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9.14 09:23수정 : 2013.09.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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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혼외자식 의혹 제기와 관련해 13일 법무부가 감찰로 압박하자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이날 오후 간부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떠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
민정수석실서 대검에 전화 “채총장 물러나는게…” 종용
감찰도 청와대 지시 가능성…법무부는 오전까지 몰라
청와대가 채동욱(54)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유력한 증거인 혈액형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등 채 총장 사퇴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채 총장은 13일 황교안(56) 법무부 장관이 자신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곧바로 사의를 밝혔다. 검찰이 지난 6월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 개입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권과 마찰을 빚은 이후 채 총장에 대한 ‘경질설’이 제기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혼외 아들’ 의혹을 빌미로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의 사퇴를 사실상 지휘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사정당국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관계자는 지난 6일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주말께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했다. 이 관계자는 ‘채 총장의 혈액형이 A형, 혼외 아들의 어머니라는 임아무개(54)씨가 B형, 혼외 아들이 AB형인 사실을 확인했고, (혈액형은) 유력한 증거니까 채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에도 대검찰청 쪽에 전화를 해 ‘이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청와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A형이 전 국민의 34%나 된다. 유력한 증거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채 총장이 공직기강팀에서 연락온 날인 12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내며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보이자 오늘 청와대에서 (감찰 지시를 통해 사퇴하도록) 찍어 누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이 채 총장은 물론 일반인인 임씨와 아들의 혈액형을 확인한 경위를 놓고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한 의혹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반인인 임씨와 아들의 혈액형을 어떻게 확인했겠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 다른 공공기관의 자료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민간인 사찰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민정수석실 쪽에서 보여줘 (의혹을 받는) 아이의 명함판 사진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2시 조상철 대변인을 통해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착수를 발표했는데, 법무부 관계자들조차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런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장관이 청와대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감찰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감찰관은 해외 출장 중이며 감찰 담당관도 점심을 먹다가 얘기를 들었다. 황 장관도 이날 오후 갑자기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황 장관의 감찰 착수 발표 30분 만에 공식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채 총장은 이날 구본선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 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모든 사건마다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혔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했으며 그외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김정필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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