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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추억속의 도서관
게시물ID : humorstory_4382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치카토
추천 : 0
조회수 : 2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29 23:32:07

여자들이 싫어하는 Best 화제거리 No.1 을 당당하게 차지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바로 군대이야기!

그 재미없을법한 이야기가 소재 이지만, 그나마 남들과 다른 환경의 이야기 이기에

예전 블로그 글을 가져다 조금 수정해서 올려 봅니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보다는 눈꼽만큼 괜챦을지도..

당근 애인없는 오징어 이니 여기서 부터 음슴체

 


남들은 군대에서 X고생한 얘기로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쏟아낼때

나는 유독 조용하게 그 얘기를 듣기만 함.


이유인 즉 그닥 몸으로 고생한 얘기를 끄집어낼게 없는 '처부'라 불리우는 '사무실'생활을 했기 때문임.

군대가기전에도 "김양"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었는데, 군대에 가서도 사무실에서 '커피'타오라 주문하는

처부 내 작전장교, 주임원사, 소위, 중위 들 덕에 커피를 줄기차게 배달 하다가

군대오면서 슬슬 잊혀지려고 하던 '김양'이라는 호칭이 또 붙어 버림.

그나마 요즘은 '김양'이라고 안불리고 있는데, 묘하게 '김양'이란 별명이 그리워지는듯한 느낌도...


아무튼, 어찌어찌하여 처부내에서 '대대교육계'라는걸 하고 있었는데

부대 사정상 이런 저런 보직의 일을 병행하는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었음.


하는일들은 대략 

부대의 교육 스케쥴을 짜고, 교육 진행을 위한 각종 준비를 하며,

부대의 훈련스케쥴, 사격일자 등도 년간 훈련일수에 맞춰 적절히 배정하는 일 등 등~

(그래도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교육내용이 좀 바뀌었을지도 모름)

 

그러한 잡무중 교육계가 원래 담당해야 하는 일이 한가지 있는데,

군대이다 보니 '전쟁을 위한 교범'같은 책들이 대대의 어딘가에는 항상 비치가 되어 있어야 하고,

군인이 읽지 말아야 할 책들을 분류해야 하는 일임.

사실 교범의 비치나, 서적 분류가 잘 지켜지는 경우가 거의 없음.

가끔 검열(명칭이 맞나?)이라는 '행사(?)'아닌 행사를 할때마 부랴 부랴 여기 저기 숨기고 수량파악하고 그러는 정도임


근무하던 부대에는 사용하는 흔적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공간만 넓은 '도서관'이 하나 있었음.

어느날 뜬금없이 같은 처부의 간부들에게

"교범과, 부대내의 각종 서적들을 평소에 정리 해 둬야 검열때 부랴 부랴 서두루지 않아도 깔끔하게 검열을 받을 수 있다"

라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개인시간인 주말을 이용하여 정리를 맡겠노라는 조건을 걸고 홀로 정리에 돌입함.


가을께쯤 시작을 했었던가?

책상을 넣어두고 책장을 보수하고 낡은 창문, 낡은 문을 고쳐달고,

부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주인없는 책들과 교본을 모아

도서관 한쪽켠을 차지하는 책장들에 나름의 순서를 만들어 하나 둘 네임텍 까지 붙여가며 정리하고,

장부에 도서명을 기록하고,

도서를 빌려갈때 이름을 이서할 수 있는 장부도 따로 만들고나니

마치 스스로가 책방 주인이라도 된 느낌이었음.


그리고 그 건물의 바깥쪽에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창고 같은 공간을 추가로 정리하면서

부대 내부에 방송을 할 수 있는 먼지쌓인 조악한 시설들에 TV도 추가하고 마이크도 얻어오고 하며 완벽한 나만의 아지트 및 방송실을 꾸미고

방송병까지 자초함.

제대한 아재들, 남징어분들... 그 "빠~ 바빠빠~ 빱빠라빱빠~ 빱빠빠~ " 하는 의성어 만으로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기상나팔 소리...

내가 그런거 틀어주던 사람임...그것도 아무도 안하려 하는걸 자진해서 하겠다며, 남들보다 늦게자고 남들보다 일찍일어나면서~!!

워~ 워~ 들고 있는 돌은 잠시 내려주시고 릴렉스~


일단 이야기를 이어서.. 

그때부터 부대내의 장병들이 야밤에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각종 투정을 해도 무시하고

밤 10시면 꼬박 꼬박 음악을 틀고, 간간이 '좋은생각' 따위의 책들을 꺼내들고 짧은 이야기를 하나 읽기도 하는 등 방송을 시도함.

고참들이 뭐라하면, '처부 장교가 시켰다' 둘러대고

처부장이 뭐라하면, 꾸준히 하는건 내가 알아서 하고 기록도 잘 해 둘터이니 검열을 걱정 안해도 된다. 라며 살살 구워 삶음.

남들은 한시간이라도 더 자려고 하는데, 내가 내시간 투자해서 취짐전/기상전 시간을 일부 할애하여 검열때 내세울 떳떳한 진짜 기록을

만들어준다는 점 때문에 처부장교들은 반대까지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내심 좋아라 했을꺼임.


그리고 심심치 않게 도서관 정리 및 청소를 핑계삼아 주말의 반나절 이상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앉아서 혹은 방송실에 틀어 박혀 앉아서

이 책, 저 책 손에 잡히는데로 읽었고 그렇게 해서 군대에서 책읽는 버릇이 생겨 버림.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곳이 아니다 보니 냉냉한 공기를 데울 수 있는 난로가 있어도, 난로를 함부로 피우기 어려웠으나(기름이 없어서)

그래도 깨끗하게 정리된 도서관의 넓은 공간을 우연치 않게 본 대대장이 회의실로 빈번하게 사용해 주어,

그때마다 사용한 기름이 조금씩 난로에 남아 어쩌다 한번씩 따듯하게 공기를 데우기도 하고,

여름엔 다른곳에 비해 왠간해서는 서늘한 기온을 유지해주니 금상첨화

피난처 겸 책읽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었던 괜챦은 장소였다고 기억함.

 

아마도 이젠 오랜 시간이 지났고, 내 후임이 그 귀챦은 방송일을 솔손해서 할것 같지도 않았고

지금은 더이상 도서관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중이지 싶음.


내게 책읽는 습관을 만들어준 어쩌면 이제 내 추억속에서만 존재할 도서관임.... 아련함..


그나저나 사람들이 가장 꺼내보지 않을법한 책들과, 홍보용 VTR자료들 뒤편으로 숨겨두었던 소주가 다수 남아 있을텐데...

오밤중에 방송을 핑계로 데려온 다른 중대 아저씨들과 맘맞으면 한잔씩 홀짝이던 그 맛을 잊을수가 없음.


결론. 위의 모든 내용은 결국 술을 감추고, 몰래 음용하고자 안전한 공간 및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었음

      아.. 제목을 "내 작은 추억속의 도서관" 에서 "내 작은 추억속의 포차"로 바꿔야 하나;;;


출처 미미미미미~ 미~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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