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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변태 취급 받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85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1
조회수 : 2740회
댓글수 : 69개
등록시간 : 2015/07/09 1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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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절대 내 이야기가 아니다. 내 친구 이야기다.

평소 올바른 가치관과 이 땅을 살아가는 사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바른 생활을 일삼는 친구가 있다. 하지만 그도 아주 가끔 실수해서 
평범한 인간 아니 평범한 변태 취급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절대 내 이야기는 아님을 밝히며 시작한다. 

1. 분홍색
형님댁에 잠시 얹혀살면서 조카와 삼촌 사이 이상의 정을 나눈 그는 취준생 백수 시절 조카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는 조카와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가 책을 읽고 있으면 옆에서 자신의 동화책을 꺼내서 읽는 조카를 매우 대견스럽게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를 넘어 새로운 말을 학습하기 시작한 조카를 위해 책을 펼치고 색을 알려줬다.
"**아 병아리는 무슨 색이야?"
"응.. 노란색!"
"그럼 이 꽃은 무슨 색?
"빨간색!"
"와 우리 **이 잘하네. 그럼 삼촌 얼굴은 무슨 색?"
"응...(잠시 고민) 똥색!" 
그는 거울을 보며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똥을 좋아하는데, 삼촌 얼굴이 똥색이라고 한 건 나를 좋아한다는 뜻이야' 라며 
자신을 위로했다. 
날씨가 더운 여름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조카를 데리고 그는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라 지하철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조카와 나란히 앉아서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는 조카는 여기저기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조카가 큰 소리로 "분홍색"이라 말했다. 그는 핸드폰을 보면서 "어 그래 분홍색." 또다시 조카는 "분홍새애애애액" 이러며 그를 툭툭 쳤다.
"그래 분홍새애애액" 하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조카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여성분의 어깨부위에 살짝 삐져나온 분홍색 브래지어 끈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조카와 그의 시선이 분홍색 브래지어 끈으로 고정된 순간 그 여성분은 아이에게는 상냥한 이모 미소를 그리고 그에게는 
"이 변태새끼야! 그만 좀 쳐다봐" 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는 "죄송해요. 얘가 지금 색깔을 배우고 있어서.."라는 사과를 먼저 했야 했는데
그도 모르게 계속 분홍색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급히 사과 한 뒤 분홍색을 외치는 조카의 손을 잡고 지하철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래도 분홍색을 밝히는 조카와 삼촌을 너그럽게 이해해 준 그녀가 대인배라 생각했다. 
그날 그의 머릿속에는 하루종일 'Geek in the pink'가 울렸다. 

2. 말실수 
그는 평소 회사에서 여직원들에게 점잖은 성격의 매너남으로 그리고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는 샤프하며 지적인 이미지로 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몇 번의 말실수는 그를 젠틀한 외모 속에 변태 끼를 숨기고 있는 그레이, 아니 못생긴 변태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레이는 잘 생기고 돈이라도 많지...
몇 년 전 사장님까지 함께한 회의 시간, 점점 떨어지는 매출로 회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새로운 마케팅과 홍보 루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는 "바이럴" 이라는 단어를 말해야 하는데 순간 "바이럴"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 뭐였지... 럴로 끝나는 단어였는데, 지럴? 아.. 지럴은 아닐 거야. 니미럴? 이것도 아니고..."
순간 그의 머릿속에 스쳐 가는 단어가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저희도 이제 SNS를 활용한 오럴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오럴이라는 단어를 듣는 사람 중에 순진한 사람은 오럴 B 칫솔을 생각했을 것이고
불순한 동영상을 즐기던 이들은 글로 쓰기 힘든 그것을 상상했을 것이다. 
사장님께서는 "그래 *대리 말이 맞아. 우리도 이제 오럴 마케팅을 해야 해. 안 그래도 나도 출근하면서 자네들에게 오럴 마케팅 방안을 고민해보라고
하려고 했어..." 사장님은 그 뒤 회의에서 오럴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12회 사용하신 뒤 회의가 끝났다. 
한동안 그의 회사에서는 그 덕분에 바이럴 마케팅을 오럴 마케팅으로 공식화해서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부장님과 함께 외근을 나갔을 때 더위를 피해 잠시 아이스 커피를 위해 어떤 커피숍에 들어갔다.
그는 커피숍 상호을 보고 진지하게 "투썸 플레이스...부장님 여기에 1을 더하면 쓰리썸 플레이스네요.." 라고 했다.
순간 부장님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더운 여름의 그 날 그는 종로에서 합정까지 뛰어서 사무실에 들어가야 했다.

3. 아저씨의 손길
바로 어제 일이었다. 회사 회식으로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려 택시를 기다리는데 빈 차가 오질 않았다.
택시를 잡으러 계속 서 있던 그는 음주 후 갈증을 느껴 근처 편의점에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러 갔다. 냉장고 앞에는 그처럼 한잔했는지 
양 볼이 호빵맨처럼 불그레 상기된 한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 볼이 참 귀엽네..."라고 생각하며 구구콘을 집어야지 하면서 손을 내밀었는데
그도 모르게 호빵맨 아저씨의 손을 꽉 잡고 말았다. 순간 놀래서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봤다. 호빵맨 같은 아저씨의 볼. 아니 얼굴 전체가 
해지는 저녁의 붉은 노을처럼 물들고 있었다. "어어.. 구구.. 구구.." 그는 놀래서 구구콘을 먹고 싶어하는 한 마리의 비둘기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인자한 호빵맨 아저씨는 "젊은 사람이 술 마시고 실수했구먼 하하.." 웃으며 "이제 내 손 좀 놓아주게.." 하며 구구콘을 사주셨다. 
그는 아저씨 손을 잡았을 때 왜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에서 핀과 에스텔라 아역의 분수대 키스 장면이 머리에 떠올렸을까 . 그리고 앞으로는 술을 작작 마셔야겠다는 다짐과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 실격>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출처 이 이야기는 절대 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친구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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