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전화했던 번호로 주소랑 뻐킹 나꼼수 학생의 아버님이 졸업한 초등학교도 알아냈고, 따로 알려준 이메일 주소로는 이글루스 계정도 알아냈어요. 그리고 학교나 나이, 병역 여부에 대한 소소한 프로필은 본인과 직접 통화로 알아냈구요. 하지만 내 번호나 아이디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을 거예요. 전 누구보다도 제 개인 정보에 민감한 사람이거든요.
뻐킹나꼼수 학생은 작년 말부터 활발히 활동을 하면서, 아무리 길어도 4일 이상은 잠수탄 적이 없던데 이번에는 4일을 넘겨서 잠수를 하고 있군요. 제게 더 이상 전화 연락도 취해오고 있지 않구요.
좋습니다. 뻐킹나꼼수 학생이 직접 만나서까지 약속을 하고 싶진 않은 것 같고. 저도 강제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뻐킹나꼼수 학생이 잠수 타는 동안 생각을 좀 많이 해봤습니다.
대구교대나, 경북대, 혹은 영남대에 다니는 제 제자들과 인연을 맺게 해줘서 밝고 명랑한 오프라인 활동을 하게 해주면 본인의 인성 도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도 해봤는데, 솔직히 20살이 넘은 성년에게 어떤 의도로든 라이프스타일에 간섭을 하는 건 주제 넘은 일 같았구요. 그게 제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말이죠.
그러다 보니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정력을 쏟을 바에야 제 삶에 더 신경 쓰고, 제 주변인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값지겠다는 원래의 결론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뻐킹나꼼수 학생이 어디서 뭘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본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가 다른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테러적 행동으로 나타나면 무조건 보장될 수만은 없을 수 있다는 걸 적어도 군대 가기 전엔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뻐킹나꼼수의 잠수와는 별개로 제 나름의 숙고 끝에 저는 인터넷에서의 의견 개진 활동을 접을까 합니다. 그냥 다시 볼만한 자료들을 스크랩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눈팅만 하는 그런 관조적인 자세로 돌아갑니다.
뻐킹나꼼수 학생과의 일에 대해 궁금해하실 4~5분을 위해 이렇게 거창하게 쓰는 게 좀 멋쩍긴 하지만, 오유에 쪽지 시스템이 없어서 이런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음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