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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 4- 가스요금
게시물ID : humorstory_4385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49
조회수 : 16291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5/07/09 10: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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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 모든 일은 큰오빠가 없을때 벌어진 일이다.
 
 
작년 겨울, 큰오빠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훌쩍 유럽으로 떠났다.
기약도 없이, 보일러 안 터지게 잘 봐라, 술 마시고 늦게 다니지 마라, 청소 미루지 마라, 수도세 내라 정도의 잔소리만 하고 가버렸다.
집안의 온화한 콘트롤러였던 큰오빠가 당장 자리를 비우자, 하지 말라는 것은 다했던 것 같다.
집에서 맥주마시고, 다음날까지 안 치우고 설거지도 쌓이게 두고, 빨래감은 산을 이뤘다.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는 즐거웠다. 일주일 후 슬슬 아 어쩌지,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들었지만,
우리는 모처럼의 자유를 포기할 생각도 없었다.
집안일은 분담을 해서 하는 편인데, 독일 베를린 장벽 무너지듯 경계가 모호해졌으며
당장 신을 양말이 없어서 막내는 양말트럭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 시간에 세탁기를 돌려야했는데)
아무튼 자유를 만끽했다.
 
그게 문제였을까. 큰오빠의 부재일까, 우리의 게으름이였을까. 어디가 시발점인지 도통 모르겠다.
보통 우리 남매간의 싸움은 나VS작은오빠/ 나VS막내 정도인데 가장 치열한 싸움은 역시 작은오빠와의 싸움이다.
평소 온화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비둘기 같은 큰오빠가 있을 때는 투닥거리다가도 금방 풀린다.
강제 풀림이라고 해서, 화를 풀지 않으면 일정시간동안 싸운 상대랑 둘이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는 규칙이
자취하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주로 카페나 좋은 식당같은 데에 둘만 보낸다던지,
시간을 못채우고 돌아오면 그다음날까지 미션 수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내 마음의 응어리와는 상관없이 조급한 강제 화해가 이뤄진다.
 
작년 겨울 가장 춥다고 한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
저녁에 집에 귀가를 했을때, 거실에 앉아 있는 막내는 외출복 차림으로 목도리까지 하고 앉아 있었다.
어쩐지 집안이 냉하다 하는 생각은 했는데 신발벗고 들어가니까 바닥이 확실히 차가웠다.
 
막내: 나나! 옷 벗지마!
나: (겉옷 벗으며) 왜?
막내: 집 이상해.
 
막내가 말을 하는데 어쩐지 입김이 나오는 거 같은 느낌? 추웠다.
 
나: 보일러 틀어봤어? 가스에 전화 해봤어? 집주인은?
막내: 보일러는 틀었는데 안나오고, 가스는 전화 안받고, 밤이라서 집주인한테 전화하긴 좀 그랬고.
나: (보일러 보며) 왜 그러지?
 
잠시 후, 큰오빠 대리인 작은 오빠한테 전화를 걸어서 여차저차 사정을 말했고 작은오빠 말하길,
 
작은오빠: 아 맞다, 나 가스비 안낸거 같다.
나: 야 이 씨...
작은오빠: 일단 너네 찜질방이라도 가 있을래?
 
...찜질방 가서 잠을 자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집에 있겠다고 했더니 막내도 찜질방에서 자기 싫다고 했다.
집에 있는 온갖 이불을 꺼내서 그날 하루를 버틴 것 같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이었다. 씻고 나가야하는데 가뜩이나 찬 바닥에서 자서 감기기운이 있는 몸뚱이에 얼음장같은 찬 물을 끼얹으려고 하니
너무 서러운 것이었다. 막내는 물을 전자렌지에 여러번 돌려서 찬물과 섞어주며 머리만 감고 나가라고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고
나 역시 화장실에 쪼그려앉아서 섞어주는 물을 보고 한탄하고 있을 무렵, 작은오빠가 귀가했다.
미안함에 건치를 자랑하며 미소를 보이는 작은 오빠의 얼굴을 보자마자
서러움이 터져서 싸움이 붙었는데, 평소 짜증을 잘 부리지 않던 막내까지 짜증을 부려서 셋의 싸움이 됐다.
 
나: 너무한 거 아니야?
작은오빠: 미안, 오늘 처리할게.
막내: 작은 형, 내 말좀 들어봐. 진짜 너무 추웠어.
나: 넌 빠져봐. 나 말하는거 안보여?
막내: 내가 왜빠져? 어디로 빠져?
나: 지금 너 대들어?
작은오빠: 왜 니들끼리 싸워.
 
대충 이런 식의 말싸움. (그러나 욕설은 적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작은 오빠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
후일, 큰오빠가 돌아왔을 때 막내의 입방정으로 우리 셋은 반성의 시간을 갖고 돼지우리같은 집을 치웠다,
그 이후부터 온화한 콘트롤러의 주최아래 한달에 한번 쯤은 모두 (강제적으로) 모여 외식을 하면서 평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출처 마음 깊이 묻어놨던 지난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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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10:24:40추천 3
꿀잼ㅋㅋ
댓글 0개 ▲
2015-07-09 10:55:41추천 10
강제화해 ㅋㅋㅋㅋㅋ 부럽네욬ㅋㅋㅋㅋㅋ
댓글 0개 ▲
2015-07-09 10:56:41추천 28
1 ㅋㅋ화가 안풀려서 따로불러서 싸울때도 있어요.
댓글 0개 ▲
2015-07-09 11:04:14추천 0
ㅋㅋㅋㅋ  그래서 가스는 어떻게....
댓글 0개 ▲
2015-07-09 11:05:22추천 6
1 예, 그날 바로 미납요금 납부했어요. 공과금을 돌아가면서 내다보니까 가끔 잊는 일도 생기더라구요^^
댓글 0개 ▲
2015-07-09 11:06:01추천 12
그 와중에 보일러 안터져서 다행이다 하고 위로를 했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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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2015-07-09 11:14:55추천 1
근데 한달안낸걸로 끈기기도하나요??
댓글 0개 ▲
2015-07-09 11:16:32추천 1
꼬릿말 ㅋㅋㅋ
댓글 0개 ▲
2015-07-09 11:17:26추천 1
꼬릿말ㅋㅋㅋㅋ큰오빠 단호박ㅋㅋㅋㅋㅋㅋㅋ
댓글 0개 ▲
2015-07-09 11:18:15추천 81
한달이 아니었어요...
댓글 0개 ▲
2015-07-09 11:18:44추천 17
1한달이아니었엌ㅋㄱㅋㅋ
댓글 0개 ▲
2015-07-09 11:21:03추천 0
끊길려면 석달 연체잖아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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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11:22:31추천 0
온화한 컨트롤러 ㅋㅋㅋㅋ
댓글 0개 ▲
2015-07-09 11:23:44추천 11
그전부터 미루다가 일터진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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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9 11:26:52추천 0
역시 구심점이 있다가 없으면 어떤식으로든 지옥이 한 번은 오는군요
댓글 0개 ▲
2015-07-09 11:28:08추천 39
그 이후로 각자 요금 밀리면 화장실청소를 벌칙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역시 온화한 컨트롤러의 아이디어구요!
댓글 0개 ▲
2015-07-09 11:29:28추천 2
역시 요금은 모든 자동이체가 짱이네여 ...ㅎ..
댓글 0개 ▲
2015-07-09 11:38:22추천 1
와  신컨이네요
댓글 0개 ▲
2015-07-09 11:45:30추천 28
역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해 .....
댓글 0개 ▲
2015-07-09 11:51:48추천 0/4
보통 세달은 밀려야 끊기는데....그것도 추운겨울날 끊는 경우는 없어진거 같은데...ㅇ
암튼 이야기가 뭔가 좀 양념이 빠진듯한 담백한 이야기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댓글 0개 ▲
2015-07-09 13:22:12추천 23
언젠가 대학생때 자취를하는데.. 그날이 수십년만의 한파가 어쩌고 하던 날이었음. 그날 가스가 딱 끊겼고.. 낼 돈이 없었음..
하루만 버티고 내일 어떻게 내자 했는데.. 원래 체질이 열이 엄청많은체질이라 진짜 한겨울 한달정도 아니면 보일러를 잘 틀질않음.. 근데 그날은
자다 깼는데 몸이 안움직임. 처음에 가위눌린줄 알았음. 근데 가위눌린거랑 뭔가 느낌이 달라서 움직여보려고했는데 무슨 영화에서 슬로우모션처럼 몸이 움직이는거임.. 누워있던자세에서 침대에 걸터앉는자세로 바꾸는데 최소 10분이상걸렸음. 진짜 얼어서 죽는게 이런거구나 싶었고.. 그정도로 추우니까 전혀 떨리지도않음. 단지 모든 행동이, 손가락한마디한마디까지 다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임.. 신기한 경험이었음
댓글 2개 ▲
2015-07-11 08:41:28추천 1
이분 최소 유체의 세계 경험자
2015-07-11 11:44:29추천 1
평생 경험하기 힘들다는 존의 영역을 체험하셨군요~
2015-07-09 14:51:39추천 74
큰오빠가 제일 맘에드네요 소개좀요(당당)
제가 잘할게요 아가씨(눈치)
물론 전 남자입니다(히죽)
댓글 0개 ▲
2015-07-09 14:52:39추천 24
꼬릿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복구 방금해서 추천이 또 안되네....

아오~ 이 시스템 좀 어찌해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난 여동생 있었으면 좋겠....ㅠㅠ

맨날맨날 골려줄 수 있는데ㅠㅠ

누나에게 장난한번 잘못했다가 발차기한방에 갈비뼈 3개가 부러지고 1개가 금이간 이후로 여동생이 아주 절실함ㅠㅠ

엄마아빠 두분다 누나만 이뻐해서 누나가 나 때린다고 일러봐야 씨알도 안먹힘ㅠㅠ

비스듬해질테다.....
댓글 3개 ▲
2015-07-11 10:35:00추천 12
비스듬해질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케웃기지 ㅋㅋㅋㅋㅋ
2015-07-11 16:59:19추천 2
엄마에게 맛난거 좀 해달라고 생떼부려보세요

그래도 안해주시면 이렇게 말해봅시다

삐뚤어질테다 or 비스듬해질테다

전자는 반항하는거같이 보여서 한대 맞을 확률이 높지만 후자는 안맞고 넘어갈 확률이 높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활의 지혜임

아들래미계의 솔로몬이라고 불러주시길
2015-09-07 04:17:50추천 0
예?????????
[본인삭제]월령검사
2015-07-10 00:25:33추천 0
댓글 0개 ▲
2015-07-11 08:04:03추천 0
와 착한 남동생 너무 부러워요.. 진심임
우리집 동생놈들은 뭐하니...? 야 이 놈들아....?
댓글 0개 ▲
베오베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2015-07-11 08:39:37추천 5
전 제가 첫째라 그런지 막내분이 귀엽네요.
다들 콘트롤러로 몰리는 틈을 타 막내분을 찜해가겠습니다.
댓글 0개 ▲
2015-07-11 08:40:47추천 2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지ㅋㅋㅋㅋㅋ꽁냥거리며 우애좋게 지내시나봐요.

나나라는 호칭은 몇번봐도 어색귀염하네요ㅎㅎ
댓글 0개 ▲
2015-07-11 09:29:51추천 0
누구 금손님이 그려줬음좋겠다 너무달달하다
댓글 0개 ▲
2015-07-11 09:54:51추천 0
큰일이네요
아무리봐도 큰오빠 내 스타일인데... (어쩌라고?)
댓글 0개 ▲
2015-07-11 10:30:26추천 0
부럽고 보기좋은 가족 ㅎㅎ
글 볼때마다 즐겁네요~ ㅎㅎ
댓글 0개 ▲
2015-07-11 11:50:47추천 2
나나라고 부르는거 귀엽네요~ 저는 남동생만 있는데 친구같이 친하다는~ 제남동생도 누나라고 안부르고 별명불러요ㅋㅋ  지 기분 내키는대로 맨날 바꿔부름~ 근데 보니깐 울집 고양이한테 별명 수십개 지어줌ㅋㅋㅋ 남동생은 있으니 저도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댓글 0개 ▲
2015-07-11 13:21:14추천 0/7
어? 여러분 다들 겨울에 보일러 틀고 자라셨어요?
점점 결혼하기 무서워지네..
댓글 0개 ▲
2015-07-11 14:14:04추천 0
오빠들도 멋있고 남동생 귀엽네요
저는 외동인데 저런 남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ㅠㅠㅋㅋ
댓글 0개 ▲
2015-07-11 16:55:24추천 0
큰오빠: 똑같으니까 입다물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남매 재밌엌ㅋㅋㅋ
댓글 0개 ▲
2015-07-11 17:44:11추천 0
컨트롤타워가 믿음직스러워요..대통령시키고싶다
댓글 0개 ▲
2015-07-11 23:44:46추천 1
형제가 많으면 재밌을거같아요 글재밌게 보고있어요!
댓글 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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