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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와 털이 날리는 우애 좋은 형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386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2
조회수 : 1955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5/07/10 11: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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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부모님은 소 2마리, 개 1마리, 닭 떼 그리고 아들 세 마리를 키우셨다.
소는 큰 형이 태어날 때 한 마리, 작은 형이 태어날 때 한 마리 사들이셨는데, 훗날 형들 학자금이 필요할 때를 위해 보험용으로 사셨다고 했다.
"그럼 저는요?"라고 아버지께 따졌을 때
"너는 딱 봐도 공부 못하게 생겨서 닭으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훗날 공부시키겠다고 집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 부모님께 심리적 하한가와 투자실패의 우울함을 안겨드린 건 바로 나였다. 

그리고 개는 고추밭의 습격자인 고라니를 퇴치하기 위해 성질 더럽게 생긴 도사견을 한 마리 데려왔는데, 얘는 나처럼 생긴 것만 폭군이지
하는 짓은 실내에서 키우는 사람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애완견처럼 겁이 많아 고라니를 보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도망 다니던 놈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병아리 생산에만 열을 올리던 닭 떼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아들 세 마리...
그중 큰 형에게는 나머지 두 마리가 쉽게 반항하거나 덤비지 못했다. 큰 형은 부모님의 장남에 대한 무한 신뢰라는 무기와 나이 차에서 오는 신체적 
우월함으로 나머지 두 마리가 다른 생각을 품거나 반항할 때 손쉽게 제압하고는 했다. 그리고 큰 형은 무려 방 하나를 단독으로 쓰는 혜택과 
밭에서 일을 하고 싶을 때만 일을 하는 장남의 특권이 있었다. 
작은형과 나는 겨울에는 메주, 여름에는 옥수수, 그리고 가을에는 참깨를 말리는 용도로 쓰는 창고 같은 방을 함께 썼고, 우리는 사람이라기보다
밭에서 쉬지 않고 일하는 훌륭한 검은 소와 누렁 소로 성장했다. 하지만 작은 형과 방을 함께 쓰다 보니 둘이 싸울 일도 많았는데, 작은 형은 사사건건 
내게 심부름을 시켰다. '물 떠와라, 이불 깔아라' 자기가 화장실 가고 싶을 때도 "성성아 네가 나 대신 똥 좀 싸주면 안 되냐?"라고 할 정도로 
매사에 나를 부려 먹었다. 
심지어 밤에 화장실에 갈 때는 무섭다고 내게 화장실 밖에서 노래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당시 우리 집 화장실은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외양간 옆의 푸세식 화장실이었고, 인분과 소똥을 적절하게 혼합된 좋은 퇴비의 생산지였다.) 하지만 작은 형이 내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화장실에서 힘을 주고 있을 때, 뒷산에서 내려온 식인 고라니를 보고 내가 깜짝 놀라 소리 질렀을 때, 화장실 안의 작은 형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을 떨다 똥통에 빠져 똥독이 올라 학교를 며칠 못 간 이후로 작은 형은 화장실 앞에서 형을 향한 동생의 쾌변 세레나데를 중지시켰다. 
물론 형을 걱정하는 마음에 형의 담임 선생님과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울먹이며 "우리 형이 똥통에 빠져 다리에 똥독이 올라 학교 못나와요." 
라고 형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알렸고 그 뒤 형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똥독'이라 불렸다. 지금도 가끔 형이 다리를 긁적이면 "그때 형이 똥독 
올라서 그래..." 이렇게 말하고 한 대 맞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형은 똥에는 똥으로 복수했는데, 학교에서 채변 검사를 할 때 내가 소중하게 젓가락으로 수집한 똥 봉투를 내가 
신선한 보관을 위해 머리맡에 두고 잠든 사이에 마당에 있는 도사견의 똥으로 바꿔치기했다. 그 후 채변 검사 결과가 나온 날 선생님께서 
"이거 네 똥 맞아? 너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용하다" 라는 말과 반에서 유일하게 회충약을 먹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동생의 건강을 위한 형의 배려와 그래도 소똥을 넣지 않은 게 어디야 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중학교에 가서도 작은 형의 나에 대한 장난은 계속되었는데, 성인이 되는 1차 관문인 2차 성징기 때 나의 신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 신체 일부 부위들에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부모님께 부끄러워서 말씀드리지 못한 신체 변화에 대한 고민을 작은형에게 말했다. 
작은 형은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벌써 너 거시기랑 겨드랑이에 털 났어? 이거 큰일인데. 너 그럼 이제 키 안커."
당시 짝사랑하던 여학생보다 키가 훨씬 작았던 나는 평생을 162cm로 살고 싶지 않아 걱정스럽게 형한테 말했다.
"형, 나 키 더 크고 싶은데 무슨 방법 없을까?"
"거시기랑 겨드랑이에 털을 다 뽑으면 앞으로 1년은 더 키 커. 나도 작년에 한 번 다 뽑았잖아."
"아.. 형 고마워..근데 하나도 남김없이 다 뜯어야 해?"
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 거시기 털 뽑을 때 똥고 주변에도 털 났나 봐봐. 만일 거기까지 털이 번졌으면, 거기도 다 뽑아줘야 해. 그 털들이 나중에 앞으로 번지거든.."
그날 밤 나는 화장실에서 머리와 눈썹을 제외한 부위의 털을 쥐어뜯으며, 따끔거리는 고통을 참으면서 제발 키가 170cm까지는 크기를 기도했다. 
며칠 뒤 집에서 가장 진지한 큰 형에게 털을 쥐어뜯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집안에서 키가 제일 큰 큰형은 몇 년동안 쥐어뜯고 살았는지 물어봤다.
큰 형은 내게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막내야 그거 쥐어뜯지 않아도 키는 크는 거야. 누가 쥐어뜯으래? 딱 보니까 둘째가 그랬지?"
난 큰형의 말을 듣고 집 앞에서 호미를 들고 작은 형을 기다린 뒤, 멀리서 오는 작은형을 보고 처음으로 진심으로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대도시로 진학할 때까지 작은 형과 나의 동거는 계속되었지만, 내가 도시로 떠나게 되던 전날 작은 형은 소 산책이나 
시키자며, 둘이 한 마리씩 소를 데리고 함께 저수지에 간 뒤, 내가 가지고 싶어 하던 작은 형이 밤낮으로 항상 끼고 살던 보물 1호인 일제 
미니 카세트와 2만 원을 건네주며 말했다. 
"너 도시 가서 찐따처럼 맞고 다니지 말고, 촌티내고 다니지 마.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그리고 어머니 말씀으로는 나와 많지 않은 나의 짐을 실은 트럭이 집을 떠날 때 작은 형은 한쪽에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그 뒤 작은형과 내가 한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없었다. 
물론 지금은 같은 서울에 있는 큰 형과 더 자주 보고 함께 술 마시는 날이 많지만 편찮으신 아버지를 대신해 우리 형제를 대신해 귀농하고 매년 고추, 
참깨, 옥수수 등을 잊지 않고 보내주는 작은 형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어제저녁 작은 형이 얼마 전 심은 애호박이 아주 잘익었다면서 
조카를 가져다 먹이라고 연락이 왔다. 아마도 작은형이 나와 소주 한잔 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번 주 주말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가 작은 형과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옆에 호미를 두고 소주나 한잔 해야겠다. 
또 헛소리하면 단번에 이마를 까버려야지...
출처 어린 시절 불의의 추락으로 생긴 똥독으로 지금까지 다리를 긁적이는 작은 형
그리고 머리와 눈썹을 제외한 온 몸의 털을 뽑았던 2차 성징에 문외한이었던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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