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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얘기 2
게시물ID : humorstory_4393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무호야
추천 : 2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30 03:21:15
떠올려보면 그는 참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오빠는 내가 예뻐보여? 참 특이해."
"원래 안경이라는 템빨은 무시할 수가 없어. 한 5배쯤 예뻐보이거든."
"... 다섯배나 이뻐보이는 이유가 뭔데."
"얼굴을 가려주잖아."

나는 잘 때도 씻을 때도 안경을 벗으면 안되겠구나라고 느꼈다. 

"그래도 넌 안경 벗어도 예뻐." 
"됐고, 그럼 안경 말고는 뭐가 좋은데? 그것도 하면 날 더 좋아하나?"
"사실 난 말야.. 다리를 좋아해."
"쯧, 길거리 나가봐라.. 아직 다리 이쁜 처자를 많이 못 봤구만. 힐도 못 신고 알도 꽉찬 시사모같은 내 다리가 뭐시 좋다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종아리를 만지작 거렸다.

우리는 때때로 19금 대화를 유지해 나갔는데, 야동이나 야화, 야설에는 각자의 취향을 인정하고 따로 봤다. 그가 좋아하는 야화는 수위가 낮았고, 내가 좋아하는 야화는 절대로 보여줄 수 없었다.

그는 독실한 모태신앙이었는데 나는 초등학생 때 무신론자인 아버지와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해 토론했다가 무참히 패했던 유신론자였다.
그와 신에 대해 많은 얘길 했지만 사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그가 내게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그 모습이 좋았다. 괜히 빛나보이고 멋져 보였다. 그러다 뜬금없이 애교를 보여달라고 하곤 했다.

"애교 보여줘."
"난 애교 부릴 줄 몰라."
"내가 먼저 시범 보여줄게. 똑같이 따라해 봐."
".. 뭔데?"
"아잉~❤️"
"...그걸 어떻게 해!"
"괜찮아~ 하다보면 돼. 자 해봐."
"아, 아잉.."
"끝을 높이면서 콧소리를 내야지!"

사실 그 애교 녹음해서 두고두고 들었었다. 지금은 지웠지만. 그가 못생겼다고 말은 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는 키도 작고 귀엽고 동안이라 같이 술집에 가면 혼자만 민증검사를 받는 비범한 사람이었다.
한 번은 시외버스표를 끊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고 한다.

 "학생, 여기 중학생 버튼 있어. 요거 눌러야지?"
".. 대학생입니다."
그는 무려 군필자였다. 나는 그 좋은 기회를 왜 날렸냐고 윽박질렀다. 버스비 아낄 수 있었는데.. 

여름옷을 입었을 때는 생각보다 갑빠가 있어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딴딴해서 부비적거리기가 좋았다. 하지만 여름 패션은 정말 남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잔소리를 많이 해서 그나마 평범하게 입혀놨는데.. 조금 미안하다. 더위도 많이 타는데, 그냥 7부든 5부든 바람 잘 통하는 통 넓은 반바지 입게 할 걸. 다리털도 나보다 없는데..
정말 좋아해서 입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도 이년이 지나서야 안 입게 됐던 하와이 셔츠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생각한다.
이마는 내리막길이니 무조건 이마는 덮어야 하는데 저번에 이마 깐 사진 보고 다시 전화할까 한참 고민했었다. 그래도 이젠 당신 취향이지.

"오빠 못생겼어, 그리고 바보야."
"응, 나 바보야."
"아냐! 이럴 땐 아니라고 해야지. 나 천재야 이래야지."
"나 바보 맞는 걸."
출처 아직은 내가 이 글을 왜 쓰는 지조차 모르겠다. 지금 노트북이 고장나서 그런가.. 혼잣말에 가까운 이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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