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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 6- 큰오빠 편
게시물ID : humorstory_4386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85
조회수 : 17088회
댓글수 : 74개
등록시간 : 2015/07/10 21: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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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빠둘, 남동생하나 1편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8474
 
몇번 말했지만, 그는 진지하고 재미없고 말도 없다.
대신 오래 생각하고 말할 줄 알고, 남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나의 큰오빠 이야기를 하겠다.
 
나랑은 다섯살 차이의 큰오빠를 낳은 날 엄마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시어머니 아들보다 더 잘생긴 아들을 낳았기 때문이다. 묘한 승리감에 젖었다고 한다.
 
1. 주사
평소 말수가 많지 않아서 입에서 단내날까봐 걱정되는 남자, 우리 큰오빠가 말이 많아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만취했을 때이다. 그 때는 유느님 저리가라 수다를 떤다. 새벽내내 떠든다.
자는 사람 깨워서 한 잔 더 하자며 수다를 떠는데, 평소에 저렇게 못 떠들어서 어쩌나 싶다.
 
작은오빠: 그냥 기절시킬까.
나: 그냥 둬. 얼마나 말하고 싶어서 저러겠어.
큰오빠: 듣고 있니? 듣고 있어? 내 말 듣고있냐구. (이유 없이 웃기시작함. 호흡곤란) 근데 말이야, 내가 어쩌고 저쩌고.
작은오빠: 기절시키자.
큰오빠: 진짜 웃기지 않아? 내 얘기 듣지?
막내: 형 있지, 지금 새벽 네시야.
큰오빠: 조용히 좀 해 봐. 나 말하잖아. 그래가지고 내가 있지, 어쩌고 저쩌고(또 이유없이 웃음)
작은오빠: 눕혀. 일단 눕혀.
 
누워서도 계속 조잘조잘 떠드는데, 그러고 다음날 아침에는 또 입을 꾹 다문다.
뭔가 자아가 두개인가 싶기도 하다.
 
 
2. 입대
큰오빠가 군대에 가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살 얼음이 채 녹기도 전인 3월이었는데, 많이 추웠다.
짧은 머리로 머쓱하게 차에 탄 큰오빠는 엄마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별 대단치도 않은 이별이었다. 내일 볼 것 같은.
 
큰오빠: 나 이제 가.
엄마: (울기 시작함) 잘 하고. 건강하고. 응?
큰오빠: 가.
엄마: 말 잘 듣고, 밥 잘 먹고.
큰오빠: ...갈게.
 
엄마는 집에 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잠은 어떻게 자는지, 혹시나 혼나지는 않을지 밤새 울다 잠이 들었는데,
다음날 아침, 엄마 폰에는 큰오빠 핸드폰으로부터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큰오빠: 엄마, 걱정하지 마. 잘 하고 있어요.
다음날에는 "오늘도 울진 않겠지? 울지마." 등등의 문자들이었다.
알아보니 큰오빠가 에약문자를 일주일 치 걸어놓고 작은오빠한테 맡기고 갔다는 것이다.
엄마는 문자가 올때마다 상대적으로 (동생들 때문에) 많이 신경써주지 못했던 큰아들이 생각나 울었다.
 
 
3. 내색 안해도 아는 것들
골목은 늘 어둡다. 밤에 귀가할 때면 골목에 들어서는 일이 무서울 때도 있다.
며칠전 가로등까지 나가버려서, 불빛이 없는 골목에 들어서는 일이 한층 무서워졌다.
그 주에는 일이 많아 한 밤중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고.
늦은 밤 무서움을 날리기 위해 노래를 들으며 걷는데, 골목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큰오빠였다.
 
큰오빠: (일어나며) 늦게 오네.
나: 왜 나와 있어?
큰오빠: 담배피러.
나: 치. 거짓말.
큰오빠: 들켰네. 밤에 얼굴 안보인다고 누가 집어가면 어떡해.
나: 집어가면 다행인거 아니야?
큰오빠: 눈먼 놈이 집어가는 걸 원하는 건 아닌데. 여동생이란 건 정말 어려운 존재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로등이 복구되어 환하게 들어왔고, 누군가의 민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들었다.
가끔은 오빠가 담배를 피우러 골목 앞에 나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쓰다보니 별로 유머는 아니네요 ㅠㅠ
 
출처 누가뭐래도 나는 큰오빠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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