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조선일보>의 채동욱(54)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 ‘이후’에 특별감찰반을 가동해 정해진 규정에 따라 감찰에 착수했다며, 이 보도를 청와대가 사전에 기획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정보 수집 경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아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 전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 총장의 혼외아들 어머니라는 임아무개(54)씨와 아들에 관한 정보를 확인했다는 ‘청와대 기획설’과 관련해 “(보도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규정에 따라 특별감찰에 착수해 이런저런 자료들을 확인했다. (감찰에 나선 이유는) 총장 개인뿐만 아니라 검찰의 명예, 신뢰, 정국 부담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첫 보도 이전에는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확인작업도 거친 적이 없다”고 청와대 개입설을 일축했다.그러나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풀리지 않는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우선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이 지난 6일 조선일보의 첫 보도 직후인 주말께 대검찰청 쪽에 전화해 채 총장과 임씨, 임씨 아들의 혈액형을 언급한 대목이다. 보도 직후 하루이틀 만에 채 총장은 물론 민간인인 임씨 등의 내밀한 혈액형 정보까지 손쉽게 확보한 셈이 된다. 혈액형은 임씨 아들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자료나 다른 공공기관의 자료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자료는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이나 당사자들 동의 없이는 확인하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학적부 등 개인 자료는 청와대가 마음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청와대 쪽은 대통령비서실 직제(대통령령) 규정에 따라 ‘임의적인’ 방법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확보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학교나 기관 등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서 이에 응하면 확보하거나, 제출을 거부하면 열람을, 열람도 거부하면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그러나 임씨의 아들이 다닌 ㄱ초등학교 쪽은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 학교 교감은 청와대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는지 묻는 <한겨레> 기자에게 “전혀 그런 거 없다”고 대답했다.청와대가 채 총장 주변에 대한 사전 정보 취득 의혹을 해명하고자 ‘보도 이후에 특별감찰을 했다’고 뒤늦게 밝혔으나, 이런 설명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이를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구나 청와대 차원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했다면 다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내세워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하려는 것도 언뜻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다. 법무부 감찰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처럼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양쪽은 차별성이 없다.이 때문에 시민단체와 서울변호사회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히자, 조선일보 보도 ‘이후’에 감찰에 나섰다고 주장하면서 미리 검찰 수사에 방어막을 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 전에 나섰다면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조선일보의 한 간부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 20여일 전에 검찰 관계자를 만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인 ㄱ씨가 채 총장의 여자 문제에 대해 이미 조사를 끝냈고 9월 추석 전에 채 총장이 날아갈 것’이라는 말을 한 것(<한겨레> 16일치 1면)도 특별감찰반을 통해 채 총장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청와대 주장과 배치된다.김정필 정환봉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