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몇일 뒤 나는 그녀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했다.
이성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함께 보내본 적이 없던 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참을 고민하는데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뭐하고 있어?"
"어.. 아 그냥있지."
"우리 이브날에 영화보러갈래? 내가 영화예매권이 생겼는데 기간이 올해까지길래"
"아 그럴까? 근데 뭐 다른거 안해도 괜찮겠어? 그래도 우리 사귀고 처음으로 맞는 특별한 날인데"
"다른거 뭐? 그리고 이브날이 뭐 별거야? 우리가 만나는 날이 다 특별한 날이지"
그녀는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여자들과는 달랐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소박했고, 또 솔직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 당일, 그녀와 나는 근처의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특별한 날을 만들어 주려 고민했던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른 때와 같이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데이트가 진행되었다.
특별한 날, 특별할것 하나없는 데이트에도 그녀는 즐거워했다.
그녀는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도 웃음을 지었고,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쳐다보고있으면
그녀는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내 얼굴에 뭐 묻었냐며 물었다.
"아냐 안묻었어. 그냥 너무 좋아서그래."
"에이 뭐가 그냥이야"
"그냥 웃는게 너무 이뻐서"
내가 그렇게 말을 마치면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귀여워서 장난끼가 발동했다.
"너 그러고 있으니까 신호등같아"
"왜..?"
"얼굴 빨게져서 니가 횡단보도에 서있으면 사람들이 다 멈춰서있겠다."
"아이 뭐야..."
나의 장난에 그녀는 앙탈을 부렸다.
시간이 흘렀고 그녀와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그녀를 집에 바래다 주는 길에 문득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이대로 둘이 같이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의 집앞에 이르렀다.
"오늘 재미있었어. 데려다 줘서 고마워."
"나도 오늘 재미있었어. 솔직히 오늘 뭐하고 보낼지 걱정많이했었거든."
"뭘 걱정을 하고 그래. 내가 전에도 말했지 기념일만 특별한 날이 아니고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 하나하나가 다 특별한 거라고."
그녀는 말을 마치고 내 품에 안겼다.
그녀에게서 예의 그 향기가 났다.
우리는 서로를 품에 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겨울이라 밤공기가 찼지만 서로의 온기로 인해 훈훈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