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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의 이상형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01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1대등신왕
추천 : 18
조회수 : 1819회
댓글수 : 64개
등록시간 : 2015/08/28 15: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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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와이프와 사귀기 전 내가 처음 고백했을 때 와이프는 "죄송합니다. 대리님 아직 제가 누굴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라며 나의 사귀자는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었다. (우리 부부는 사내커플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귀자고 제안했을 때는 "대리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한테 무슨 불만 있으세요?" 라고 강경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던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과 두들겨 맞을 각오로 세 번째 고백 했을 때 와이프는 "그럼 딱 세 번만
데이트해보는 거에요." 라고 말한 뒤 세 번의 데이트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국적인 태국인의 마력의 늪에 빠져 연애와 결혼의 과정을 거쳐 18개월 된
아들을 낳고 현재까지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와이프의 이상형은 나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처녀 시절 와이프의 이상형은 키 크고 (와이프가 키가 큰 편이라..) 덩치가 좋고, 목소리가 좋은
남자가 와이프의 이상형이었다. 와이프의 이상형을 듣고 처음 떠올린 인물은 이태리의 '루치아노 파바로티' 영감님이었다.
그리고 지금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원빈, 강동원, 정우성 등 남자가 봐도 반할만한 잘 생긴 꽃미남이 아닌 조진웅(요즘 살이 많이 빠졌다고
걱정하고 있음), 곽도원, 마동석 등 체격이 좋고 목소리 좋은 배우들이다.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와이프의 이상형은 한동안 펑퍼짐한 엉덩이의 홈런치고 뒤뚱뒤뚱 달리는 모습이 귀여운 나지완과 야구계의 꽃미남
꽃범호 선수였는데, 얼마 전부터 야구계에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고 있는 뒤태가 섹시한 유희관 선수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의 외모에서 와이프를 만족하게 하는 건 키 밖에 없었다. 와이프는 나를 자신의 이상형처럼 만들고 싶은지 연애할 때부터 운동을 하라고
권유했다. 그녀는 내게 '운동하고 나서 땀을 닦는 남자의 모습이 멋있다.', '오빠는 근육으로 10kg 정도만 불리면 어떤 여자가 봐도 반할 거다.'
'오빠는 사계절 내내 구릿빛 피부라는 장점이 있어 몸짱이 되면 인기 많을 거야.' 등의 말도 안 되는 쓸데없는 감언이설로 나를 유혹해 결국 헬스
클럽에 등록하게 하였다. 하지만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먼 저질 체력이어서 일주일 운동한 뒤 몸살이 나서 회사까지 결근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봐.. 난 신생아 체력이라니까. 걷는 거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지 기어 다니는 아기를 러닝머신에 올려놓은 거랑 똑같다고 했잖아."
 
"설마 오빠의 체력이 이 정도 일줄 몰랐어. 그동안 어떻게 살았길래..."
 
"평소 격렬하게 숨 쉬지 않고, 뛰는 걸 삼가며 운동, 특히 구기 종목을 피해 다니면서 잘 살았지."
 
그리고 와이프는 뭔가를 결심했는지 그 다음 날부터 나의 식단은 완전히 바뀌었다. 아침을 거르는 내게 아침부터 베이컨과 삶은 달걀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우유에 말아 먹게 만들었고(심지어 꼬리곰탕 국물에 베이컨 샌드위치를 말아 먹으라고 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퇴근하면 매일 같이
각종 고기를 구워 쌈을 싼 뒤 내 입에 강제로 쑤셔 넣었다. 그리고 정확히 11시가 되면 부부간의 대화를 핑계로 치맥을 복용시켰다. 이런 기름진
식생활을 일주일 정도 한 뒤 나는 와이프에게 사정을 했다.
 
"야.. 제발 이제 그만 하자. 나 느끼해서 못 살겠어. 하루 이틀은 견딜 만 했는데 이제 고기 냄새만 맡아도 현기증 나려고 그래.."
 
"오빠 딱 10kg만 불리자. 오빠 키에 그 몸무게는 너무 심해. 그리고 다들 결혼하면 살이 찐다는 데 왜 오빠는 살도 안 찌는 거야?"
 
'너도 네가 요리한 음식을 같이 먹었으니, 그 이유를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5kg 아령을 들고 있는 와이프에게 잘못
말했다가 분홍색 아령이 내 머리에 박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참았다.
 
결국, 약속했던 72kg를 만들 때까지 와이프가 주는 대로 군말없이 먹기로 했다. 와이프는 내가 질리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는지 정성스럽게
매일 다른 식단을 내게 제공했고 (심지어 할 게 없으면 참치캔에 밥을 비벼서 주기도 했다.) 나는 빨리 72kg를 만들어서 이 지옥 같은 육식생활에
벗어나려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드디어 디지털 저울이 72kg를 찍던 그 날 거울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태국산 둘리가 '호이'하고 서 있었다.
 
 
** 와이프에게 어제 "아직도 이상형이 체격 건장하고 목소리 좋은 남자야?" 라고 물었다. 와이프는 "그건 어렸을 때 이야기고..."
웃으면서 "요즘은 말랐지만 배는 오뚝하게 나오고 머리숱 없는 남자가 점점 끌리네.."라고 했다.
과연 그런 완벽하고 멋진 외모를 가진 그 새끼가 누군가 생각했다. 바로 나였다.
 
와이프에게 미안한 건 나의 총각 때 이상형은 임수정같이 생긴 여자이고, 지금도 그러하다.
사람의 이상형이 변하면 안 되지.. 암.. 변하면 안되..
출처 와이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임수정이 이상형인 나

와이프와 임수정은 같은 sk2 화장품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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