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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굿바이 마이 레리티 (29)
게시물ID : pony_254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리티
추천 : 4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1/12 17:13:06

"정말로 동물 병원에 가고 싶어?"

 

내가 묻자, 녀석은 수줍게 고개를 깔고 날 올려다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이것만 먹고 데려다줄게."

 

내가 이렇게 말하니 레리티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쉬며 플러터샤이를 꼭 끌어안았다.

 

"오.. 플러터샤이..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플러터샤이도 레리티를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

 

"연락 자주 할게. 레리티."

 

자, 이별의 아쉬움은 여기까지. 난 플러터샤이를 레리티 전용 스포츠백에 넣었다. 그리고 지퍼를 잠그려고 하자 녀석은 겁에 질려서 이렇게 말했다.

 

"나.. 나쁜짓 안하실거죠...?"

 

6살 짜리 꼬마애한테 무서운 얘기를 들려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으니 왠지 골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말했다.

 

"아프게 하지는 않을게..."

 

"히익...!!"

 

이런 신음을 내며 동공이 점이 될만큼 확 움츠러 들었다. 그리고 도망치려 하는 것을 내가 붙잡고 지퍼를 잠가버리자 녀석은 안에서 난리법썩을 떨었다. 아무래도 정말로 겁에 질린듯 보였다.

 

"김시윤!"

 

하면서 레리티가 날 노려보았다. '장난은 그만 둬.' 이런 표정이란 것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래서 난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보여주었다. 레리티가 계속 날 노려보자 하는 수 없이 가방을 열어줘야 했다. '알았어..' 이러고서 가방을 열자, 플러터샤이가 단번에 튀어나와 방 구석으로 냅다 뛰더니 헉...헉... 가픈 숨을 몰아쉬며 날 경계했다. 머리는 엉망 진창이었고 온 몸에는 식은땀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그 정도로 무서웠냐...?'

그 모습을 보니, 내가 무슨 죄인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레리티가 하는 행동을 보니 그 죄인이 된 것 같은 가정이, 사실로 드러났다. 레리티가 다가가자, 플러터샤이는 그녀를 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플러터샤이는 레리티의 목에 얼굴을 묻고 훌쩍거리며 울었다. 레리티는 그런 플러터샤이를 보듬듯 앞발로 안은 뒤 토닥거리면서 말했다.

 

"오.. 불쌍한 플러터샤이. 저 못된 김시윤 때문에 많이 놀랐구나. 침착해... 내가 있잖아."

 

"저 사람이.. 날... 날... 잡아먹으려고.. 어두운 가방 속에 넣고...!!'

 

"아니야.. 그럴 일은 없을거야 플러터샤이. 저 사람은 물론 고기를 먹지만 포니는 먹지 않아. 안심해.."

 

"그럼 개나 고양이같은 걸 먹는거야...?"

 

그래서 무심코 내가 "응, 개는 먹는데." 이러니까 화들짝 놀라며 레리티의 목에 얼굴을 쑤셔박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레리티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말했다.

 

"장난도 정도껏 해! 개를 어떻게 먹니?"

 

개는 아주 맛있어. 여름에는 초복,중복,말복 맞춰서 꼬박꼬박 챙겨먹었는데... 이러면 정말로 사태를 수습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장난이었다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레리티는 장난이 너무 지나쳤다며 쉽게 용서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플러터샤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난 별의 별 짓을 다 해야했다. 결국 플러터샤이는 자신과 레리티가 함께 있기를 바랬다. 레리티는 기꺼이 같이 있어주겠다고 했지만 동물병원까지 갈 때, 녀석들을 가릴 수 있는 도구가 문제였다. 그러자 레리티가 앞발로 장농 천장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건.. 어때?"

 

그것은 추석이나 설날 때 옷을 챙겨넣는 여행용 캐리어였다. 검은색의 무척 큰 크기였기 때문에 두 마리의 포니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레리티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 속에 포니 두마리를 넣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동물병원까지는 멀었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린 다음에도 얼마 동안 걸어가야 했다. 캐리어를 질질 끌다가 가끔 바퀴가 돌맹이 같은 것이 걸려서 흔들거리면 속에서 플러터샤이가 '꺗,' 이러면서 얇게 신음하는 것이 들렸다. '우리 제대로 데려가는 것 맞아....? 불안해..!' 플러터샤이가 말하자 레리티는 말했다. '걱정마. 시윤이는 개를 잡아먹는 야만인이 아니니까. 우리들도 잡아 먹지 않을거야.' 개를 먹는 것이 언제부터 야만적이었을까.. 하긴, 생각해보니 초식동물 입장에서라면 개를 먹던, 돼지를 먹던 다 마찬가지로 야만인으로 취급할 것 같았다.

 

동물 병원에 도착하자 원장은 강아지에게 주사를 놓고 있었다. 강아지는 눈물을 글썽이며 불안한듯 원장을 바라보았다. 주사 놓는 것이 끝나고 개를 철창에 가둬놓았다. 개는 잠깐 그 속에서 한두바퀴 돌다가 안심했는지 배를 바닥에 깔고 누웠다. 원장은 내가 온 것을 보더니 "어서 와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안녕하세요." 이렇게 말하고서 캐비넷을 열었다. 그러자 곧장 플러터샤이가 튀어나왔다.

 

"플러터샤이! 어서 와요!"

 

원장이 반갑게 맞이하자, 플러터샤이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다녀왔어요..."

 

"지금 환자들이 밀렸어요. 일단 저 고양이부터 좀 봐줄래요?"

 

원장이 그렇게 말하자 플러터샤이는 곧장 고양이에게로 날아가서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플러터샤이가 고양이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입좀 볼려볼래?"

 

고양이가 흥' 하며 녀석을 거부하자, 플러터샤이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곧장 장난감 쥐가 연결되어 있는 막대기를 가져왔다. 그것을 고양이 앞에 놓자마자 녀석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쥐를 응시했다. 그리고 사냥하는 재규어처럼 자세를 낮추더니 '이 때다!' 싶을 때, 쥐를 덥썩, 앞발로 잡았다. 그렇게 놀고 있을 때, 플러터샤이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입 좀 벌려주면 안될까?"

 

그러나 고양이는 그녀의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쥐의 목을 야금야금 물어뜯었다. 망가질 정도로 쎄게 물어뜯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장난감 입장에서 보면 단순한 지압 마사지를 받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자 플러터샤이는 '미안해..' 이렇게 말하더니 진료용 나무막대기를 재갈처럼 고양이에게 물린 뒤, 빠르게 속을 확인했다. 그리고 외쳤다.

 

"생선 가시가 걸려있어요!"

 

원장은 바로 고양이 목 안을 후레쉬로 비추어보더니 핀셋을 목 안에 넣어서 걸린 가시를 빼냈다. 그러자 고양이는 한 번 켁, 켁, 거리며 기침하더니 그대로 횡 어디론가 도망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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