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 마덜. 제 이야기 잠깐 들어보셔요.
정류장에 버스가 한 대 와요.
저는 저걸 꼭 타야만 해요.
그래서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어요.
정말 열심히 뛰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뛰어요.
저처럼 뛰느라 온통 땀으로 범벅들이에요.
그렇게 열심히 뛰고 또 뛰어서
간신히 버스 앞에 다다랐는데,
좌석이 벌써 다 찼대요.
그래서 더는 태울 수가 없대요.
아닌게 아니라 버스 안에는 먼저 탄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저는 통사정을 해 봐요.
기사님, 저 이 버스 타려고
사십사년을 뛰었어요.
서서라도 갈 수 있게 제발 좀 태워주세요.
그런데 안에서 먼저 타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운전기사님을 윽박질러요.
" 기사양반, 자리 다 찼는데 뭘 더 태웁니까?! 고마 가입시다~! "
진짜 고약하죠?
자리를 뺏겠다는 것도 아니고,
서로서로 안쪽으로 조금씩만 당겨주면
저같이 열심히 뛰어 온 사람들
서서라도 타고 갈텐데...
그쵸 어머니?
하지만 그렇게 버스는 무심히 떠나요.
다음 버스는 언제 올지 몰라요.
기다리다 저는 너무 늙어버릴지도 몰라요.
무참하지만, 무참해서,
하는 수 없이 또 뛰어요. 다음 정류장까지.
아무리 뛰어 봐야 이미 떠나버린 저 버스를
다음 정류장에서 따라잡지 못하는 걸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다음 정류장까지
또 죽을 힘으로 열심히 뛰어요.
뛰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으니 마냥 뛰어요.
다음 정류장에서도 저 버스가 나를
태워줄거란 희망은 없지만,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그냥 또 뛰는거에요.
그냥 뛰는거에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숨차요 어머니.
제 희망은 그저,
다음 정류장까지 이렇게 열심히 뛰면
아까 그 버스를 또 볼 수는 있다는 거에요.
그것도 죽기살기로 열심히 뛴다면,
그냥 볼 수는 있을거라는게 제 희망이에요.
사랑하는 어머니.
제 걱정일랑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저에겐 희망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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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난 추석 아침 차례상을 물린 후...
종편뉴스를 보시며 대통령 누나를 칭송하시던,
그러다 문득, 요즘 좀 힘들어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라는 덕담을 건네시던,
그러나 정작 평생을 자식키우는 일과
나아지지 않는 형편으로
고생만 하며 살아 오신,
그러면서도 이명박을 찍지 않고
박근혜를 부정하는 내게
빨갱이라 나무라시는,
그래서 매우 섭섭하여
가끔은 싸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자식걱정에 늘 고단한
내 어머니의 눈동자를
처음으로 흔들리게 만든 썰...