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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25)
게시물ID : pony_254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3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1/12 04:29:34

나는 이것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혜진이를 쳐다보았다. 이 상황이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었다. 단지, 우리집 현관 문에 서있는 저 세마리의 암컷이 대체 무슨 일로 날 찾아왔느냐가 의아할 뿐이었다. 우리집에서 이 상황을 좋아하는 것은 오직 레리티 뿐이었다. 포니들이 온 것을 알았는지 '다그닥'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현관까지 다가왔다.

 

"어서와 랭보!"

 

이렇게 레리티는 이 집이 자신의 집인 것마냥 말하고 있었다. 난 쭈뼛거리며 그들을 맡이했다. 랭보는 날아서 들어왔고, 플러터샤이는 뭐가 그리 불안한지 집의 이곳저곳을 경계하듯 살폈다. 들어오면서 '실례하겠습니다..' 이러면서 수줍게 말했다. 혜진이는 그대로 현관에 서서 내 손을 와락 붙잡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교 가야해요!"

 

"....그래서?"

 

"이 애들좀 잘 부탁드려요!"

 

'야! 잠깐!' 이라고 할 틈도 없이 혜진이는 도망치듯 후다닥 달려가더니 자신의 오토바이를 탔다.

 

"미안해요!"

 

이렇게 말하고서 헬멧을 쓴 뒤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녀의 오토바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난 넋놓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이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었다. 난 그저 이 일에 대해 해석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난 현관문을 닫고 포니들을 보았다. 저 암컷들 세마리는 식탁에 의자에 앉아서 레리티가 따라주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차가운거는 없어?"

 

랭보가 그렇게 말하자 레리티는 나를 쳐다보았다. '없어?' 이런 표정이었다.

 

"없어."

 

그러자 플러터샤이는 커피를 한모금 마셔보더니 쭈볏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 음... 미안하지만... 혹시 시럽이 있다면 얻을 수 있을까?"

 

난 묵묵히 녀석이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탕을 꺼내서 주었다. 그러자 플러터샤이는 '가..감사합니다.' 이러면서 수줍게 인사했다.

 

"너도 마실래?"

 

레리티가 나에게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자고 싶어.. 밤 셌으니."

 

"유감이네... 언젠가 이런 자리를 함께 하기를 원했었는데."

 

그건 네 바람이고..

 

"미안."

 

이렇게 대답하고 서둘러 내 방으로 향했다. 문을 닫고 침대에 누우니 밖에서 녀석들이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렸다. 눈을 감고 있으니 예리해진 청각이 그들의 대화 일부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원장한테 풀려난거야?"

 

레리티가 묻자, 플러터샤이가 대답했지만 무슨 소리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 대답을 듣고 랭보가 소리치는 것은 확실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안 돼! 거기에 동물이 있다고해도 그 사이코 원장이랑 같이 있는 건 위험해!!!"

 

그러자 플러터샤이가 '끠잉..'하며 기죽어서 뭐라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레리티가 그것에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 이런, 플러터샤이. 결국 그 원장을 도와서 동물들이랑 같이 있겠다는거야? 끔찍해...!! 그곳에는 화장대도 없고, 식탁도 없고, 그리고.. 그리고.."

 

저들의 대화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다만, 중앙의 스포트라이트가 켜져 있었고, 그곳에 포니 한마리가 있었다. 회색 털에 노란색 갈기가 돋아난 녀석이었다. 녀석은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보고 있는 것은 '마이 리틀 포니'였다. 텔레비젼 속의 포니들은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분홍색 말이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선샤인 선샤인' 이런 가사의 노래를 부르자, 마을의 모든 포니들이 따라불렀다. 마을에는 팡파레에서 쓰이는 종이 조각들이 휘날렸다. 경쾌하고 활기찬 노래였다. 그 회색 말은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작게 따라부르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데, 녀석이 말했다.

 

"노래 좋지 않나요?"

 

이러면서 날 돌아보았다. 유감스럽게도 녀석의 눈은 사시였다. 두 눈동자가 각각 위, 아래로 치우쳐 있었다.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넌 누구냐?"

 

내가 이렇게 물어보니 녀석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앞발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말했다.

 

"내 이름은 더피 후브즈. 팬들이 지어줬어요."

 

그리고 후후 웃었다.

 

"난 널 모르는데 어떻게 꿈에 나왔지? 그리고 이거 엄청 생생한데...?"

 

보통 꿈이란 것은 자신이 꿈이란 것을 자각하기 힘들다. 이것이 꿈이라고 문득 깨달아서, 볼이라도 꼬집어보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 꿈은 달랐다. 볼을 꼬집으니까 생생한 아픔이 느껴졌다. 난 흠칫 놀랐지만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꿈이 아니에요. 제가 당신과 연결한 것 뿐이죠."

 

"무슨.. 소리야.."

 

불현듯 이 앞에 있는 포니가 무서웠다. 저 포니를 비추고 있는 조명이 꺼지고나면 이 공간은 오직 칠흑같은 어둠만이 남게 되니까. 어두운 것은 무서웠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내 앞에 있었다. 이 생생한 꿈에서 달랑 한 마리 뿐인 저 포니의 표정과 하는 말들이 무섭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포니들과는 즐겁게 지내고 계신가요?"

 

"그다지.. 즐겁지는 않은데."

 

이렇게 대답하자 녀석은 다시 한 번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일이 잘 안풀리고 있는 듯한 반응의 머리 긁기였다.

 

"전 그 아이들과 사람이 만나면 만난 사람이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 아이들이란 것은 당연히 포니일 것이다.

 

"아직 모르겠어. 만난지 며칠 안됐으니까...."

 

그러자 녀석은 리모컨으로 티비를 껐다. 순간, 이 공간에 적막함이 흘렀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비상구는 없었다. 이 상황을 계속 직면해야 하는 것이었다.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에게 쫓기고 있어요. 부디 그 사람에게 잡히기 전에 친구들을 모두 찾아주세요."

 

뭔가 게임 퀘스트 같은 얘기를 꺼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도 게임 캐릭터 같은 질문을 하게 됐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누구한테 쫒겨? 왜 쫓기는데?"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난 순간 화가 치밀었다.

 

"그럴 거면 그 애들한테 직접 찾으라고 해! 왜 나한테 이러는데?!"

 

그러자 녀석은 슬픈 표정을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기가 죽은 것 같았다.

 

"전.. 그 애들을 만날 수가 없어요."

 

"왜?"

 

그러자, 고개를 든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시인 노란색 눈동자가 멀리서 봐도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애들을 이 세계로 불러들였으니까... 난.. 그냥.. 그 애들과 친구가 되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야.. 잠깐.. 그게 무슨..."

 

"그 애들이 저를 원망하겠죠? 절 미워하겠죠? 그리고.... 그래서... 전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부디 애들을 잘 돌봐주세요. 그리고 친구들을 찾도록 도와주세요!!!"

 

그렇게 외치더니 순간 놀란듯 혼자 중얼거렸다.

 

"안 돼.. 날 방해하지 마! 날 내버려둬!!"

 

누군가에게 외치듯이 허공에 대고 소리쳤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녀석의 모습이 텔레비전의 영상이 찌그러지듯 일그러졌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채 '치익, 소리를 내며 흑백 화면조정의 떨림이 한 두번 일어났고 그 찌그러짐은 점차 빠르게 반복되어 형체가 점점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순간, 녀석의 사시였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소용돌이처럼 모습이 일그러지며 녀석은 중얼거렸다.

 

'코드네임. 절대자. 시행지- 한국, 치익-- 월평동, 치익- 절대용언 A2-B14 모든 포니들은- 치직, 인과율의 흐름에 따라 서로를 이끈다. 보조용언 A2-B15 인간들의 보조자, 애플재애애애애애애액--- 은, 찌익- 절대용언 A3-B2, 레리티의 조화의요소오오오오는 관요오오ㅇ a...치지익 C19,  두번째 보조자아아아아아아 고혜... 치익'

 

순간, 저 녀석이 엄청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끔 감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악!!!!"

 

소리치며 일어나자, 다행히도 내 침대였다. 순간, 방의 문이 덜컥 열렸고 포니들이 황급히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랭보가 소리쳤지만 난 머리를 붕붕 저으며 아까의 악몽의 충격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래서 녀석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 더피 후브즈가 누군지 알아?!"

 

그러자 포니들은 서로를 한 번 쓱 쳐다보더니, 레리티가 말했다.

 

"당연하지. 이퀘스트리아의 모든 포니들이 다 아는 이름이라고."

 

"뭔데? 뭐하는 포니인데?!"

 

그러자 랭보가 대답했다.

 

"이퀘스트리아의 새로운 왕이자 수호자야."

 

플러터샤이는 그 설명을 덧붙였다.

 

"음.. 셀레스티아 공주님과... 루나 공주님의.. 후계자야."

 

"잠깐... 난 가끔 너희들의 이미지를 보는데... 그 녀석은 절대 공주같은 차림으로 나오지 않았거든? 녀석이 꿈에서 말하기 전까지는 이름도 몰랐어!"

 

그러자 레리티가 의아해하며 물어보았다.

 

"꿈.. 이라니?"

 

"후.. 일단 마이 리틀 포니좀 봐야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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