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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하와이라는 말의 유래...
게시물ID : sisa_439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상천외
추천 : 8/3
조회수 : 1168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08/02/29 20:36:31
전일칼럼/`PK'만 빼고 모두 `하와이' 되나

이홍재 논설실장

 `전라도 하와이’란 말은 해방 이후 생겨난 말이다. 전라도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이런 말이 왜 생겼을까. 조정래의 소설 `한강'을 보면 이 말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온다. 대강 이런 내용이다.

 이승만은 미군정의 도움을 받으며 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김구는 민족을 분단시켜서는 안 된다며 맞섰다. 미군정의 지지를 받지 못한 김구는 대중과 직접 접촉하는 순회강연을 했는데 가는 곳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 들었다. 특히 전라도 지방에서는 더욱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을 보고 받고 기분이 나빠진 이승만이 한 마디 내뱉은 말이 `하와이 놈들 같으니라고’였다. 그럼 하와이 사람들이 어떻길래 그리 욕을 했을까. 거기에도 이유가 있다.

 일제 시대 이승만은 독립운동을 위해 미국 본토에 머물다 나중에 우리 동포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하와이로 옮겼다. 이곳엔 이미 박용만이라는 인물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일하는 우리 동포들을 모아 독립군을 양성하고 있었다. 무력투쟁보다는 외교를 중시했던 이승만으로서는 박용만과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동포들이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종국에는 박용만 쪽으로 다 몰렸다. 이승만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동포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됐다. 세월이 흘러 조국에 돌아온 이승만에게는 김구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전라도 사람들이 옛 하와이의 동포처럼 느껴졌다는 얘기다. 

 결국 본의야 어찌됐든 전라도에 대한 나쁜 인식을 뿌리 깊게 심은 사람은 이승만인 셈이다. 이후 `전라도 하와이'라는 말이 대대적으로 매스컴을 탄 것은 1959년이다. 조영암이라는 사람이 한 잡지에 `하와이 근성' 운운하는 글을 실어 전라도 사람들을 모욕한 것이다. 

 당시 전남일보는 이를 광필(狂筆)사건으로 규정짓고 전라도 출신의 총궐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로 인해 그 잡지는 폐간되고 필자는 구속됐지만 한 번 나쁘게 박힌 전라도 이미지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박정희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모든 권력기관에 자기네 사람만 편파적으로 쓰면서 전라도 차별을 철저하게 조직화 함으로써 지역감정을 심화시켰다.

 그래도 전라도 사람들에게 `반짝' 했던 때가 있었으니 국민의 정부 시절이다. 서민들의 생활이야 그대로였지만 순전히 생색용으로 호남 출신에게 주어졌던 단골 농림부장관 말고도 제법 힘 있는 자리까지 기웃거릴 수 있게 됐다. 전라도 사람으로서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차별을 받아왔으니 이제 균형을 잡는 것 아니냐 했다.

 하지만 `과거 지역편중 인사를 감행했던 사람들마저 그 지역편중 인사가 시정되는 걸 두고 다시 지역편중 인사라고 악을 쓰는 지상 최대의 코미디'(어느 부산 시민의 표현임)가 펼쳐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참여정부 들어서서는 시쳇말로 `전라도 씨가 마르게 생겼다'는 한탄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과 부산 출신이 약진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집권 후반기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 믿을 만한 사람만 챙기는 게 정권의 속성이라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올 들어 인사권을 행사한 장^차관급과 청와대 수석, 각종 공기업 사장 등의 인사를 보면 PK(부산^경남) 출신이 30%를 넘어섰다(11월30일자 본보 사설 참조). 게다가 현 정부에는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이 10명이나 된다. 

 이게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구도 타파를 역설했던 대통령의 인사다. 이를 어찌 `정실인사'나 `코드인사'가 아닌 능력 위주 인사로 불 수 있을 것인가. `우연의 연속일 뿐'이라는, 그나마 남아있는 전라도 출신 김완기 인사수석의 변명이 애처러워보일 뿐이다. 

 지역주의 극복 취지는 물론 좋다. 노 대통령이 과거 부산에 출마해서 장렬히 전사(?)할 때만 해도 우리는 그의 그러한 의지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요즘엔 `바보 노무현' 시절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역할거주의를 더욱 심화시키는 최근 청와대 인사를 보노라면 이러다가 부산^경남만 빼놓고 `전라도 하와이' `충청도 하와이' `강원도 하와이' 등 모조리 `하와이'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들 하는데 잘못하면 망사(亡事)가 되는 걸 어찌 모르는가

출처 전라도 하와이라는 말의 유래(전남일보)|작성자 길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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