등을 만졌던 것 같다. 나도 많이 당해봐서 안다.) 
처제가 혼자 아들을 본 이야기, 그리고 우리 부부가 외출한 이야기를 두 자매가 나누는 동안, 고생한 처제 맛있는 것이나 사먹여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찰나 "언니 나 형부한테 말할 게 있는데, 형부 나 오늘 진짜 진짜 고생 많이 했거든요." 
나는 속으로 '네가 한다고 했지. 언제 내가 하라고 했냐..."라고 생각했다.
처제는 바로 오늘 자원봉사의 목적을 드러냈다. 
"삼삼이 아버님, 제가 다음 주말에 친구들하고 강원도로 놀러 가기로 했는데, 형부 차 좀 빌려주면 안 돼요~♡" 
(처제는 내게 부탁이 있거나, 뭔가 사고를 쳤을 때 나를 형부가 아닌 삼삼이 아버님이라며 호칭을 바꿔 부른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며 "처제 빌려주는 건 어려운 게 아닌데, 나이 든 내 차보다 젊고 싱싱한 렌터카를 이용하지 그래."
처제는 당당하게 말했다. 
"렌터카도 알아봤는데 복잡하고, 그리고 렌트카 빌릴 돈으로 제가 오징어라도 사다 드릴께요. 아 형부는 오징어라 오징어 안 먹지."
'내가 오징어면 너는 꼴뚜기야...' 라는 생각을 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와이프는 "오빠 다음 주에 우리 어디 갈데 없잖아. 오늘 고생도 했는데 빌려주자."
라고 했다. 사실 차는 법적으로만 내 소유지만 실제 구매자와 주요 사용자는 와이프였기 때문에 순순히 차를 빌려주기로 했다. 

그 다음 주 나의 사랑하는 애마의 옆구리와 내 마음에는 잊히지 않을 스크래치가 남았다. 

물론 예쁜 처제는 애마 옆구리 스크래치 완벽 복구는 약속했지만, 내 마음의 스크래치는 ㅠ,ㅡ
출처 나를 오징어라 부르는 처제.
(나는 그런 처제를 꼴뚜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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