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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에 오유의 DNA가 흐르나 봅니다.
게시물ID : humorstory_4381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當▼當
추천 : 1
조회수 : 38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25 17:00:30
이제 아짐이 된 여징어입니다.
 
바야흐로 제가 풋풋하던 20살 초중반 무렵이었던것 같아요.
 
그 때 길냥이를 너무 예뻐라 해서 주택가 집 앞 골목에 나와 살다시피 하던 때가 있었던것 같아요.
 
골목에 앉아서 길냥이 우쭈쭈 하고 있으면 가끔 마주치는 남자가 있었어요.
 
하얀 강아지를 목줄 해서 비슷한 저녁시간대에 산책 시키는 사람이었는데
 
저랑 나이도 비슷해보이고 호감 가는 인상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저한테 인사를 하더라구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고양이 키우시는 거예요?"
 
"아, 아니요. 그냥 왔다갔다 하는 고양이예요. ㅎㅎ"
 
지금도 좀 그렇긴 하지만.. 전 누가 말걸면 과잉친절로 답하는 스타일이라..
 
(누가 길 물어보면 함박웃음 띄고 막 열심히 가르쳐주는 스딸.. 그래서 인상이 좋고 광채가 난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어요.)
 
아마 그 때도 그랬을거예요. 막 헤헤 웃으면서. 금방 서로 친해지는 것 같았죠.
 
호감은 있고, 대화도 잘 트는 듯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소심의 극을 달리고 있었을 거예요. 예전의 저라면.
 
아무튼 제가 "이 강아지는 몇살이예요?" 하며 괜히 말 걸어온 사람 무안하지 않게
 
강쥐로 화제를 바꾸니까 이 사람이 또 신나서
 
"이 아이는 몇살인데, 다리를 다친 아이를 자기가 몇년 째 돌봐주는거다." 막 설명을 하길래
 
제가 '오~' '우와~' '그랬어요?' 하며 막 추임새를 넣어드렸죠.
 
그리고 그 사람이 "저는 00대 수의학과 *학년 다니고 있어요." 라며
 
뜬금없이 자기 소개로 말을 마치자 아무리 오유 DNA가 흐르는 저도 조금 의아한 느낌을 받았죠.
 
'나니? 나니골혜? 지금 자기소개 타임인가? 나한테 관심 있나?'
 
그래서 저도 제 소개를 간단하게 했는지 어쨌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상당히
 
도키도키한 분위기였던것 같아요. 하얀 강쥐랑 하악거리는 고양이 사이에 두고
 
두 젊은 남녀가 골목길에서 얼굴도 살짝살짝 붉히며, 쑥스러운듯 머리를 넘기고..
 
...있는데
 
"순이야(가명)!!! 전화 받아!!!"
 
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엄니가 전화를 받으라고 하셨죠.
 
굉장이 중요한 순간 이었던것 같은데 아무튼 파창! 하고 깨졌고 저는 전화를 받으러 갔어요.
 
현관에서 무선전화기를 받아들고 전화를 받던 저는
 
계속 저를 기다리는 그 사람을 보고, 기다리게 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길래
 
잠깐 수화기를 막고
 
"안녕히 가세요!" 하고 고개를 끄덕 해보였어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잘 못 들었는지 "네?" 하고 묻길래
 
필요 이상으로 큰 목소리로, 골목길에 울릴 정도로
 
"안.녕.히. 가.시.라.구.여!!!"
 
하고 소리쳤습니다.
 
 
 
그 뒤로 신기하게 한번도 못 뵜네요. 그 분.
 
어디서 잘 살고 계실지...
 
지금 생각하니 제 피에 흐르는 오유 DNA 때문에 일어났던 짤막한 일화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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