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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골드:어린날의 미스테리
게시물ID : humorstory_4392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리스페이스
추천 : 1
조회수 : 74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7/29 13: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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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였었을까?
 
그때 내겐 어린 마음에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 생각을 해봐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하나 있었어.
 
그 미스테리는 내나이 스무살이 되어서야 결국 풀리더구만.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내가 초등때만 해도 내가 살던 곳에 있는 미호천 강가는, 재첩조개를 백사장에서 잡을수 있을 만큼, 물도 깨끗하고 주변 경관도 수려했었어.
 
특히 미호천교 하류 쪽으로는 군데군데 모래사장위에 보리밭과 뽕나무밭이 많았었고, 한편엔 숲이 우거진 오솔길이 나 있었지.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기려는 쌍쌍의 연인들이 많이 눈에 띄곤 했었어.
 
 
어느 초여름 날인가, 재첩조개를 잡아 비닐봉지에 담고는 오솔길을 통해 집으로 걸어오는 중이었는데, 뽕나무 밭에 있는 새까만 오디가 눈에 띄는 거라.
 
오디 참 맛있잖아.
 
그래서 오디 따러 뽕나무 밭으로 들어 갔지.
 
오디를 찾아 점점 깊숙이 뽕나무 밭을 헤쳐나가는데, 어디선가 희미하게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였어.
 
어찌 들으면 신음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암튼 헷갈리는 소리였는데 순간 어린마음에 무섭드라.
 
그런데도 한편의 호기심 때문에 소리나는 쪽으로 계속 가 보았는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 여자의 목소리는, 울음소리인지 신음소리인지 분간이 안되드라구.
 
아니, 신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번갈아 나는 거였어.
 
어린 마음에 여자가 다쳐서 우는구나 하고 생각했지.
 
무섭긴 했지만 가서 도와주자는 기특한 생각이 퍼뜩 들더만.  소리가 나는 곳에 다다르자 뽕잎 사이로 어렴풋이,두 어른 남녀의 모습이 보였어.
 
그런데 좀전의 도와 주자던 기특한 생각은 어디로 사라지고, 난 무서워서 꼼짝할수도 없었지.
 
그때 당시 한참 인기리에 방영되던 최불암의 수사반장도 뇌리를 막 스쳐 지나가고....
 
왜냐구?
 
남자가 여자 위에 올라 타서는 목을 조르는건지 어쩐건지 잘 분간은 안되었지만...
 
암튼 여자는 남자 밑에서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듯이, 울부짓는 듯한 특이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고, 남자도 여자를 폭행(?) 하는데 힘이 들었던지 헉헉대며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거든.
 
내가 '이러다 저 여자 죽겠구나!' 하는 짧은 생각을 하는 사이, 남자의 짧고도 나지막한 외마디 비명을 끝으로 주변은 잠잠해졌어.
 
 
고개를 들어 빼꼼이 쳐다 보았더니, 여자는 죽었는지 몸이 축 늘어져 있었고, 남자는 그 여자 위에 바로 겹쳐진 체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
 
괜히 움직여 바스락 거리다가 남자에게 걸리면 나까지 죽이겠다 싶어, 옴짝달짝 못하고 숨듯이 주저 앉아 있는 사이 정말 짧고도 긴 시간이 흘러 갔어.
 
그런데 웬걸!
 
둘 다 살아 있더라구.
 
게다가 더 희안한 건, 둘 다 일어서자 마자 서로의 옷 매무새를 만져 주기도 하고, 옷에 붙어 있는 잡풀을 떼어 주기도 하면서 다정을 떨드라니까.
 
그러고는 둘이서 손을 마주 잡고 뽕나무 밭을 유유히 빠져 나가는데 그 두 사람의 표정이...
 
남자는 뿌듯해 마지 않는 싱글벙글한 흡족한 표정이었고, 여자는 수줍은 듯이도 보이는 행복한 표정이었다니까 글쎄...
 
참, 그 남자는 양심도 없고 그 여자는 정말 밸도 없지 싶더라고.
 
암튼 그때 내게는 그것이 엄청난 미스테리였어.
 
그 짧은 시간에 둘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화해를 한 건지...
 
숨이 넘어갈 듯 흐느끼고 울부짓던 여자가, 불과 몇분 사이에 어떻게 그런 수줍고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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