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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대검 간부 "이제 수사 어찌 하겠나. 유신시대가 온 것"
일부 검사들 "사표내고 싶다"…사무실서 거친 욕설도
"검찰한테 권력의 시녀가 되라는 말이다."
채동욱(54) 검찰총장에 대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와 채 총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검사들은 13일 격앙된 반응과 함께 분노와 허탈감을 쏟아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만난 검사들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앙다물었고, 문이 닫힌 사무실에선 거친 욕설이 새어 나왔다. 몇몇 간부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일부 검사들은 "사표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21분께 '법무부가 검찰총장을 감찰하겠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외부에서 식사 중이던 대검 간부들은 황급히 자리를 정리하고 청사로 돌아왔다. 총장도 이때쯤 법무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오후 2시30분 대변인을 통해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뒤 오후 3시께 마지막 간부회의를 열고 신변을 정리했다. 간부들은 모두 비장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일선 검사들은 '검찰은 이제 망했다'며 탄식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직무 독립이 검찰의 존재 근간이다. 오늘의 사태는 대놓고 검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아니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도 "이제 무슨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 할 사건이 많은데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뿐 아니라 다른 모든 기관의 장에게 정권의 뜻을 거스르면 목을 치겠다는 확실한 사인을 준 것 아니냐. 이제 유신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게 국헌문란이다. 이게 바로 국헌문란 행위"라고 토로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채 총장을 쫓아낸 것은 검찰한테 권력의 시녀가 되라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많은 검사들은 '정치 검찰' 논란을 빚었던 이명박 정권 때를 떠올리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 부장검사는 "좀 버티시지. 이렇게 나가면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버티냐. 이렇게 나가버리면 검찰 조직은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사람을 내보낼 때는 명분이 있어야한다.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렇게 수모를 주고 밀어내도 되느냐. 이명박 정부 땐 적어도 공적인 업무에서의 일을 시비 걸어 명분을 만들어 밀어냈다. 이 정권은 그때보다 더하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도대체 무슨 일을 감찰하겠다는 것이냐. 이른바 혼외 아들 논란이 감찰 대상이나 되느냐. 이건 채 총장한테 물러나라고 확실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검찰총장이 옷을 벗은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한 검사는 "이제 법적 절차에 들어가 논란이 정리되고 있는데 왜 갑자기 일을 키우느냐. 이미 계획된 수순인 것 아니냐. 30년 전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도 "자기들이 생각하는 명분이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얘기해서 나가게 해야한다. 청와대가 나가라고 하면 버틸 분이 아니다. 이렇게 치졸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