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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651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errytree
추천 : 0
조회수 : 1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11 22:05:47

거울 속에 비친 눈알은 붉디 붉은데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더 없이 푸르구나.  

 

감정을 무자르듯이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오늘도 조금씩 무뎌진다..

 

꿈을 꾼듯 먼, 아득한 일이 되어버리는게 신기한 시점.

 

그렇게 다 잊혀지만 누구 말대로 가끔은 나 역시 무너지는 날이 있겠지.

 

바람이 서늘해지고 어느 새 가을이 오고 있구나.

뜨거운 떙볕 아래 당신의 짧은 팔 입은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

이제는 나와 당신이 가벼운 옷을 입고 땀이 흐르는 손을 잡고 서울의 어느 동네 한 귀퉁이를 지나다닐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이토록 서글프다.

여름의 우리는 없구나. 우리에겐 가을도 제대로 된 따듯한 봄도 없고 겨울 밖에 없구나. 겨우 한계절. 겨울도 여름도 아닌 반 토막의 계절.

 

당신을 못잊어서 슬픈게 아니라,

나는 당신의 짧은 팔입은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서럽다.

그 추운날 매일 당신과 밤새 통화를 하며 난 늘 이런생각을 했었다. - 몇 달 후 푹푹 찌는 여름 날이되면 당신은 소매가 한껏 짧아진 옷을 입고 그 팔에 내가 매달려 함께 걸을거야. 서울의 흔한 동네 어느 길. 그때는 나 역시 민소매에 얇은 스커트를 입고 있을테고  당신과 나의 다른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겠지.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이 녹아흐른대도 좋을거야. 당신과라면 그 무더워마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그 날이 올까? 당연히 오겠지. 조금만 참자. 먼 일같지만 금방 와. 눈 깜짝할 사이. 그때가 되면 벌써 여름이 돼버렸다고 말하겠지. - 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2006년에는 나에게 여름이 없었다.

길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을 나의 계절.

 

그저 당신이 내게 추우니까 치마를 입지말고 꼭 바지를 입고 오라던 이가 시린 봄이 있었고 당신 품속을 파고들던 짧은 포옹이 있었다.

약속했던 보드게임도 벗꽃 구경가자던 약속도 사라지고 흔한 단풍놀이도 없고 헤어져도 그리우면 언제든 연락하겠다던 당신은 없는거구나.

그때 헤어질걸... 보고프면 만나고 목소리가 듣고싶으면 전화를 하겠다던 당신이었을 때 이미 헤어졌어야 되는건데....

 

여름은 없고 우리의 봄도 겨울만큼 추웠으므로 우리에겐 여름도 가을도 봄도 없다...단지 우리에겐 밤새도록 뜨거웠던 전화기의 열기를 식혀주던 차디찬 창가의 공기뿐이다.

 

안녕. 안녕.

수 없이 안녕을 고해도 아직은... 아직은 더 남았다며. 정말 끝은 어디일까 수없이 되묻는.  내 눈물은 그래서 아직도 짜다.

 

잘가라.

잘가지도 못할거란거 알기에 그 날의 차가운 눈빛조차 미워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당신을 잊을 수 있게 만든 건 내가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일수 있다는 사실.

오늘이 오기까지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었다.

당신에게  나라는 사람이 의미가 있는게 아니고 당신이 단지 연애를 했었고 나는 당신의 한때 여자였다는 것. 그것 하나만 진실이라는 것을.   

 

어느 날 뭇 사람이 나에게 그 진실을 폭로했을 때, 난 당신의 욕설보다 차가운 눈빛보다도 더 허무한 배신감을 느꼈다.

 

당신의 사나운 눈빛과 욕설과 화에서 느꼈던 슬픔이 아닌, 여리고 어린 작은 사내아이 하나가 서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랬었지. 당신은 작고 여인 순한 한마리의 소년이었음을.

아직 덜 자란 상처받은 아이임을. 

 

당신의 화는 나를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사실은 하늘을 향한 원망임을 잘알고 있었기에 그대를 미워할수가 없었다.

 

힘들어하지말라 아파하지 말라는 말은 그대에게 오히려  짐이된다고 했었지.

그럼 주저앉아라.

그 자리에서 어린애답게 울어라.

그러면 당신도 조금은 어른이 되겠지.

내가 당신을 만나서 어른이 된것처럼.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미워지는 당신.

다행이다. 당신을 미워할수 있어서. 나도 이젠 버릴수 있을거 같아.

 

부치지 못한 편지가 쌓여갈수록 난 당신을 정말 버리고 싶었나보다.

 

단 한순간도 변함이 없던 나의 마음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구나.

하루는 거짓으로, 하루는 한숨으로, 드디어 오늘의 하루는 꿈이었다.

너무 아파서... 당신을 잊을수 있는 날을 매일매일 꿈꾸었다. 아니, 당신을 잊을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그 날을 기다렸다.

아니.. 사실을 당신을 내 가슴에 묻으려 했다. 그런데 그 놈의 무덤이 사람없이 묘비명만 세워서인지 죽지를 않고 안에서부터 기를 쓰고 뛰쳐나오려고 했다. 내 온 몸의 살을 뚫고 찢어냈다. 그걸 감당해가면서 혼자 버티는 일은 참담했다..

가슴에 품는 일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우리 둘 중 누군가,  혹은 우리 둘 다 서로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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