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동안 즐겁고 안전한 라이딩 하셨나요?
저는 15일부터 20일까지 일본에 자전거를 들고 다녀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전거'만' 들고 갔죠.
다른 건 그냥 등짐에다 옷 넣어간 게 전부네요.
대한항공을 이용했는데, 가기 전날에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백팩+트렁크+자전거 하니까 추가요금이 7만원 정도 말씀하셔서-
그럼 왕복은 14만원이잖아? 하면서 그냥 과감히 트렁크를 버리고.
소프트케이스에 자전거 프레임만 넣어서 갔네요.
바퀴는 형이 안쓰는 게 있어서 준다고 했거든요.
프레임에다 헬멧이랑 뭐 김 같은거? 넣으니까 7kg 나오더군요.
이렇게 무거운게 7kg밖에 안하다니.
아, 아무튼 잡담은 그만하고, 도쿄에서 하코네까지 다녀온 간략한 후기 정도를 나눠서 쓰겠습니다.
사진이 12장 밖에 안올라가네요.
부디 조금이나마 함께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 드셨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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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하코네산을 한번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기 전에 개인적으로도 자전거를 많이 탔네요.
지금까지는 최고로 많이 가본게 66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되어서,
도쿄에서 하코네까지 근 13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가는데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더군요.
그래서 체력단련 겸 한국에서도 자전거를 많이 탔고,
또 일본에 가서도 이틀 동안 근 100킬로미터를 타면서 체력 단련에 힘썼습니다.
출발은 18일 월요일 새벽 4시.
일본은 그때 무슨 연휴인지 쉬는 날이더군요.
일본에서 한국계 직장을 다니는 형은 화요일과 수요일 연차를 내놓고 형제가 함께 처음 여행을 했습니다.
17일 오전에 라이딩을 마치고, 이것 저것 짐을 챙겼네요.
출발 시간이 이르니까 일찍 자려고요.
아래의 사진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가방이네요.
자전거 기어만 만드는 줄 알았던 시마노 사의 가방입니다.
이름은 모르겠네요.
보기보다 크진 않아서 옷 같은 걸 넣는 데 사용했습니다.
물론 여기다 자전거 캐링백도 말아서 넣고, 핸드폰 관련 주변기기들, 저는 여권과 현금 조금, 에너지젤을 넣었네요.
저 가방이 생각보다 굉장히 좋았어요.
우선 어깨끈을 모아 중간에 후크를 거는 형식인데, 이게 어깨에 부담이 없더군요.
거기다 아래쪽 지퍼에 방수커버가 내장되어 있어서 만약에 비가 와도 어느 정도 방수 처리를 할 수도 있고.
헬맷이나 클릿슈즈, 선글라스를 고정할 수 있는 장치도 있어서 여러모로 라이딩 할때 편했습니다.
가격은 우리돈으로 한 10만원 하려나, 아낌없이 퍼주는 형이 제꺼까지 사줘서 고마웠어요.
아무튼, 일찍 잠이 들었고, 18일 새벽 3시 무렵에 깨었습니다.
어영부영하다보니 3시 반.
전날 밤에 같이 고민했던 게 자전거 헤드라이터를 들고갈지 말지였거든요.
이게 아무래도 무겁기도 무겁고 또 새벽에 잠깐 쓰고 필요가 없으니까 들고갈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보고 결정하기로 했었습니다.
결국 4시까지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밖이 밝지 않아서, 결국 가져가야하나, 했는데 그냥 도심의 불빛을 따라가기로 했어요.
한 1시간 정도만 달리면 해가 뜰테니까.
그래서 새벽 4시 즈음에 출발합니다.
형의 맨션에서 나와서 자전거 네비게이션 어플로 방향을 설정하고 달리기 시작했어요.
도쿄 시내는 새벽에 차량이 별로 없기 때문에 최대한 차도를 이용해서 일찍 도쿄를 벗어나는 걸 목표로 하고 말이죠.
아, 텅 빈 차도를 달리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마침 날씨도 며칠 동안 흐리기도 했고, 새벽이라 쾌적하더군요.
도쿄 시내를 주행하면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네요.
워낙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신나게 달리다보니.
형이 고프로로 찍은 사진인데 이렇게 흔들렸습니다.
아무튼 아스팔트를 원없이 달리는 건 무척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저야 뭐, 형이 가는데로 따라갔으니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었는데,
요코하마로 가는 표지판을 보고 제대로 가고 있구나, 했네요.
아침 5시 38분. 요코하마 오쿠라야마.
신나게 달리다보니 도쿄 서쪽을 지났고, 차츰 풍경이 변하는 걸 느꼈습니다.
도로도 좁아지고 고층 건물도 차츰 줄어들더니, 한적한 소도시의 외길 국도가 나오더군요.
그 길로 신나게 달려 도착한 첫 보급장소인 편의점입니다.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고, 화장실-일본은 편의점 화장실이 오픈되어 있어서 편하더군요-도 이용하고.
아침 산책을 하는 마을 주민의 강아지에 좀 놀라고 하다가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렇게 달리다보니까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열심히 달렸어요.
그리고 큰 도로가 나오긴 했지만 뜬금없이 5연속 언덕이 나와서 형제는 둘다 헉! 했네요.
특히 형의 경우 트라이애슬론용 자전거라서 언덕에 좀 취약했던 모양입니다.
저 자전거로 하코네 산을 갈 생각을 했다는 것도 좀...
6시 57분의 요코하마 후타쓰바시초.
두 번째 보급 장소입니다.
벌써 해가 떴고, 조금씩 더워지긴 했지만 아직은 괜찮았어요.
여기서도 아이스크림과 이온음료를 사서 보충하고,
가방에서 에너지 젤 하나를 꺼내 먹었네요.
벌써 3시간 째 라이딩 중이었다니.
대충 쉬고 또 달리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7시 29분 즈음의 아야세시 혼타테카와 라는 곳이었습니다.
여기는 큰 공원이었고 축구장과 트렉이 있었습니다.
옆에는 자위대 공항같은 것도 있었고.
아무튼 여기선 그냥 정자에 앉아서 쉬었습니다.
아침 7시 반인데도 사람은 참 많았어요.
어딘가 일요일 오후 3시 즈음의 느낌이었다, 랄까.
그냥 산책온 사람도 있고, 운동하는 사람도 있고.
다시 출발합니다.
9시 28분 무렵의 오이소 라는 곳이네요.
여기서 세 번째 보급을 합니다.
보급품은 아이스크림과 물이었어요.
아침을 안먹고 출발해서 허기가 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물배로 찰랑찰랑.
여기 편의점 건너편에 아주 작고 아담한데 예쁜 3층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차들이 지나다니는 바람에 실패했네요.
아, 지도상의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지역 즈음이 그 만화 <상남2인조>의 그 상남이라는 곳이라더군요.
어딘가 이 지역에 오토바이를 탄 분들이 많았어요.
확실히 다른 곳보다 더 많았던 것 같은 느낌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더워지더군요.
벌써 거의 5시간 가까이 달렸으니 체력이 슬슬 빠지기도 했고요.
그래도 거의 3분의 2는 왔다고 응원하면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오전 10시 16분 즈음. 나카군 니노미야마치 가와와.
1번 국도가 도쿄에서 하코네로 가는 길이라는 걸 사전에 알았는데,
그 1번 국도의 표지판을 발견하고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코네 직전의 오다와라 시의 표지판과 함께.
죽 이어진 차도의 왼쪽에 붙어서 계속 달렸어요.
이 즈음부턴 우리 말고도 하코네 방면으로 가는 많은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자전거 타기 괜찮은게,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가 많아서인지 자전거가 차보다 우선시 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일본도 운전 개판인 사람들도 있을테니.
우리와 비슷하겠죠.
오다와라시 하마초 라는 곳이네요. 시간은 11시 2분.
이때 형이 체력이 좀 떨어졌다고 해서 휴일이라 문닫은 건물 옆 그늘에 앉아서 쉬었어요.
바로 옆에 자판기가 있어서 더더욱.
물과 에너지 젤로 보충을 하고, 둘이 앉아서 별 시답잖은 이야기로 낄낄거렸네요.
주제는... 어. 제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류현진 선수 같이 생겼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과 전 서로 부정하긴 하는데,
남들이 완전 똑같이 생겼다고 하던데.
그럼 지도ㅋㅋㅋㅋㅋ
뭐 이런 이야길 하면서요.
이제 정말 고지가 눈앞에 있는 느낌이었죠.
잠시 쉬었다가 또 출발합니다.
오전 11시 30분 즈음.
드디어 하코네에 도착합니다.
아주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 한 건 아니에요.
사실 여기서부터가 하코네 산이 시작되는 곳이었거든요.
문제는 여기서 형이 최근에 있었던 햄스트링 부상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여기까지 100킬로미터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다리가 굳어서 가기 힘들게 되어버린거죠.
형제는 나무 그늘아래에 자전거를 두고 각자의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자, 여기서 잠깐.
잘은 모르지만. 하코네 산을 오르는 데에는 두 가지 코스가 있는 모양입니다.
하나는 20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길이고, 하나는 길이가 한.. 14킬로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 곳이죠.
물론 그것 말고도 방법은 있습니다.
전철을 타고 가는 거죠.
하코네 정상에 있는 아시 호수? 까지 전철이 가요.
처음에 우린 전철을 탈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전철을 타면 하코네를 온 의미가 조금 퇴색되는 기분이라서 패스.
그럼 나머지 두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일단 둘 다 초행길이고, 형은 하코네를 몇 번 와보긴 했지만 기차타고 관광온거라 길을 예측할 수 없었죠.
알아보니까 보통은 하코네 공략 코스로 20킬로미터 쪽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기도 했고.
이유는 그나마 다른 쪽에 비해 완만한 모양입니다.
물론 만만할 정도로 완만한지는 모르겠네요.
...그쪽으로 안가봤거든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14킬로미터 코스였습니다.
어차피 우린 업힐 훈련을 한 적도 거의 없기 때문에 자전거를 분명히 끌고갈텐데,
거리가 20킬로미터 정도면 아무리 완만하다고 해도 가기 전에 퍼질 것이다.
그러니 14킬로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를 선택하자.
끌고 가도 14킬로미터 정도 못가겠느냐.
...란 식의 결론을 내린 거죠.
이게 후에 어떤 결과를 가지고 왔는지는.. 다음 편에 계속되겠네요.
어후.
이건 11시 52분 즈음, 오다와라시 이류다. 즉 하코네 산 아래에 있는 편의점에서 마지막 보급을 할때 찍은...
일본 성인잡지 입니다.
원래 좀 밝은 사진이었는데, 제가 일부러 톤을 다운시켰네요.
뭐, 특별히 야하거나 하진 않지마는. 아무튼 우유와 주먹밥으로 마지막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므흣하게 진열되어있는 뒷표지만이라도 구경했어요.
저분들 중에 작품 속에서 뵌 적 있는 분이 한 분 있긴 했거든요.(...)
만약, 하코네에 별 탈없이 오르게 되면 저분들의 공이다.(..)라고 속으로 말했죠.
으흠- 뭐 그렇습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다음에 또 이어서 쓰겠습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