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게 되면서 아빠와 저녁 먹는 일이 굉장히 늘어났다.
그러나 집에서 쉬는 걸 선호하는 아빠와는 달리, 엄마는 약속도 많고 야간산행이다 무박산행이다 여행이다 등등을 굉장히 잘 가시기 때문에(맞벌이다) 내가 저녁밥 먹으러 올 때 아빠는 있어도 엄마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집에 들어올 때 엄마가 안 보이면, "엄마는?(= 우리끼리 저녁 먹어?)"이라고 물어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빠가 짜증을 버럭 내기 시작했다.
"엄마는?"
"마마걸이냐! 나이 스물일곱이 다 돼가지고!"
심히 부당한 말씀이지만(내 명예를 위해 난 마마걸이 아님을 밝혀둔다) 우리 아빠는 엄마가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짜증이구나 하고 나도 항의한다.
"뭐! 그럼 자식새끼가 부모님 어디 안 보이면 어디 있냐고 물어야지! 그것도 안 물으면 그게 자식이여?"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저녁밥 먹으러 오니 웬일로 엄마만 있고 아빠는 없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아빠는?(=어디 나갔어)?"
엄마가 대답해줄려는 찰나 아빠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내 말을 들었나보다. 뜻밖에도 형용할 수 없는 얼굴로 조용히 안방에 들어가신다.
뒤에서 엄마가 막 웃으셨다.
"당신이 안 보이니까 찾잖아! 왜 그런 걸로 (엄마만 찾냐고) 질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