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끼는 전 직장의 후배기자를 암으로 잃었다. 언론계 중진이자 벗 한 사람이 현재 암 투병 중이다. <진실의길> 신상철 대표 또한 현재 암 투병 중이다. 지난해 1년간 나는 그와 같이 <진실의길>에서 일했다. 나는 편집장으로, 그는 대표로. 그의 이름을 안 지는 오래 됐지만 만남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위였는데 우리는 의기투합해 동지로 지냈다. 어려운 여건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버팀목으로 지냈다. 신 대표는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식의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그는 조금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진실의 문을 두드렸다.
그런 그에게 암 소식이 들려온 건 올 연초였다. 어느 날 그는 내게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소문내지 말라고 부탁했다. 천안함 재판 등 아직 할 일이 많아서라고 했다. 처음엔 직경 3cm 정도의 대장암 2기라고 했다. 그래서 2월말 수술을 통해 종양을 잘라냈다고 했다. 간간이 안부전화를 하면 그 때만 해도 괜찮은 듯 했다. 그런데 그 얼마 뒤 암세포가 전이돼 암 3기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직장의 상당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 그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요즘 의술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아직도 암은 난공불락이다. 하필 그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지난해 <진실의길>에서 같이 일하던 시절 신상철(왼쪽) 대표와 필자
지난 주말 불현듯 그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그는 김해 집에서 여전히 요양 중이라고 했다. 총 14번의 항암치료 가운데 4번째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천안함 재판’도 잠시 중단됐다고 했다. 항암치료가 끝나는 10월경에나 재판이 재개될 거라고 한다. 내가 만나본 그는 좋은 사람이고 우직하기조차 했다. 신념이 투철하고 겁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명박을 향해 '이명박 이 개새끼야'라고 일갈하는 글도 썼다. (이 일로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많이 위축된 듯 했다. 치료약이 독해 몸무게가 8킬로가 빠졌다고 했다.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기 쉬운 법이다. 그런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딱히 해줄 말이 없어서 치료 잘 받고 어서 나으라고 했다. 정의감 하나로 온갖 궂은일도 마다 않던 그였다. 편하게 사는 길조차도 마다하고 나선 그였다. 아직은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어서 쾌차해 그와 술 한 잔 나누고 싶다. 신 대표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