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내 눈꺼풀은 어렸을 적부터 살짝 올라간 눈매+난시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내 인상을 참 더럽게 만들었다. 안경을 쓰고 있을 땐 괜찮았지만 안경을 벗으면 흐릿하게 보이는 걸 바로 보기 위해 눈을 찌푸렸고 그럴 때마다 트러블은 어김없이 발생되었다.
1. 안경 다리가 부러져 맨눈으로 집에 돌아오던 밤 10시를 좀 넘겼던 즈음, 어디선가 경찰 아재 두 분이 나타나 내 앞을 막아섰다. 나 : ....? 아재 : 실례하겠습니다. 이 근방에서 강력사건이 일어나 부득이 신분증 조회를 실시하고 있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나 : ..........??? 아재 : 신분증 좀 제시해 주십시오.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던 건, 당시의 나는 만 17세를 갓 넘긴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민증같은 건 당연히 없고 신분증은 고등학교 학생증 뿐...
나 : 저...신분증이 이거밖에... 아재 : ........?!?!
위 아래 위 위 아래로 한참을 사진과 실제를 대조해 보느라 애썼던 아재들은 학생증을 돌려 주고 대단히 실례했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하하하.....
2. 생전 처음 겪어보는 수치심에 투덜거리며 집 앞에 들어설 때였다. 평상시 나를 잘 따르던 옆집 6살 꼬맹이 녀석이 한창 유행하던 빛이 나는 팽이를 돌리며 놀고 있는 것 같았다(잘 안보였기에 그렇게 추측한다). 나 : 왜 아직 안자고 있었어? 꼬맹이 : 형~ 나.....뿌애애애애애애앵!!!!
내 맨눈을 처음 본 꼬맹이는 경기를 일으키며 대성통곡을 했고 나는 아무것도 안했지만 어쨌든 애가 울었으니 아이 엄마에게 사과를 하며 집에 들어왔다. 하하하하 망할... 그리고 "옆집 꼬맹이도 궁금해 하더라고. 신분증! 신분증을 보자!"라고 외치는 경찰 아재에게 밤새 쫓기는 꿈을 꿨다. 하하하하하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